대보적경 제67권
16. 보살견실회 ⑦
17) 화락천수기품(化樂天授記品)
그때 화락천왕(化樂天王)을 우두머리로 한 그의 권속 7억 화락천의 하늘들은 모든 아수라와 가루라와 나아가 모든 도솔천 하늘들이 여래께 공양하는 것을 보고 또 수기하시는 것을 듣고는 뛸 듯이 기뻐하며 흐뭇하게 여기면서 실제(實際)에 머무르게 되어 진여(眞如) 속에서 의혹이 없었으므로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벗어 메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머리 조아려 예배한 뒤에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같은 소리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가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의 뜻을 이해하기로는
모든 법은 바로 진실한 실제[眞實際]이며 끝이 없는 실제[無邊際]이며 장애 없는 실제[無住際]이며 머무름이 없는 실제[無住際]이며 다함이 없는 실제[無盡際]이며 둘이 아닌 실제[不二際]이며 실제가 아닌[非際] 실제이옵니다.
세존이시여, 말한 바 실제라 함은 뒤바뀌지 않은 까닭이요,
끝이 없는 실제라 함은 한량이 없는 까닭이며,
장애 없는 실제라 함은 다스림[對治]을 여읜 까닭이요,
머무름이 없는 실제라 함은 제 성품을 여읜 까닭이며,
다함이 없는 실제라 함은 생김이 없는 까닭이요,
둘이 아닌 실제라 함은 한 맛[一味]인 까닭이며,
실제가 아니라 함은 있는 것이 아닌 까닭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저 실제란 모든 곳에 두루하여 하나의 법도 실제가 아님이 없나이다.
세존이시여, 보리라는 것도 실제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어느 것을 보리라 하는가?
모든 법이 곧 보리이니 제 성품을 여읜 까닭이오며 나아가 5무간업(無間業)도 보리이옵니다.
왜냐 하면 보리는 제 성품이 없고 5무간업도 제 성품이 없기 때문이오니, 그러므로 5무간업도 보리이옵니다.
세존이시여, 보리라 하면 무여열반(無餘涅槃)의 성품과도 같고 무간업의 성품과도 같나이다.
왜냐 하면 모든 법이 곧 무여열반의 성품이며 또한 이것은 무간업의 성품이기 때문이오니, 그러므로 무여열반의 경계가 곧 보리이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중생이 생사에 머무르면 열반을 구해야 되지만 실제 가운데서는 생사에 머물러서 열반을 구하는 이가 없나이다. 왜냐 하면 실제에는 둘이 없기 때문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것을 분명히 알므로 의혹이 없나이다.
만일 이 법에 의혹이 없다면 이런 사람은 이미 일찍이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얻었음을 알 수 있으리다.”
그때 세존은 화락천왕과 7억 화락천의 하늘들이 수기를 받은 설명을 듣고 나서 대중들의 마음을 기쁘게 하기 위하여 빙그레 웃으셨다.
그때 혜명 마승이 게송으로써 물었다.
세간을 가엾이 여기신 이여, 미소지으시면서도
그 까닭을 말씀하지 않으셨나이다.
천상ㆍ인간의 길잡이께서는 이 미묘한 웃음에
까닭이 없지 않으시리다.
이미 세존의 미소와 광명을 보고 나서
지금 대중들은 모두 의심 품고 있나니
원컨대 그 웃으신 까닭을 말씀하시어
온갖 의심 그물을 끊어 없애 주소서.
이들에게 만일 여래께서 말씀하시면
모두 듣고 희유한 마음을 내게 되리니
저 모인 대중들의 참된 길이 깨끗해져서
보리를 향해 나아가는 데에 인연이 되게 하소서.
만일 어떤 중생이라도 의혹이 있으면
이 사람은 묘한 보리를 얻기 어렵나니
원컨대 큰 지혜로 의혹을 끊어주시어
속히 최상의 도를 증득하게 하소서.
세존이시여, 이 모든 대중들은
보리 구하며 모든 악(惡)을 떠났나니
모든 하늘들에게 수기하신 것을 듣고 나면
결정코 큰 법왕[大法王]을 이루게 되리다.
그러므로 세존께서는 가엾이 여기어
모든 의혹을 끊어 없애주시며
이 모든 하늘들에게 보리의 수기를 하시어
모든 대중들을 다 기쁘게 하소서.
그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써 혜명 마승에게 대답하셨다.
세간을 가엾이 여기어 웃었는데
마승 네가 이제 그 뜻을 묻는구나.
나는 저 하늘들에게 모두 수기를 하리니
너희들은 모두 각각 깨끗한 마음으로 들어라.
이 모든 화락천의 하늘들은
스스로 수기를 말하며 보리를 얻었나니
대중 가운데서 이미 사자처럼 외치어
외도의 모든 삿된 견해 깨뜨렸느니라.
마치 공중에서 많은 돌 내리면
틀림없이 대지(大地)로 떨어지는 것처럼
이러한 불자(佛子)도 의혹을 여읜지라
반드시 불도 이룰 것을 스스로 아느니라.
마치 해가 져서 밤이 되었을 때는
머지 않아 다시 해가 돋을 것을 아는 것처럼
이러한 불자는 많은 행을 갖춘지라
장차 10력(力)을 갖추게 될 것을 틀림없이 아느니라.
또 마치 해가 한낮일 때에는
모든 색상(色像)들을 명료하게 보듯이
이러한 불자는 많은 행을 갖춘지라
반드시 살바야(薩婆若)를 얻을 것을 스스로 아느니라.
마치 해가 서쪽으로 지게 되면
사람들은 해를 못 보게 될 것을 모두가 알듯이
이러한 불자는 모두가 기필코
가장 훌륭한 지혜를 얻을 것을 스스로 아느니라.
마치 많은 흐름[流]이 아래로 흘러가면
지혜로운 이는 큰 바다로 들어가는 것임을 아는 것처럼
이러한 불자는 밝은 지혜 갖춘지라
으뜸가는 보리를 얻을 것을 틀림없이 아느니라.
마치 사람이 돌을 허공에다 던지면
땅에 떨어짐을 의심함이 없듯이
이러한 불자는 모두가 오래지 않아
세간해[世間解]를 얻을 것을 스스로 아느니라.
지혜로운 이는 당연히 이런 소견이 있고
법을 알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으며
자기에게도 부처님의 공덕이 있어서
반드시 자연지(自然智)에 가까워질 것을 아느니라.
가령 모든 악마의 나유타 대중이
부처님의 형상으로 나타나 ‘너는 부처님이 되지 못한다’ 해도
그 마음을 무너뜨릴 수 없나니
진실한 법을 이미 잘 알기 때문이니라.
결정코 저 부처님의 공덕에서
저마다 수기를 받았음을 스스로 말했는데
이 모든 하늘들의 수기에 대한 일을
여래는 따라 기뻐하는[隨善] 마음을 내느니라.
이 하늘들이 닦은 보살행은
남을 연유하지 않았음을 모두 환히 아나니
그들 스스로 부처님이 된다고 하는 말을
세존께서는 기뻐하시느니라.
그러므로 마승아, 만일 어떤 사람이
최상의 보리를 얻고자 하면
이 법을 마땅히 부지런히 구해야
반드시 가장 훌륭하고 안온한 곳을 얻게 되느니라.
스스로 정각(正覺) 이루어 이 이치 깨치면
이치 따라 사실대로 분명히 아나니
선지식(善知識)을 친근하고 공양하였으므로
그들은 보리를 증득함에 어렵지 않으리라.
만일 어떤 이가 천 겁 동안 고행(苦行) 닦으며
가죽ㆍ기름ㆍ피ㆍ살에 인색함이 없었는데
다른 이가 이 이치를 분명히 알았다면
이 복이 광대하여 앞사람보다 나으리라.
과거 세상에 계셨던 모든 부처님과
미래 세상에 중생을 가엾이 여길 이와
현재 계시는 모든 세존께서는
다 이 법에 의지하여 불도를 이루느니라.
화락천들은 나에게 공양한 뒤에
모두 다 제일의(第一義)를 잘 알았으며
일찍이 과거 모든 여래께 공양하였기에
이런 이치 깨치고 성불하게 되리라.
모든 부처님께서 지닌 뛰어난 삼매와
그리고 현재에 머무른 선정 등
저 하늘들이 부처님 경계를 깊이 얻었음은
전생부터 오래도록 익힌 까닭이니라.
마승아, 화락천의 하늘들이
저 삼매에 대하여 의심 없으며
깨끗한 불법을 이미 잘 배웠고
지금도 부처님 도를 수행하고 있느니라.
그러므로 진리를 믿고 이해하고서
부지런히 괴로움의 끝[苦邊]을 여의어야 하며
항상 견문이 많은 이를 친근하면서
반드시 최상의 큰 보리를 얻어야 하느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묘한 법을 듣고 나서
화락천의 하늘들과 모인 대중들은
모두 기뻐하며 의심 끊고
큰 열반을 향하여 나갔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