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5시 선유동 엉터리 텃밭 집합! 하기로 한 중복날. 점심먹고 선풍기틀고 거실바닦에 눌러 붙어 누워있다가 선유동 텃밭으로 향한다. 너무 덥다. 아니 뜨겁다. 염천의 한가운데를 지나서 텃밭으로 가야한다. 시원한 지하철이 참 좋다. 내리기싫다. 삼송역에서 내려 그늘없는 정류장에서 자주 오지 않는 버스를 타야 한다. 다행히 버스가 정말 금방 오고 선유동입구에 내려 텃밭으로 가는 길초입에 윤화씨를 오랜만에 만났다. 이런일은 처음이다. 가급적 천천히 걸으면서, 옆으로 휙 하고 지나가는 자동차들을 부러운 눈길로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크락숀 소리가 들린다. 히치하이크 사인도 안보냈는데? 무슨일? 하면서 뒤돌아보니 서 밭장님의 차다. ㅎㅎ 오늘은 매우 운이 좋다! 에어컨이 빵빵한 차안은 시원하다.
밭에 도착해보니 김영수샘도 오셔서 석회가루를 옮겨놓고 계신다. 우보농장 팀들은 이미 한차례 밭일 끝내고 오두막에 오손도손 모여앉아 막걸리 한잔하면서 쉬고계신다. 언제나처럼 자연스럽게 합류한다. ㅋㅋ 이젠 얻어먹는 포즈도 자연스럽다. 5시가 넘어도 덥다. 오두막에 들어오는 햇살을 요리조리 피해,가려가며 이야기 꽃을 피운다. 밭장님 싸모님께서 만들어주신 닭가슴살샐러드를 즉석에서 딴 깻잎에 싸먹으니, 기가막히다. 또 영수샘이 가져오신 달달한 얼음 수정과도 맛나다. 너무 좋다. 아! 밭에 나가기 싫다. 하지만 이제 사우나로 들어가야 할시간. ㅠ.ㅠ 자 일어납시다! 하고 밭장님이 선두를 서신다.
먼저, 홍당무 씨를 채종한다. 아직 덜여문것들은 두고 50% 정도를 잘라 가지고왔다. 그리고 이번주에는 빈밭에 석회가루를 뿌리기로 해서 김영수 샘이 석회가루를 동네 자재상에서 20키로 2포대를 사오셨다.(이제 남은 공동회비는 5천원) 밭장님이 밭의 풀들을 정리하시고 석회가루를 뿌린다. 둔덕의 풀도 베시고, 밭장님은 정말 놀라운 속도로 많은 일을 해치운다. 당일 오전엔 하계동 텃밭도 다녀오시고 사무실도 다녀오셨다고 한다. 수퍼 씨티 파머의 유전자가 흐르는듯.
윤화씨와 나는 주렁주렁 달린 방울토마토, 고추, 상추등을 딴다. 뿌리지도 않았는데 둔덕아래 부추가 자라있다. 이것도 싹둑. 지난주에 가져간 부추로 부추전을 해먹었는데 정말 맛났다. 이번엔 윤화씨와 밭장님에게 부추를 나눠드린다. 밭에 심은 들깨는 처음에 잘 안자라 속 썩이더니 이젠 너무도 아름답게 자란다. 역시나 그사이 미스 고(라니)가 와서 상추를 맛나게 먹고 갔다. 맛없는건 안먹는다. 상추가 초반에 너무 안자라서 걱정했는데, 장마를 잘 버티고 뒤늦게 잘 자라고 있다. 밭장님이 어디선가 구해오신 여주도 4~5개가 열매를 맺어 이쁘게 잘자라고 있고, 책 이벤트로 얻어 심은 갓끈동부와 오리알태도 잘 자라고 있다. 갓끈동부는 정말 거대하다. 동화속 제크의 콩나무가 토종 갓끈동부가 아니었을까하는 상상을 해본다. 그 와중에 밭장님이 " "우리 아주 엉터리 농부는 아닌것같아 "라고 슬며시 얘기하시길래, 웃으며 "우리끼리 칭찬모드면 모해요!" 라고 했지만 속으론 " 네! 밭장님 우리 앞으로 훌륭한 도시농부가 될거같아요!"라고 맞장구를쳤다. ㅎㅎ
홍당무씨를 지금 뿌려야 한다고 김희수 샘이 말하셔서 이번주 주중내 홍당무씨를 뿌려야한다. 이번주말엔 나도 밭에 오지 못한다. 씨앗은 내가 가지고 왔는데... 어쩔수 없이 주중내 다시 밭에 가야한다. ㅠ.ㅠ
땀을 흘린 후 돌아오는 지하철안은 정말 상쾌하다. 텃밭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바라보는 노을은 정말 아름답다. 역시 다녀오기 잘했다. - 끝 -
첫댓글 맛깔난 글. 그 더웠던 여름날 오후의 풍경이 그대로.. 그림도 멋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