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연隨緣(연 따라)’-주어진 대로
큰 부자집의 외동딸이 중병에 걸려
의사도 고개를 떨굴 정도의 상태.
지푸라기도 잡을 생각으로 부모는
산속의 큰스님에게 ‘구병시식’의 기도를 부탁한다.
“네, 기도해 드리겠습니다.
그 대신, 보시는 많이 하셔야 합니다.”
라고 하면서, ‘금 백냥, 쌀 백가마’를 요구한다.
그 부자는, 부자이기도 하지만,
외동딸을 위해서라면 무엇이 아까울까
들은 대로 보시한다.
그 보시는 그대로 절에 보내진다.
그러자, 그 스님은 주문을 외운 뒤,
아픈 딸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대는 죽을 것이다. 이런 부잣집에 태어나,
영화도 다 누리지 못 하고 죽다니,
참 안 되었다. 그러나, 타고난 생명이라는 것은 신불神佛도 바꾸지 못한다.
죽을 때는 죽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확실하게 죽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그대는 행복하다.
그대의 기도로 금백냥과 쌀백가마을 보시받았다.
이것은 절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의 위에 들어간다.
절에는 수행승이 100인가량 있지만,
그중의 2, 3인은 진실로 부처가 될 스님이 있다.
그렇다면, 그대는 그 불연佛緣을 맺은 것이 아닌가.
참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이제 인심하고 죽어도 된다.”
그렇게 말하고 스님은 자신의 절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화가 난다.
‘아니, 이 정도 것이라면, 이것은 그냥 가져가는 것이다.
더구나 딸에게, “죽어라, 죽어라”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정말 너무 심한 이야기다.
그런데, 딸은 그 스님의 말로 인해 대안심으로 얻었을 것이다.
그 결과, 그녀의 병은불가사의 하게 완쾌했다고 한다.
『선문일화집』.
정말 좋은 이야기다.
‘수연隨緣’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곧 ‘주어진 대로 다 감사로 받아들이고 즐겁게 살아가라’
아프면 아픈대로, 억울하면 억울한 대로. 기쁘면 기쁜대로.
그곳에 무슨 의식이 필요하고, 수행이 필요한가.
그냥 주어진 대로 살아가면 되는 것을.
조주 스님도 매양 “끽다거喫茶去”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