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다녀 온 미국 여행(1)
캐나다 뮤즈 한국청소년 교향악단
상임지휘자, 수필가 박 혜정
눈이 많이 오던 날 아침. 여행을 가야 하는지, 취소를 해야 하는지 망설이다 집을 나섰다. 여행 목적지는 LA. 차로 가려고 계획을 세운 것에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이곳에 살면서 한번쯤은 해안도로를 따라 미국여행을 해 봐야 할 것 같았고, 또 우리 애가 미국으로 공부하러 갈 때 비행기를 타고 가다보니 짐을 달랑 트렁크 1개 밖에는 가지고 갈 수 없어서 필요한 짐들도 실어다 줄 겸해서 결정했다.
어떻게 가야하는지 막막해서, 먼저 다녀오신 분들을 주위에서 찾아보았지만 의외로 적었다. 이민 오신지 오래 된 분들 중에는 몇 몇 분이 계셨지만, 그것도 요즘은 아니고 아주 예전에, 최소 7-8년 이상 전이었다. 인터넷을 찾아보아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었다. 단지 I-5 하이웨이로 간다는 것과 LA까지 20시간정도가 걸린다는 것이었다. “그럼, 하루에도 가겠네?” 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인영이 엄마가 하는 말이 “누가 그러는데 유진을 지나서는 산이 나오는데 그곳은 꼭 해가 있을 때 넘어야 한대요.” 라고 해서 “1박2일로는 가야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전에 다녀오신 선배들이 “LA를 어떻게 1박 2일에 가? 2박3일은 가야지.”라고 말씀 하셨다. “가다 힘들면 하루 더 자고.” 라는 생각과 GPS(Global Position System) 길 도우미(Navigation)만을 믿고 출발 하였다.
눈이 많이 와서인지 미국 국경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통과하였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얼마나 신기하고 신이 나던지. 생각 보다 늦게, 평상시처럼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 학교 가는 시간에 출발하게 되어 걱정을 했는데 국경에서 1시간이상 시간 절약을 할 수 있었다. 차에 대충 먹을 것을 가지고 갔기 때문에 매 끼니마다 식당을 갈 필요는 없었다. 아침은 김밥으로 먹고 점심은 제대로 먹고. 요즘 ‘길 도우미’는 어찌나 잘 되어있는지! 주유소가 몇 미터 앞에 몇 개가 있고, 내가 가고 있는 주위의 숙박시설, 음식점을 누르면 전화번호와 주소까지 가르쳐주었다. 점심을 길 도우미 덕분에 거하게 잘 먹고 다시 쉬지 않고 달렸다.
경치가 멋지다는 해안도로(101번)로 가려면 I-5로 가다가 빠져 나가야한다. 그렇지만 시애틀을 지날 때도 길에 눈이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에 해안도로는 위험하고 더욱 미끄러울 것이라는 생각에 계속 I-5로 가기로 했다. 가다가 중간 중간 길옆에 눈이 쌓여있었지만 도로에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포틀랜드(Portland)는 사정이 달랐다. 거의 모든 차가 체인을 감고 있었고 길은 거의 얼음 수준이었다. 우리는 간도 크게 보통 타이어로 살금살금 기어갔다. 그렇지만 믿는 것은 있었다. 겨울 철에는 체인이 없으면 그 산을 통과시켜주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미리 트렁크에 준비해 둔 체인이었다. 하지만 체인의 힘을 빌리지 않고 그곳을 빠져나와 어느 정도 가다보니 ‘유진(EUGENE)’이 나왔다. 하지만 유진이 LA까지 가는데 반 정도 거리에 있는 도시는 아니기 때문에 다음 날을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더 가야 했다. 하지만 얼마만큼 더 가도 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마침 그 동네 사는 사람에게 전화가 연결이 되어 물어 보니 2시간정도 더 가면 산이 나온다고 했다.
1시간 반 정도가 지나니 안개가 가득히 끼고 운전하기에도 위험했다. 시간도 10시가 넘었고, 산이 가까운 것 같았다. 그랜츠 패스(Grants Pass)에 숙소를 정하고 그곳에서 저녁을 해결했다. 숙소는 잠만 자면 되니까 저렴한 곳으로 골랐다. 마침 한국 분이 하는 곳이었다. 보통 호텔에는 커피포트정도만 비치되어 있었고, 그 흔한 전자렌지도 숙소에 없었다. 마침 우리 애가 “엄마, 전기 포트는 가져가요.” 라고 해서 들고 온 것이 여행 내내 도움을 주었다. 떠날 때 햇반 1상자, 빵, 주스와 물 1박스, 김치, 참치깡통, 김, 과자, 과일 등을 가지고 간 것도 여행경비와 시간을 줄여주었다.
다음 날 아침 날씨가 좋아서 해안도로 쪽으로 가기로 했다. 해안도로를 이용하려면 I-5로 가는 것 보다 4시간정도가 더 소요된다. 왜냐하면 I-5에서 2시간 정도 가서 해안도로를 타고 가다가 다시 2시간 정도를 나와 I-5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침이고 날씨도 맑아서 199번 도로를 타고 101번 해안도로를 탔다. 그러니까 그 산이라는 것이 오레곤(Oregon) 주와 캘리포니아(califonia) 주의 경계선에 있는 것이다. 199번 도로를 이용해서 가는데 그렇게 험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곳이 바로 노래 가사에 나오는 '레드 우드(Red Wood)' 라는 곳이었다. 한국어로 번역되어 학창시절에 많이 불렀던 곡 “이 땅은 너의 땅. 이 땅은 나의 땅.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영어 가사로 하면 백두산 대신 ‘from the red wood forest'로 불려지는 곳. 산이지만 그렇게 높지 않고 생각보다 덜 험하고 멋진 곳이었다.
길 바로 옆이 바다인 101번 도로. 파도도 간간히 치고. 꼭 동해안 해안도로를 가고 있는 듯 했다. I-5로 가기 위해 299번 도로를 이용하려 했지만 안내소에서 물어보니 20번으로 가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유레카(Eureka)서 점심을 먹고 20번 도로를 구불구불 타고 I-5 도로를 만나서 LA로 달렸다. 여행사를 따라 다니는 바쁜 일정이 아니기 때문에 숙소에서 간단하게 아침까지 해결하고, 점심도 예쁜 집, 맛있게 생긴 집을 찾아다니며 먹다보니 LA까지의 예상 도착시간이 새벽 2시경이었다. 중간에 숙소를 정하고 하루를 더 지체하기도 뭐해서 그냥 달려갔다. 저녁 식사도 대충 차 안에서 해결 했다. 생각보다 긴 하루의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