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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님께
더운 날씨가 다 간 줄 알았는데 늦더위가 남아있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요.
물론 저보다 더 잘 알고 계시겠지만
--- 스님이라는 이름으로 블로그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무속인이거나 파계승들이 많고
순진한 불자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
항상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블로그 접근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괜한 글 올려봅니다. [비밀댓글]
.......................
하기 2017.09.17 11:33
9월엔 .....
9월엔 여름 내내 숨차게 뛰던 사람들이 하나 둘 숨고르기에 들어갑니다.
원 없이 미쳐본 정열의 계절을 뒤로 하면서 자꾸만 돌아보고,또 돌아보게 됩니다.
아쉬움이나 미련이라기보다는 후회가 남는 날들입니다. 봄날 밭에 씨를 뿌린 농부가
가을이면 저마다의 수확물을 거둬들이듯 우리도 책임을 져야 하는 시기라고나 할까요.
실컷 놀았으니 후회는 없다고, 열정적으로 미쳐 보았으니 후회는 없다고 말할 사람이
몇이나 될런지요. 그것이 카드 대금 명세서든, 새하얗던 피부 위로 고개를 내민 주근깨
든지 간에 제정신을 차리고 나면 후회스러울 따름이지요.하지만 그 반성하는 마음이
하나면 족합니다.아름드리나무가 열매를맺듯, 그렇게 우리도 익어가겠지요. 스스로를
안아주셔요. 괜찮아.괜찮아, 소라 내어서 힘껏!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하는 이.하늘 외엔
없을테니까...."
ㅡ글쓴이 방랑식객 山堂,임지호 ( 자연요리연구가 "방랑식객" 편에출 연 )
............................
하기 2017.08.15 13:54
길다 해서 길인 것이니
인생여정 길다고 한숨짓지 말기를.
좋은 길벗 만나 함께 걸으면
고해 같은 인생길
조금은 쉬이 갈 수도 있으리라.
인연과 바람으로 얽힌 사슬,
긴긴 세월 걸음 걸음 이어져
이렇게 길이 된 것이니.
그 꿈이 길기만 하다,
한 길 마음속이 깊기도 하다.
ㅡ글.김성진
일본 후키다시 공원 길을 걸으며
이 글을 옮겨 적었다.하기
................................
하기 2017.08.08 19:16
프롤로그(Prologue)
ㅡ홋가이도 휠링 여행을 떠납니다.
모든 길은 가야만 끝이난다. 그러니 가야한다. 겁먹지말고 주눅들지 말고 똑바로 쳐다 보며
가야 한다. 여행은 가슴이 떨릴때 가야지 다리가 떨릴때 가면 늦은 거라고...했짆는가.
아내의 생일을 맞았다. 내 알바하며 모아둔 배추잎 이백장을 내 놓으며 일본 북해도 여행을
가자고 하니 아내는 혼쾌이 좋다고한다.철이형 내외와 저편 양지바른 곳에서 목장을 지키는
자야누이 와 함께 가기로 최초 계획했었는데, 이일 저일 엉켜서 함께들 못하고 아내와 둘이
여행을 떠난다. 아마도 나는 사진을 만든다고 설쳐 될것이고 아내는 날 찾아 쫑알 댈 것이다
에필로그(Epilogue)
ㅡ여행을 끝내고 제 자리에 왔습니다.감사합니다.
내게 스쳐 지나 가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가르쳐준 인생의 선물은 바로 여행이 었다.
우리가 고통스러운 이유는 욕망 때문이예요, 여행은 비우고 떠나서 채워오는 경험이 었죠.
ㅡ그래서 반듯이 있어야 하는 것이 그 기억을 적어두는 기록이다.<이현상 평전 全文> 김성동에서
[여행]
여정이 일치 하는 그곳에 당신이 있고
길이 생겨 나기 시작 했다
시간은 망명과 같다 아무도 그
서사의 끝에서 돌아오지 못한다
그러나 끝긑내 완성될 운명이
이렇게 읽히고 있다는 사실,
사랑은 단 한 번 펼쳐진 첫줄에서
비유된다 이제 더 이상
우연한 방식의 이야기는 없다
이곳에 도착 했으니 가방은 조용해 지고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다.
여행은 항상 당신의 궤도에 있다.
ㅡ 윤성택 시인 作
좋은 만남
인생의 고비마다 떠난 힐링 여행
ㅡ아픔을 극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대기도 하고,
일이나 취미에 몰두하거나 술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선택한 것은 여행이었다.인생의 고비마다 떠난 여행은 그의 마음을 치유하고
살아갈 힘을 채워졌다
"용기가 없어서, 과감하지 못해서 다 버리고 떠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내가 있는 자리에서 지켜야하는 더 소중한 것이 있었다"고 말했다.
ㅡ 모르는 길은 있어도 못가는 길은 없다는 얘기가 생각 난다.
ㅡ [아버지] 당신의 94년 동안 인생은 결코 헛된게 아니었습니다.
ㅡ [부부] 두 바퀴는 결코 넘어지지 않는다.
ㅡ 좀더 적게 먹고 적게 욕심 부리는 것이 행복의 열쇠
ㅡ 기대지 말라! 기대하지도 말라! 다 주려고 말고,다 받으려 말자!
ㅡ 아이의 순수한 마음처럼 믿음을 주는 [하기]가 있습니다.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 볼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의 사랑을 춥게하리
ㅡ정희성<한 그리움>中
조금 더
나누어야 할 계절을
우리는 겨울이라 부른다
이 유 作
////////////////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과거가 있단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과거가..
비가 오는 거리를
혼자 걸으면서
무언가 생각할 줄
모른는 사람은
사랑을 모르는
사람이란다.
(비를 좋아하는 사람은)
(중에서.조병화님)
........................................................................
하기 2017.07.19 22:29
지갑, 스마트폰,우산을
잃어버리면 "아차" 하고 바로 압니다.
하지만 "현재" 라는 시간은
잃어버린지도 모르게 흘러갑니다.
과거에는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 며
현재를 희생했고,
지금은 "젊어 고생 한 것을 후회" 하며
현재를 소비합니다.
시인 고은 님은
올라갈 때 못 꽃을
내려갈 때 보았다고 노래했지만
올라갈 때 본 꽃을
내려갈 때 못 볼 수도 있는 것이 인생입니다.
곧 시들 것을 알기에
피어나는 순간 최선을 다하는 꽃.
꽃을 볼 최적의 시간은
올라갈 때도 내려갈 때도 아닌
지금 이 순간입니다.
ㅡ공무원연금 7월호. 이달의 연금지 생각中에서 ㅡ
..................
하기 2017.07.14 07:02
엉겅퀴
- 고정국
쉽사리 야생의 꽃은
무릎 꿇지 않는다
빗물만 마시며 키운
그대 깡마른
반골의
뼈
식민지 풀죽은 토양에
혼자 죽창을
깎고 있다
<<한국 동서문학>> 17년 여름호 단시조 특집 5인선에서
.....................................................................................................
어른 노릇
사람은
주는 것으로 어른이 된다.
나이가 들어도 누군가에게 내가 가진
뭔가를 줄 수 있다면 여전히 청년이다.
갓난아기 때부터 어른이 될 때까지 인간은
오직 받는다. 생기 넘치는 만년의 생활자들은
하나같이 베풂을 잊지 않는 사람들이다.
베풂을 잊지 않는 한, 그가 몇 살이든,
몸이 불편하든 마음만은
건강한 장년이다.
- 소노 아야코의《간소한 삶 아름다운 나이듦》중에서 -
* '베푸는 사람'이 곧 어른입니다.
베푸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돈이나 물질,
아니면 시간으로, 손길로, 마음으로 베풀 수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입은 닫히고 가슴은 열려야 합니다.
가슴이 열린 만큼 지갑도 열려야 합니다.
그래야 건강하게 어른 노릇도
잘 할 수 있습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
......................
인연
세상에 오래
남아 있지 못한다 할지라도
내게 주어진 이 막막한 백지와의 인연을
이어갈 것이다. 내가 쓴 보잘것 없는 글들이
이 가난한 세상에 작은 위로의 눈발이 될 수 있도록.
그 누군가의 헐벗은 이불 속 한점 온기가
되어 줄 수 있도록. 나는 저 눈 내린
백지 위를 걸어갈 것이다.
- 최인호의《인연》중에서 -
* 더위를 이기려
다시 읽게된 책 <인연>.
참으로 새롭게 마음에 다가옵니다.
오전엔 어느 낯선 할머니를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인연이 닿은 것이지요. 할머니는 제가 참으로 필요하다
말씀하십니다. 저 또한 할머니의 사랑을 많이 받아
행복합니다. 소중한 인연으로 사람이든 일이든
현재 처한 상황에서 여유로운 사랑을
나누고 싶습니다. 위로, 온기,
참 좋은 말이네요.
-고도원의 아침편지-
.......................
비움과 채움, 채움과 비움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채우고 또 비우는 과정의 연속이다.
무엇을 채우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며
무엇을 비우느냐에 따라 가치는 달라진다.
인생이란 그렇게 채우고 또 비우며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찾아가는 길이다.
- 에릭 시노웨이,메릴 미도우의《하워드의 선물 》중에서 -
* 그렇습니다. 인생은
채움과 비움, 비움과 채움의 반복입니다.
단순 반복이 아니라 반복하면서 진화되고 완성되어
가는 것입니다. 더 깊어지고 넓어지고 높아집니다.
세상만물을 더 깊이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사람을 더 깊이 더 잘 사랑하게 됩니다.
비우는 것이 먼저입니다.
-고도원의 아침편지-
.................
아름다운 마무리
아름다운 마무리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일의 과정에서, 길의 도중에서 잃어버린 초심을
회복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근원적인 물음
'나는 누구인가?'하고 묻는 것이다. 삶의 순간순간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하는 물음에서
그때그때 마무리가 이루어진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비움이다.
비움에 다가가는 것이다.
- 법정의《아름다운 마무리》중에서 -
* 매사에 시들해졌을 때
처음의 마음을 떠올릴 수 있다면,
움켜쥐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고 비움으로써
욕심이 사라질 수 있다면, 마음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미움을
비움으로써 자유로와질 수 있다면, 새로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나는 누구이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생각할 수 있다면,
우리는 매일매일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듯
살 수 있지 않을까요?
-고도원의 아침편지-
하기 2017.05.26 14:45
[가슴으로 읽는 시조]
-"봄날은 간다"-
물집 터진 여린 생각
너는 간다 봄바람아
고운 잇몸 드러내며
까무러친 해안선 너도
가거라
돌아보지 마라
가서는 오지 말거라.
―강지원(1969~)
.............
☎
봄날은 간다, 또. 언제나 그랬듯 올봄도 그예 간다. 때 이른 더위
속이건만 아직 봄으로 부르고 싶은 오월도 마지막 굽이.가는 봄을
늘 아쉬워하는 것은 짧기 때문일까, 인생의 '화양연화' 같은 꽃철
이라 더 그럴까. 노래 '봄날은 간다'가 시인들 사이에 거듭 불려나
오는 것도 '연분홍 치마' 봄날의 짧은 휘날림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물집 터진 여린 생각' 도 이제 모두 '봄바람'에 실어 보내야 할 때.
그런데'고운 잇몸 드러내며 까무러친 해안선'이라니! 파도들 하얗
게 부서지는 절묘한 감각 따라 너도 가라. '가서는 오지 말거라.'
참 단호하다. 하지만 '가거라','돌아보지 마라'강한 어조에서 왠지
복잡한 심경이 짚인다.부탁인지 협박인지 짐짓 무장한 듯 강한 표
현에 속내가 더 보인다. 가라고 하지만 실은 가라는 게 아닐지도!
하지만 반어(反語)인들 갈 봄이 아니 가리오. 그러니 가되, 내년에
는 더 눈부신 꽃봄으로 오시라.
...........................
길처럼
- 박목월
머언 山 구비구비 돌아갔기로
山구비마다 구비마다
절로 슬픔은 일어.....
뵈일 듯 말듯한 산길
산울림 멀리 울려나가다
산울림 홀로 돌아나가다
......어쩐지 어쩐지 울음이 돌고
생각처럼 그리움처럼......
길은 실낱 같다
....................
하기 2017.05.09 17:25
[단체사진]
ㅡ 이성묵 ㅡ
나는 왜 늘 뒷줄에만 서 있었을까
누렇게 얼룩지고 빛 바랜 사진
눈부시게 터뜨려 주던 플래쉬 불빛과
좀체 터지지 않던 억지 웃음들이
그땐 어쩌면 이렇게도 어정쩡한 자세였는지
앞선 자들에게 얼굴 가려지고
청춘이 반쪽으로 남은 사내
얼마나 더 오래 뒤꿈치를 들고 견뎌야만 할가
세상의 뒷줄들은.
ㅡ 사실 누구나 이런 발꿈치를 들며 사진을 찍었던 경험이 있다.
그것이 인생이고 삶이지 않았을까 싶어 시선을 오래 머문다.
문득 그 뒷줄에서 만났던 친구들이 그립다. ㅡ
........................................
[밤꽃이 필때]
ㅡ복효근/ 시인
앞집 장닭은 시도 때도 없이 울어서
날이 밝았거니 하고 일어나면
새벽 세 시도 되고
유정란 먹겠다고 기르는 그 닭을
그러나 나는 모가지를 비틀어
안주감으로나 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요
밤꽃 내 진동하는 6월 어느 날엔가는
동네가 떠나 가도록
유난히도 울어쌓는 웬수같은 그놈 때문에
웬일이랴 깨어서
우리 내외
뒤척이다 궁시렁대다 그만
갑자기 뜨거워졌겠지요
가끔은 아닌 밤에 꼬끼오
닭이 울어도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밤꽃 내는 왜 스멀스멀
온 동네에 기어 댕기던지요.
Profile - - -
복효근 / 1962년 남원에서 태어나 1991년[시와시학]으로 등단
시집[누우 떼가 강을 건너는 법] 외 다수.
편운 문학상 신인상/시와시학 신인상 수상
.............................................
[바람]
벼루었다는 듯
슬기 머금은 빨래를
끊임없이 애무한다
희한한 건
몇 시간째 여전히
살랑 거린다
바람을 본 빨래는.
ㅡ이봉진 /서각가 시인
.......................
[유월]
그대의 섬에
그늘을 그리다
짙은 녹색의
꿈이라 하던 ...
......................................
하기 2017.04.29 16:21
[대구의 봄은]
ㅡ상희구
대구의 봄은
칠성시장에 제일
먼저 찾아온다 중리(中里) 날뫼 쪽서
햇미나리, 정구지가
칠성시장의 봄은 들오고
칠성시장 채소전에서
시작는다 하빈(河賓) 동곡(東谷)서는
시금치, 건대가
배껕 날씨는 들오고
아직 칩은데
경산(慶山) 압량(押梁)서는
발씨로 불노(不老), 서촌(西村) 낭개 가지가 들오고
쪽서 쑥갓, 아욱이
들왔단다 청도(淸道) 풍각(豊角) 각북(角北)
서는 풋고추,오이가
들왔다
대구에 봄이 들어오는
초입인 파동(巴洞)의 용두방천(龍頭防川)
앞산 안지래이 쪽은 봄이 안주
뻐뜩도 않하는데
칠성시장에는 발씨로
봄이 난만(爛漫)하다.
2017.4월호 [대구시의회보] 속에 실린 권두시 全文
하기 2017.04.16 14:49
100원짜리 동전을 넣고 전화를 걸듯
시동을 걸고
천천히 미시령을 향하는
밤11시 내 몸의 불빛 두 줄기, 휘어지며
모든 차들 앞서가게 하고
미시령에 올라 서서 음, ㅣ척을 내보지만
두려워하는 천불동 달처럼 복받친 마음
우리 무슨 특별한 약속은 없었지만
잠드는 속초 불빛을 보니
그는 가고 없구나
시의 행간은 얼마나 성성하게 가야 하는지
생수 한 통 다 마시고
허전하단 말도 저 허공에 주지 않을 뿐더러
- 그 사람 다시 생각지 않으리
- 그 사람 미워 다시 오지 않으리
ㅡ고형렬 作 <밤 미시령>
☎ 시가 있는 월요일
[미움도, 그리움도 버리고.] 터널이 생기기 전 옛 미시령 길은 참 많은
생각을 하면서 지나다닌 길이었다.구불구불한 길을 운전하며 때로는 사랑을,
때로는 인생을 생각했었다. 밤길이면 더 그랬다. 저 멀리 항구도시의 아득한
불빛들을 보면서 기리운 것들을 많이 떠올리곤 했다.
바로 그 풍경을 그리고 있는 시다. 홀로 밤 미시령을 넘어가고 있는 한 남자의
심정이 잘 그려져 있다.선이 굵은 좋은 작품이다.미시령에 서서 생수 한 통 다
비우고,어떤 말도 어떤 미움도 남기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남자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미륵보살이 때가 되면 은혜를 베푼다는 뜻을 지닌 미시령 언덕에 미움
도 그리움도 모두 버려둔 채 돌아오고 싶다. ㅡ허연 <매일경제신문 문화부장>시인
.............................
웃어도 예쁘고
웃지않아도 예쁘고
눈을 감아도 예쁘다
오늘은 네가 꽃이다.
ㅡ시집 <별처럼 꽃처럼>중, "오늘의꽃"
☎ 나태주 시인의 시는 참 쉽다.
술술 읽히는데 책장은 잘 넘어가지 않는다.
한 편의 시를 여러번 읽고 한참 들여다 보기 때문.
잔잔한 여운이 마음속에 오래 남는다,나를 위로했다.
...........................
하기 2017.04.16 12:01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가 있으면
가서 그 볏단을 들어주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 있으면[비워서 아름다운]
가서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북쪽에 소송이나 싸움이 있으면
부질없는 짓이니 그만 두라 하고
가뭄 든 때에는 눈물 흘리고
냉해 든 여름에는 버둥버둥 걸으며
모두에게 바보라 불리는
칭찬도 받지 않고
고통도 주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네
ㅡ미야자와 겐지 作<비에도 지지읺고> 中
☎ [비워서 아름다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모를 때, 가끔 사는 일에 회의가
밀려올 때 찾아서읽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시다. ㅡ허 연 <매일경제신문 문화부장>(시인)
...........................................
움찔 움찔 여기 저기
씨앗들의 분주한 봄입니다.
겨우내 말 없음의 수고는
다시 풀잎 봄비 맞으며
연두빛 사랑 깨우기입니다
햇살 바람 씻은 이른 봄
꽃길에서 꽃잎 닮은
그대. 우리 곧 만나요.
하기 2017.04.16 12:01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지지 않고
서쪽에 지친 어머니가 있으면
가서 그 볏단을 들어주고
남쪽에 죽어가는 사람 있으면[비워서 아름다운]
가서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북쪽에 소송이나 싸움이 있으면
부질없는 짓이니 그만 두라 하고
가뭄 든 때에는 눈물 흘리고
냉해 든 여름에는 버둥버둥 걸으며
모두에게 바보라 불리는
칭찬도 받지 않고
고통도 주지 않는
그런 사람이
나는 되고 싶네
ㅡ미야자와 겐지 作<비에도 지지읺고> 中
☎ [비워서 아름다운]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모를 때, 가끔 사는 일에 회의가
밀려올 때 찾아서읽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시다. ㅡ허 연 <매일경제신문 문화부장>(시인)
...........................................
움찔 움찔 여기 저기
씨앗들의 분주한 봄입니다.
겨우내 말 없음의 수고는
다시 풀잎 봄비 맞으며
연두빛 사랑 깨우기입니다
햇살 바람 씻은 이른 봄
꽃길에서 꽃잎 닮은
그대. 우리 곧 만나요.
..........................................
하기 2017.03.20 15:26
[정거장]
그 때 거기서 내렸어야 했다는 것을
기차가 떠나기 전에 눈치채지 못했네
창 너머 벚꽃에 취해, 오지 않는 시간에 묶여
그 때 거기서 내렸어야 옳았다는 것을
자리를 내줄 때까진 까맣게 알지 못했네
갱상도,돌이 씹히는 사투리와 비 사이
그저 산다는 것은
달력에 밑줄 긋기
일테면 그것은 또
지나쳐서 되돌아가기
놓치고 되돌아보는 정거장은 더욱 환했네.
< 민병도의 시집 " 장국밥 " (시인생각) 中에서 >
........................................
동물은 배가 부르면 자기보다 약한 걸 안 잡아먹는다. 사람은 배가 불러도 늘 뭔가 저장을 하지.
그게 인간의 속성이고 그래서 때론 잔인한 거고, 허지만 그런 인간을 이해하고 회복시키는 것도
인간이다. 내가하는 사진 작업도 결국 사람을 위한, 자기 성찰의 일종이다. 조금 다른 얘긴데 사
진이 한때는 문학과 놀았고 미술과도 놀았다. 나는 사진이 정말 제대로 가려면 인문학과 놀아야
한다고 본다.사람을 탐구 하는것!.사진은 기록보다 기억을 위한 거라고 본다.사람과 역사를 기억
하기 위한 사진(寫眞). 슬프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림자처럼 사진에 들어가는 일이다. 내
사진에 보면 가끔 내가 나온다. 그림자로 잔영처럼 거기 들어가는게 고통을 느끼는 작은 일이다.
사진은 사람과 역사를 기록하기 보다 기억을 위한 수단.....의미있는 사진을 찍으려면 사람. 땅이
하는말. 넋두리를 들어야 한다. ㅡ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이재갑> 글中에서 ㅡ
..............................
상사화
ㅡ정형택ㅡ
원망하며
속상하며
가슴 앓는 사람아
피 토하며
가슴 치며
참아내는 사랑아
기다리며
그리면서
못 떠난 사람아.
.............................................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 악물고
그 까짓 사랑 때문에
그 까짓 여자 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서 엉엉 울었다.
ㅡ선운사 동백꽃 全文 <김용택 시인>
..............................
[2 월]
"벌써"라는 말이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들의 매화가지를 살펴 보아라
항상 비어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 - - -)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 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 주는 달
ㅡ오세영 [2 월] 중 ㅡ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설 지나면 2월도 대강 종친다.
그대, 올해도 이렇게 덧없이 보낼 건가.
시간은 빠르다.
......................................
[2 월]
"벌써"라는 말이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들의 매화가지를 살펴 보아라
항상 비어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 - - -)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 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 주는 달
ㅡ오세영 [2 월] 중 ㅡ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설 지나면 2월도 대강 종친다.
그대, 올해도 이렇게 덧없이 보낼 건가.
시간은 빠르다.
..............................................
하기 2017.01.18 15:04
2004년 봄 글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ㅡ[도종환 시 "흔들리며 피는 꽃"]
..................
2011년 여름 글판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ㅡ[정현종 시 "방문객"]
...................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고맙다
이런것이 고마운 일이다.
ㅡ[김사인 詩 "조용한 일"]
교보생명 벽에붙은 2016년 가을글판 이다.
81~ 90까지
2016.11.17 13:11
[웃은 罪]
- 김 동 환
지름길 묻길래 대답했지요.
물 한 모금 달라기에 샘물 떠주고,
그러고는 인사하기에 웃고 받았지요.
평양성에 해 안 뜬대도
난 모르오,
웃은 죄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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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가을]
- 이재무
움켜진 손 안의 모래알처럼 시간이 새고있다
집착이란 이처럼 허망한 것이다
그렇게 네가 가고 나면 내게 남겨진 가을은
김장 끝난 텃밭에 싸락눈을 불러올 것이다
문장이 되지 못한 말(語)들이
반쯤 걷다가 바람의 뒷발에 채인다
추억이란 아름답지만 때로는 치사한 것
먼 훗날 내 가슴의 터엔 회한의 먼지만이 붐빌 것이다
젖은 얼굴의 달빛으로,
흔들리는 풀잎으로,
서늘한 바람으로,
사선의 빗방울로,
박 속 같은 눈 꽃으로
너는 그렇게 찾아와 마음의 그릇 채우고 흔들겠지
아 이렇게 숨이 차 사소한 바람에도 몸이 아픈데
구멍난 조롱박으로 퍼올리는 물처럼 시간이 새고 있다
ㅡ지난달 10월10일 어머니 손을 영원히놓고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조용히 가족장을 치루고난후 오늘을 맞았다. 꽤 오랫만에 한국의산천 님
방에 들려 활동 모습을 뵙고는 인사말도 못하고 위에 詩 두 편을 갖이고 왔다.
인사하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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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2016.12.08 13:17
[뿅뿅다리의 진리]
ㅡ 이복자 ㅡ
건넌다는 것은 이어짐이다
다리는 가로막는 것이 있는 곳에 놓인다
끊어졌던 희망이 이어진 통로는 건너야 단단해진다
건너편을 쉽게 점령하는
잇는 무거움의 지탱을 칭찬할 줄 모르는 사람보다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그리고 자신을 생각하며 건너기를 원한다
물 흐르는 긴 다리를 건너본 사람들은
바람이 있고 소리가 있어 시원함을 깨달고야
가벼워지는 다리 위의 진리를 그리워하게 된다
난간도 없이 가는 다리로 철판에 구멍 뿅뿅 뚫고
어려운 세태 중에 비람과 물의 소통까지 감당하며
오로지 애인(愛人) 정신으로 길게
사람의 흑백을 주장하는 다리
가벼워진 사람이면 이 빠진 할아범같이 좋아 웃는
뿅뿅다리를 누구든 그리워하라
그리워하라.
ㅡ 경북 예천 회룡표의 명물인 [뿅뿅다리]를 시인은 건너고 있다.
뿅뿅다리는 공사장 발판으로 쓰는 구멍 숭숭 뚫린 철판으로 만든 임시 다리다.
☎ 이복자 시인: 1954년 강원도 강릉 출생. 1994년 한국아동문학연구회 동시로 등단.
남양주 동화중학교에서 국어교사로 36년간 아이들 가르켰고 지금은
한국 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으로 있다.
중앙월간10월호 [포토포엠 ]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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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2016.12.03 23:10
[오.매 단풍 들것네]
- 김 영 랑
「오.매 단풍들것네」
장광에 골불은 감닙 날러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니니
바람이 자지어서 걱졍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보아라
「오.매 단풍들것네」
ㅡ [原文]임 ㅡ
※ 사투리가 주는 정감과 누이와의 교감이 물씬 느껴지는 고운시 “오매 단풍 들것네”
김영랑은 열 네 살의 어린 나이로 결혼을 했다가 1년 만에 상처를 한 아픈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런 그였기에 어린 누이에 대한 감정이 남달랐다고 한다.
김영랑 (김윤식) :1903년 1월 16일, 전라남도 강진 生 - 1950년 9월 29일 卒
어린 누이가 장독대에 무언가를 가지러 나갔다가 무심코 떨어지는 붉은 감잎을 보고
아름다움에 놀라 “오매 단풍 들것네”라고 말하자 그런 누이의 말투를 그대로 따라하는
오빠의 장난이 재미있게 녹아있는 한장의 그림이자 아름다운 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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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2017.01.06 23:06
[국숫집이나 차려야겠다]
ㅡ이남섭
늙으면
좀 더 늙으면
땅값 거저인 동네
시냇물 졸졸 돌아 흐르고
잊을 만하면 드문드문 인적 드는 산모퉁이
방 두 칸에 툇마루 널찍한 흙벽돌 집 한 채
지어야겠다
아침 일찍
황토 마당 정갈히 비질하고 나면
자전거 타고 새마을 가게에 가서
먼지 앉은 소면 두어 봉지 싣고 와
부엌 찬장에 얹어놔야겠다
싸리나무 엮어 매단 사립문에
'국시 팝니다' 창호지에 써서 떡 붙여놓고
간혹 오가다 기웃대는 늙은이 끌고 들어와
국수나 말아줘야겠다
마당 구석 화덕에 솥 얹어 물 끓여 삶아
손 시린 우물물에 헹궈 건져 대접에 담아
어젯밤 술 안주하다 남은 멸치대가리 우린 국물
한 국자 푹 떠서 말아주던가
돌담 밑에 묻어둔 독에서
신 김칫국물 한 사발 푹 퍼와 말아주던가
국수 한 그릇 툇마루에 올려놓으면 끝
먹든지 말든지……
한 이천 원은 주려나
비싸다는 눈치가 보이면 천 원만 달라고 할까
얼마라도 좋아
라면처럼 꼬불거리는 인생
험한 길 걸어온 늙은이끼리 마주앉아
면발 쭉쭉 뻗은 국수 나눠 먹으며
키득키득 뒷말이나 하며 살아야겠다
91~ 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