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지율스님이 경찰에 의해 쓰러진 날,
지율스님이 직접만들어 노무현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지난 주
한 일주일 동안
경주에서 수련대회가 있었다.
모처럼 가 보았더니
예전 그대로
그다지 변하지 않은 모습이
나를 흠뻑 반겨주었다.
변화가 좋은 것 같아도
변함없음에 비할 수가 없다.
남산 부처님도 뵙고,
언양 석남사며
양산 통도사까지 다녀왔다.
지율스님께서
생명의 공명으로
청와대 앞에서 오랜 단식으로 앉아 계시는
그 의미를 함께 느끼기 위해
천성산을 오르려고 했다가
못 오른 것이 내내 아쉬움을 넘어
가슴 한켠에 무거운 죄스러움으로 남기도 한다.
지율 스님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남쪽으로 가기 전에도
ebs에서
스님의 인터뷰를 보았다.
가슴 한 켠이 찡해 지면서
지금의 나를 되돌아 보게 했다.
나야 생명을 좋아하고
자연을 좋아하며
느끼고 하나되는 그 경험을 좋아한다지만
그 아름다운 자연의 파괴 앞에서
내가 한 것은 무엇인가.
두고 두고
생각이 나고 있다.
마음도 복잡하다.
지금도
또 지난 주
38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도
그 뜨거운 뙤약볕 아래서
밥 한 끼 드시지 못하고 단식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고 계신다.
스님의 행동이
큰 감명을 주는 것은
오로지 자연을 사랑하는,
산을 사랑하고 생명을 사랑하는
그 정신 하나가 보여준 실천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사로운 마음이나
이기심이나,
더욱이 정치적인 계산 같은 것들이
전혀 깔려 있지 않은
아주 순수하고 청정한
수행자의 눈밝은 정신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나를 움직이고,
또 나를 아프게도 하고,
또 가슴 속에
큰 숙제 같은 것을 남기게도 한다.
부디...
스님 건강하시고
천성산의 눈밝은 수행자 되시길...
아래 베너에서 도룡뇽친구
100만인 서명운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들 각자가 할 수 있는
작은 생명사랑의 실천이라고 생각됩니다.
함께 동참해 주시길...
참...
그리고 내일 화요일(27일)
밤 12시 10분
KBS 2TV의 `생방송 시사투나잇`에
지율 스님의 단식농성 이야기가 방영된다고 합니다.
깊은 울림이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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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언론 자료입니다.]
초복을 이틀 넘긴 7월 22일. 지율스님의 단식 23일. 어느덧 목소리에 기운이 빠지고, 힘겨워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오랜 장마가 지루했는데, 폭염과 열대야가 숨가쁘다. 지율스님께서는 지금, 차라리 빗소리가 정겨웠다고 기억하고 있을까.
에너지를 공급받지 않고는 육신을 지탱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를 넘었다. 어느새 사람들의 인사가 바뀌었다.
“지율스님은 어때요? 괜찮나요?”
그리곤 한동안 말이 없다.
지율스님의 안위를 걱정하고,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공사 강행을 비판하는 불교단체와 시민.환경단체의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조계종총무원에서도 사회부와 환경위원회 명의로 입장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지율스님은 오래 전에 목숨을 내놓은 것 같다. 그럴 것이다. 아름다운 천성산에 18km나 되는 터널이 뚫린다는 소식을 듣고, 어찌할 줄 몰라 산에 올랐다. 화엄늪과 무제치늪, 밀밭늪과 법수계곡을 하루에도 몇 번씩 올랐다. 그러던 어느 날, 산과 산에 깃들어 사는 생명들의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지율스님의 힘겨운 정진이 잠시멈추는 청와대뒤편의 노상처소.이곳에서 스님은 장대비와 온몸에 퍼진 습진과 그리고 이제는 폭염과도 함께하고 있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그래서 약속했다.
“내가 도와줄게.”
어찌 못 들은 척 할 수 있었겠는가. 약속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명(共鳴)이었다.
약속은 목숨과도 같은 것. 불제자인 것이 자랑스러운 수행자의 약속임에 어찌하랴.
지율스님을 누가 청와대 앞에 앉게 했을까. 지율스님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 산과 산에 깃들어 사는 목숨붙이들의 소리들이 이렇게 했으며, 도와줄게 했던 그 약속이 지율스님을 청와대 앞에 앉게 했다.
누가 지율스님을 다시 산으로 돌아가게 할 수 있을까. 지율스님의 소리에 공명할 수 있는 사람이다. 아직 지율스님이 저리 하고 계시니 공명이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어려운 것이 아니다. 쉬운 일이다. 공사를 멈추고,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하는 것이다.
천명의 성인이 나신다는 천성산에 어느 고운 님들이 살고 계시는지 알아내고, 터널을 뚫어도 괜찮은지, 고속철도가 다녀도 괜찮은지 갓난아기 안는 마음으로 살펴야 한다. 지극한 상식이다. 그런데 어떻게 했는가. 엉터리였다. 94년 협의 완료된 환경영향평가서는 “계획노선 주변에는 특별히 보호를 요하는 동식물은 없음”,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지율스님의 단식정진 현장에 이제는 하나둘씩 그 뜻을 따르는 도반들이 모여든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상근자들이 매일아침 108로 스님과 함께하고 있다.
고속철도건설공단이 의뢰해 실시하고, 환경부가 협의 완료한 환경영향평가서가 너무 어이없어 마창환경운동연합과 습지보전연대회의에서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천성산에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식물이어서 거래방지협약 대상종인 잠자리란, 우리나라 특산종인 꽃창포를 비롯해 30여종의 환경부 지정 법적보호동식물 등 모두 1천여종의 동식물이 살고 있음을 확인했다. 엉터리 환경영향평가서에는 300여종만이 기록되어 있다.
천성산엔 2002년 습지법에 의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화엄늪이 등 22개의 고층습지가 있는데, 환경영향평가서에는 고층습지가 있다는 명백한 사실조차 빠져 있었다.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기 위해 현장에 한번이라도 갔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천성산 터널 예정 구간엔 법기단층과 양산단층 등 활성단층이 있어 터널의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질학자들의 경고도 있었다. 쇠귀에 경읽기인가. 터널 굴착으로 인한 지하수맥의 단절과 지하수의 유출로 고층습지와 13개 계곡이 사막화될 수 있다는 호소에도 정부는 귀를 틀어막았다.
경부고속철도 건설 사업엔 19조원의 돈이 들어간다. 그래서 단군 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이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더욱 여법(如法)해야 하지 않겠는가. 조금 더디더라도 엉터리여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상식 너머의 이상적인 정부와 대통령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지극한 상식을 지녔으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괜찮은 정부와 대통령을 갖는 것이 국민의 권리이며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제 이런 질문을 해야 한다.
“지율스님은 어떤 모습으로 산으로 돌아갈까?”
그리고 스스로에게 대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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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스님이 천성산 고속철 관통중단을 서원하며 시작한 단식이 23일째를 넘어선 시점을 맞이하여 조계종 환경위원회는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그 전문은 다음과 같다.
천성산 지율스님 단식에 대한 입장
천성산과 고층습지, 그리고 그 곳에 깃들어 있는 뭇 생명을 살리기 위해 지율스님의 목숨을 건 3번째 단식기도정진이 어느새 23일을 넘기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7월12일 부산고등법원은 ‘고속철도 천성산 관통 공사착공금지 가처분신청 항고심(일명 도롱뇽 소송)’을 진행하면서 한국철도시설공단 측에 '원고 측을 자극할 우려가 있는 만큼 천성산 구간 공사를 잠정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재판부는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실시할 수 있도록 조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고 지율스님을 향해서도 "최대한 이 법정에서 조정의 분위기가 만들어지도록 극단적인 방법은 피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고속철도 건설공단과 현대건설은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이자, 동북아 물류 중심국가 건설의 주역이 되겠다는 ‘속도의 오만함’은 출가 수행자와 꼬리치레 도롱뇽, 그리고 만 생명의 꿈을 앗아가려 하고 있다.
이미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가 되어버린 양측은 부산고등법원의 권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여 즉각 수용하여야 한다. 또한 이 사안의 발단이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와 천성산 고층습지에 대한 정부의 미온한 대책에 있음을 지적한다. 따라서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 재실시 천명과 더불어 천성산 고층습지 보호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러한 조치들만이 정부와 건설사가 지율스님을 죽음으로 내몬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다. 불교계는 국가발전과 경제개발이라는 명분과 뭇 생명의 간절한 호소에 귀 기울인 수행자의 노력이 극한 대립의 상황에서 하루속히 벗어나 생명과 화해의 광장에서 논의되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또한 이러한 대립을 종식하기 위한 노력과 조치들을 기대한다. 또한, 불교계가 그 과정에서 해야 될 역할에 대해서는 기꺼이 자임하고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 나갈 것이다.
불기2548년(2004년) 7월 22일
대한불교조계종 환경위원회 위원장/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 지원
- 목탁소리 법상스님 -
첫댓글 원본에서 사진이 열리지 않아 가지고 오질 못했어요.
사진이 열리면 가지고 올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