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제 나이 28세 결혼을 앞두고 있고, 단란한 가정을 꿈꾸며 젊음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을 뽑았지만, 그 이유는 노무현 대통령을 잘 몰랐지만, 단지 한나라당이 싫었기 때문입니다. 20대 초반에 그냥 싫은 이유로 노무현을 찍었고, 임기 내에 정치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정치, 나랑은 별로 상관없는 이야기였습니다. 조선일보? 내가 좋아하는 랩퍼 인세인 디지가 1인 시위를 했기에 그냥 조선일보는 나쁜 거구나 생각했습니다.
군 복무를 군악대에서 했는데, 매년 3월에 사관생도 임관식을 대통령 행사로 치릅니다. 대구 영천 3사관 학교에서 사관생도 임관식에 대통령 행사를 하면서 이등병 시절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을 들었습니다.
아~ 저게 대통령이구나.
1년 후 상병을 달고 대통령이 연설하는 임관식에 또다시 참여하게 되었는데, 갑자기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였다고 대통령 대리로 총리가 임관식을 주관하게 되어 대통령 5성 행진곡으로 곡을 바꾸던 것이 기억에 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비판을 받으면서도 별로 관심이 없었고, 임기가 끝나고 정권이 바뀌는 현상을 지켜보았습니다.
대통령 선거 날, 대학원생이 된 저는 외국 여행으로 캄보디아에 있었습니다. TV를 통해 이명박이 당선된 것을 보면서 알아서 굴러가겠지 생각했습니다.
이제 3개월이 지나서…
대통령이 미국에서 쇠고기를 들여오는 과정을 보면서…
일본의 왕을 천황이라고 하면서 고개를 조아리는 것을 보면서…
쇠고기가 위험하면 안 먹으면 된다고 하는 것을 보면서…
관료들의 평균 재산이 35억인 것을 보면서…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는 것을 보면서…
취임하자마자 북한을 압박하는 것을 보면서…
주한미군 현상유지를 당연히 여기면서…
그리고 언론 통제하는 것을 보면서…
조중동이 입장을 바꿔 기는 것을 보면서…
왜 노무현이란 사람이 언론과 싸웠는지…
왜 노무현이란 사람이 나라를 위해 고민했는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부끄럽습니다. 가슴이 시리고요. 두렵습니다. 떨리구요.
젊은 시절을 모르쇠로 일관했던 정치적 무관심이 너무 부끄럽습니다.
저는 현재 신학대학원에 다니고, 아버지도 목사님이신데… 어젯밤에는 과제로 독일 신학자 본회퍼의 ‘나를 따르라’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독일이 나치에 의해 잘못되었을 때,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저항하고 역사 속에서 피를 흘리는 것이 참 기독교인이라고 합니다.
어린 시절 왜 아버지가 최루탄이 쏟아지는 현장에 어린 나를 데리고 그토록 다녔는지 이해가 됩니다. 왜 아버지께서 역사를 바로 알고, 저보고 역사에 동참하는 사람이 되라고, 그것이 하나님 뜻이라고 누누이 강조하셨는지 알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떨어져 지낸 아버지와 식사를 했습니다. 아버지가 젊은 시절 그토록 투쟁하여 쟁취했던 역사가 거꾸로 가는 것 같아, 마치 나 같은 젊은이들로 인하여 나라가 살아나지 못하는 것 같아, 아버지와 함께 피 흘렸던 모든 이들에게 죄송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 일본 연설문과 70분 격정에서 국방의 자주에 대해 격노하며 연설하는 것을 듣고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그립습니다. 보고 싶고요.
그리고
죄송했습니다. 더 관심 갖고 도와드릴 수 있었는데……
이제 저의 사랑하는 미래의 아내와 내 아이들을 위하여…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야겠습니다.
저는 현재 잘못된 역사의 정점에 서 있습니다.
이 정점에서 나는 역사를 바로잡고 싶습니다.
오늘 저도 시위라는 것을 처음 나가봅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아마 정치적 지지는 못하시더라도…
마음으로 응원해 주세요.
당신의 재임 시절 연설들이나, 정책들을 보면서…
당신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에
무척이나 눈물 나게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