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다들 대동소이할 것 같다. 산업? 현대노조? 파업? 수출? 공단? 하지만 그거 아세요? 우리가 아는 울주군이 울산광역시에 포함돼 있다는 것, 그래서 울산광역시가 서울보다 크고, 울산광역시 안에 도시 말고 대자연이 숨쉬고 있다는 것. 전부다 울주군 때문입니다. 과거 울산시 구역만 놓고 보면… 글쎄… 가볼 만한 데가 고래 관련된 곳과 대왕암 정도? 하지만 울주군까지 넣으면 이거 뭐 일주일이 모자란다. 이쯤에서 내가 읽고 엄청나게 웃었던 울산광역시의 비밀 하나를 공개해야겠다. 쨔쟈잔~ 이름하여 [울산 12 경]!
1. 가지산 사계
2. 간절곶 일출
3. 강동,주전 해안 자갈밭
4. 대왕암 송림
5. 대운산 내원암계곡
6. 무룡산에서 본 울산공단 야경
7. 반구대
8. 신불산 억새평원
9. 울산체육공원
10. 작괘천
11. 태화강 선바위와 십리대밭
12. 파래소폭포
이상은 [울산 12 경]이었습니다. 이 중에서 몇 곳 안 가봤지만 그래도 제 9 경 울산체육공원엔 안 가고 싶다. 실제 가보면 얼마나 좋을지 모르겠지만 서울보다 큰 광역시에서 8 경도 아닌 12 경을 만들면서까지 울산체육공원을 넣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너무 의욕이 넘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울산체육공원이 12 경에 들어 있는 당위성을 이렇게 적어 놓았다.
[ 세계 축구계의 보석이라고 찬사를 받았던 문수축구경기장은 주변의 문수산, 남안산, 호수 등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비경을 연출하며 시민과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소입니다. ]
쇼우 미 더 리즌! (Show me the reason!)
돌아본 몇 곳 중에 제 4 경 대왕암 송림부터 이야기를 해야겠다. 우리나라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절대절경이었다. 주차장에 버스(Bus)가 선 후 상가 거리를 걷다 예사롭지 않은 기운을 느끼고 뛰었다. 솔숲이었다. 그것도 보통 솔숲이 아니라 경주 어느 왕릉에서나 본 듯한 엄청난 솔숲이었다. 그리고 왼쪽으로 바다가 있었다. 생명의 기원이 바다라서 그런가? 바다만 보면 못 참겠다. 나는 땡기는 핏줄을 느끼며 바다로 뛰었다. 뛰다 보니 혼자였다.
‘그래, 인생은 어차피 혼자 가는 거야.’
나는 그렇게 주차장에서 대왕암으로 갈 때는 해안가 절경을 관통하며, 그리고 돌아올 때는 중간에 뻥 뚫린 산책로를 따랐다. 올 때 통과한 산책로도 시원하게 뻗은 소나무들이 산책로의 시작부터 끝까지 빈틈없이 시립하고 있어 범상치 않은 풍경을 자아내긴 했지만 그래도 이미 해안가를 관통하며 최고의 풍경에 눈높이가 맞춰져 있어 내 눈엔 그저 평범해 보일 뿐이었다.



대왕암의 솔숲은 바다를 접하고 있어 키가 작고 이리저리 뒤틀린 해송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시원시원하게 뻗은 육송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괜히 낯설게 느껴져서 더욱 큰 볼거리였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여기 심겨져 있는 소나무의 원조가 일본군이라는 사실을? 대왕암공원 일대가 동해 물길의 요충지고, 그래서 그 옛날 1905 년부터 등대를 세웠고, 나중에는 자신들의 군부대를 주둔시키며 주변과의 단절과 은폐를 위해 조성한 솔숲이 바로 지금 우리가 감탄해 마지않는 이 솔숲이라는 것을. 일본 군부대 안에 있었기에 이렇게 온전히 남아있다니 이것도 새옹지마면 새옹지마라 할 수 있겠다.
대왕암 송림 지역의 해안가는 만물상 저리 가라는 갯바위 화강암과 대나무 저리 가라는 힘찬 소나무와 피멍 저리 가라는 검푸른 바다가 한 데 모여 예술적 자연경관의 모든 형상을 다 표현해 주고 있었다. 만약 한국의 자연미를 이끄는 이 풍경 3 인방을 조합해서 대왕암공원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을 본 적이 있으신 분, 찍어서 보여 주세요. 선물 드립니다. 선물은? 바로~ 나야아~, 히히히… 나 지금 뭐 하고 있니? 어쨌든 모자라는 시간에 물리적으로 다 돌아볼 수 없을 것 같아 열심히 뛰었다. 그렇다고 그냥 지나친 게 있느냐? 없다. 바다로 깊숙이 들어간 전망대란 전망대는 다 들어갔다 나왔다. 그런 곳이 또 얼마나 많던지……. 용이 살았다는 굴도 있고, 거북이가 볕을 쬐는 모양도 있고, 좀 그렇고 그런 남근 모양도 있고, 할미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있고, 상투 비슷한… 뭐라더라… 탕건? 그런 모양도 있었다. 여기에 바다 한중간에 떠있는 바위섬과 왼쪽으로 보이는 초승달 모양의 일산해수욕장 백사장까지 더하면 뭐 한국의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꺼뻑 죽는다. 옥의 티라면 맞은편 공단이 내보이는 날것 채로의 산업공단쯤 되겠다.




아름답지만 너무 정적이라서 싫으세요? 그렇다면 세찬 바닷바람에 힘껏 밀려와 철퍼덕 철퍼덕 갯바위에 제 몸을 패대기 쳐대는 시퍼런 동해를 넣어 드리죠. 바다와 바위가 어찌나 날 새워 싸우는지 바다는 시퍼렇게 멍들고, 바위는 벌겋게 상기돼 있었다. 이 정도로 모자라나요? 너무 자연만 있어서 밋밋하다고요? 그렇다면 사람을 넣어 드리죠. 그 예술 같은 풍경의 화룡정점으로서 낚시꾼이 있었다. 바닷바람이 휘몰아치는 그 갯바위에 서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사람들… 오늘만은 그냥 사 드시면 안 될까나… 어때요? 이제 만족하시나요? 그런데 너무 잘 보여서 식상하다고요? 진짜 입맛 까다로우시네… 그러면 마지막으로 해무를 뿌려 드리죠. 바다가 불어대는 입김과도 같이 해무가 육지로, 육지로 날려 가고 있었다. 군무를 추며 바다에서 육지로 행진해 가는 해무와 이 해무로 인한 솔숲의 무채색 원근감이 대왕암의 솔숲을 신비롭게 만들고 있었다. 저 솔숲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
“역마살~~~~~ 역마살~~~~~역마살~~~~~”
여자 목소리면 좋겠는데 남자 목소리다. 그리고 아주 주기적이고 끊임없었다. 누가 나를 부르지? 귀 기울여 자세히 들어보니 내 이름이 아니라 ‘뿌앙’이라는 사람을 부르고 있었다.
“뿌앙~~~~~뿌앙~~~~~뿌앙~~~~~”
등대였다. 빛으로 해무에게 안 돼 이번에는 소리로 공격하는 울기등대였다. 이 소리는 대왕암 쪽으로 가면 갈수록 커졌다. 그러고 보니 나도 이 등대소리로써 방향을 잡았던 것 같다.












대왕암 다 가서 갯바위 틈새로 제법 널찍한 자갈밭이 있었다. 자갈밭 위에는 간이의자와 간이식탁이 나란히 놓여 있었는데 바로 해녀들이 물질해서 잡아온 해산물을 부리고, 그대로 썰어서 파는 난전이었다. 우리가 간 날이 하필 바람이 많이 불고, 해무가 잔뜩 끼고, 언제 비가 쏟아질지 모르는 그런 날이라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한쪽 구석에 앉아 오순도순 뭔가를 먹고 있는 가족이 있었다. 좋아하지 않는 술이지만 저런 데서는 나도 펑펑대고 앉아 한 잔 걸치고 싶어진다. 공단 근처지만 바닷물은 깨끗한가 보다. 하긴 공단과 대왕암 사이의 움푹 들어간 곳에 일산해수욕장까지 있지 않은가. 울산에는 백사장을 가진 해수욕장이 딱 2 곳 있는데 바로 이 일산해수욕장과 서생포왜성 밑에 있는 진하해수욕장이란다. 설마 해수욕장까지 있는데 바닷물이 깨끗하지 않겠어? 이 자갈밭 뒤가 바로 우리의 목적지, 대왕암이었다.
첫댓글 산책로 쪽으로 가셨군요. 정말 멋진 풍경입니다. 저도 다음부터는 내리자마자 마구 뛰어다녀야 겠어요.
이런 사진기를 들고 있는 제 생존전략입니다. 기동성...
해무가 낀 대왕송림은 일품이었어요. 게다가 대왕암 가는 길은 앞이 안보일 정도였고 돌아올 때는 쇼생크 탈출이 순간 생각났다고 할까 아니 전쟁나서 피난 가듯이 바삐 나왔답니다. 포스팅에 너무 신경을 쓰는 것 같군요. 1등, 특등들이 계속 나오겠네요~~
그래도... 다 읽어 보시는 분이 별로 없더라구요. 특히 요즘 젊은 것들... 히히히
돌 색이 참 이쁩니다. 부지런 하신 만큼 멋진 작품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쪼매난 카메라로 사진 참 잘찍으십니다.
다시금 사진을 보니 약간 겁이 납니다. ㅎㅎㅎ 사실 겁이 많아 뿌앙~역마살~뿌앙~ 부르는 소리도 무서웠고, 해무에 기웃등거리는 나의 연약한?...바람에 날아갈듯한 매서운 바람에 돌아 나올땐 걸음아 나살려라 하고 뛰다시피 나왔거든요~
사진 정말 잘 나왔네~!
새벽에 일어나서 이 글을 쓰고 있었구만.. 거참..
에세랄보다 똑딱이가 더 나은것 같은 이 느낌은 뭐지??^^;;
바지런한 역마살님 역시 남보다 건진것이 많을거라 예상은 했지만 멋진 차
화된 영상물들 많이 건지셧네요.수고많으셨구여....또뵈여
역시 내생각이 맞어...내공수련이 잘 되어있어...( 이비인후과는 가보아야겠지만 )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