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골 골짜기, 저수지를 품에 안고
널찍한 도로에 아파트 단지가 보입니다. 경기도 양주시 광사동. 여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 속에 캠핑장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따라옵니다. ‘씨알농장’을 가리킨 내비게이션은 큰 길에서 연신 U턴을 시키더니 아파트 단지를 끼고 난 좁은 길로 안내합니다. 큰길에서 채 1km도 떨어지지 않은 곳. 도회지에서 조금 벗어났을 뿐인데 겨우내 쌓인 눈이 하얗게 길 위에 뿌려졌습니다.
씨알농장에 다다르기 전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알록달록한 텐트였습니다. 농장 입구부터 30여 동이 둥지를 틀었죠. 크게는 2개의 야영지로 구성됐지만 1만 5,000평 부지에 자유롭게 텐트가 자리 잡습니다. 농장 중심부에 있는 청기와한옥집에서 캠핑장지기이자 농장주인 허길진 사장(62)을 만났습니다. 허 사장은 “4년 전 친구의 권유로 이곳에 들어왔어요. 이 골짜기가 구룡골로 불리던데 아마 아홉용이 있었다 해서 붙은 지명이겠죠”라고 말합니다. 구룡골 지명처럼 산자락이 구불구불 농장을 감쌌습니다. 농장 한가운데는 마치 용이 알을 품은 것처럼 저수지가 들어섰고요. 물이 샘솟아 생긴 저수지에는 10년 전 풀어놓은 잉어, 붕어, 민물새우 등이 보금자리를 틀었다죠. 꽁꽁 언 저수지가 녹으면 캠핑객은 너도나도 강태공이 됩니다.
씨앗 심고 열매 맺는 녹색 캠핑장
씨알농장 캠핑장은 원래 주말농장으로 문을 연 곳입니다. 지금도 약 5만평 대지 중 대부분이 주말농장으로 사용됩니다. 흰 눈으로 뒤덮인 밭 위를 걸어보니 지난해 부단했던 농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았습니다. 봄바람이 불면 밭에는 온통 새싹이 돋아나고 저수지에는 연꽃이 자태를 뽐냅니다.
4년 전부터 주말농장이 캠핑장으로 운영되자 시너지효과를 일으켰죠. 주말을 이용해 밭을 일구러 온 사람들이 텐트를 치고 자연 속에 머무르기 시작했습니다. 허 사장은 "농장만 할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찾아와요. 봄·가을에는 주말마다 100팀도 넘게 옵니다"라고 말합니다. 주말농장으로 시작한 씨알농장이 씨앗 심고 열매 맺는 녹색 캠핑장이 된 거죠.
풍경·시설·편의를 모든 갖춘 곳
그렇다면 캠핑객이 직접 느끼는 씨알농장은 어떨까요. 가족과 함께 캠핑을 온 황선종씨는 씨알농장을 자주 찾는 캠핑객입니다. 황씨는 "주말마다 올 때도 있어요. 우선 캠핑부지가 넓어서 사이트 구축이 편하고요. 여름에는 나무가 많아서 그늘 걱정도 안 해요. 아이들과 주말농장을 가꾸는 것도 별미고요"라고 말합니다.
캠핑객들이 꼽는 씨알농장의 장점은 꽤 많았습니다. 우선 풍경이 좋습니다. 산수를 모두 갖췄죠. 산으로 둘러싸인 농장은 가운데 저수지를 품고 있습니다. 낚시는 씨알농장 캠핑장의 빼놓을 수 없는 놀이입니다. 정지빈군(10)은 "여름에는 물고기 잡고 올챙이 잡고 민물새우 낚시도 해요"라며 씨알농장 캠핑의 즐거움을 늘어놓습니다. 겨울이 되면 저수지 낚시는 할 수 없지만 곳곳에 눈썰매장이 생깁니다. 여기저기서 썰매판을 들고 다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번집니다. 또 씨알농장 캠핑장에서는 화로·전기 사용이 가능합니다. 샤워실과 화장실 모두 깨끗한 편이고 24시간 온수도 나옵니다. 황선종씨는 "씨알농장은 다 갖춘 캠핑장으로 표현하죠. 풍경·시설이 모두 좋고 게다가 캠핑장지기도 친절하니까요"라고 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