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를 올리며 계속 수정해나갈 예정
2019. 7.26~27.1박2일 여행.
90년 여름 캐나다 토론토 대학에서 6주에 걸쳐 전국 각처에서 선발된 영어 교사의 어학연수의 일원으로 다녀온 일이 있다. 그후 함께 공부했던 동업자 15명이 30년째 여름 겨울로 한 해 두번씩 만나 여행해왔는데 이번 여름은 증평ㆍ괴산군을 묶어 여행한다. 이 두 군은 원래 괴산군 하나였지만 행정구역 개편으로 괴산군에서 갈라져 증평군이 독립했다.
칠십이 너머 생전 처음 밟는 생소한 산세의 풍광을 즐기며, 난 문득 평소 좋아하는 미국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를 떠올리며 얼핏 글감 하나를 건질 거라는 예감을 한다. 그러면 좋지. 전국적인 장마 호우주의보 예보임에도 불구 이곳을 찾은 보람일테니까. 그런데 요상하다. 전국은 호우로 난리라는데 이곳만 안빈낙도하듯 편안하다. 덕분에 난 기이하고 괴상한 산으로 두른 좌구산 산속을 잠시 일행과 떨어져 호젓이 프로스트의 '눈 내리는 숲가에 멈춰서서' 를 읊조리며 걷는다. 증평에서 나고 자란 연수 동기 김교장이 이 기막히게 멋진 여행을 기획한 호스트였다. 첩첩이 산인 계곡과 강에서 괴기를 잡는 재미로 살았다던가? 내가 산책하는 이 삼기저수지에서 괴기 두 가마는 잡았다는 이야기와 어린날 지난했던 산속 삶에 대한 추억도 내겐 해학처럼 구수하게 들린다. 잘 정돈된 산책길에 남기는 내 생에 첫 걸음이 마치 달에 인류 최초의 첫 족적을 남기듯한 기분으로 산책한다. 시쳇말로 그가 참으로 출세한 사람이라 생각에 이른다. 왜냐하면 교직의 꽃은 교장인데 그가 그렇게 정년을 했기에. 헤어지면 금방 눈에 밟힐 괴산ㆍ증평의 인상깊은 방문인데 언제 또 다시 와 이 산속을 걸을 수 있을지..
첫댓글 회장님 괴산이란 지명이 이질감을 느낌니다. 한문으로 표기한다면 더더욱 요상할것 같습니다. 프로스트의 시 <눈 내리는 숲가에 멈춰서서>마지막 행에 '잠들기 전에 몇 마일은 더 가야 한다' 저도 즐겨 쓰는 시구입니다. 눈 오는 겨울에 낭송하면 더 운치가 있을것 같아요. 괴기라는 언어도 오랫만에 들어 보니까 참 재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