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앞에서-2
장의순
외출할 때면
인디언 처럼 화장을 한다
크림을 바르고
걸쭉한 흰 액체로 도포를 하고
분칠을 한다
누구를 얼마나 사랑했고
누구를 얼마나 미워 했던가
골진 애증(愛憎)의 흔적을 덮는다
보얀 이마 아래
검은 새 한마리 날개를 편다
붉은 장미꽃잎도 피었다
실없이 웃어본다
마주친 눈을 서로 흘겨본다
아직도 누군가를 사랑할 날이 남았기에
아직도 누군가 미워질 때도 있으리
외출할 때면
인디언 전사처럼 화장을 한다. <200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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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의순 시인
거울 앞에서-2
알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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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4
24.04.09 10:38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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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우 이시 멋집니다. // 화창한 오늘 거울앞에 한번 서 보세요.. 감사합니다.
거울을 가까이 할 때가 여자입니다. 위 詩를 발표한지가 20년이 다 되어 갑니다. 한참 詩에 빠져 있을때죠. 그때가 좋았던것 같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와우 이 시 정말 멋진데요
검은 새 한마리 날개를 편다
붉은 장미꽃잎도 피었다
인디언 전사....
장선생님 시 재미도 있어서 좋아요
첫 시집 '쥐똥나무'에 발표한 작품입니다. 우리 여자들이 외출할때 화장을 한는것이 누구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은 욕망에 앞서 심리적으로 인디언 전사들이 출전 할때 화장을 하는 행위와 같다고 느껴져 쓴 글입니다. 투쟁해서 승리해야 한다는 심리전이지요. 댓글 감사합니다.
"... 아직도 누군가를 사랑할 날이 남았기에..."//
그래서 여자의 화장은 무죄입니다. 허긴 이승을 떠나 저승길로 가는 첫걸음에도 곱게 화장을 하는 가는...//사랑할 날이 남아 있어서 고맙습니다.^^
채하 시인님 댓글 감사합니다. ㅎ 사랑할 날이 다 지나 가 버렸어요. 저 詩를 썼을 때가 분당에 살 때 였지요. 지나고 보니 그 때가 좋았습니다. 여자가 외출시에 거울을 안 본다면 여자이기를 포기하는 것입니다. 모름지기 거울속의 자신을 다듬을 줄 알아야 겠습니다.^^
여자는 애증의 세월을 위장할 수 있어 참 좋겠습니다. 걸작을 읽고 저도 거울 앞에 서보았습니다. 쓴 웃음이 절로 납니다. 계속 건필하시길 기원합니다.
박고문님 여기서 뵈니 너무 반갑습니다. 댓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강 하시길 바랍니다^^
인디언 전사처럼 화장을 한다./
화장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는데 이 문장과 마주치니 은근히 욕구가 치솟습니다.
잘 읽었어요.
인디언 전사의 화장은 화려하지요. 악세사리를 좋아하지 않는 저로서는 과장된 표현이지만, 詩作에서 강한 이미지가 필요했던것 같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