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12020목 세계테마기행 신세계의 발견 흑해]
신세계의 발견, 흑해 -EBS <세계테마기행>
■ 글/구성 : 이승희
■ 큐레이터 : 박정곤 교수 (고리키 문학대학)
흑해는 동쪽으로는 러시아와 조지아, 남쪽으로는 터키,
서쪽으로는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북쪽으로는 우크라이나와 면해 있는 내륙해다.
한반도의 두 배 크기인 흑해를 두고, 옛 그리스인들은 '폰투스 유크세이노스'
즉, '손님을 좋아하는 바다'라고 불렀다.
거칠기로 유명한 이 바다가 잠잠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이름이었다.
흑해(黑海)라는 이름은, 바깥 바다와 해수 교환이 없다보니
산소가 부족해 죽은 박테리아에서발생하는 황화수소 때문에
검은 바다색을 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흑해를 끼고 있는 러시아와 조지아는 캅카스(코카서스) 산맥을 끼고 있어,
연중 따뜻한 기온을 유지한다.
덕분에 해변 휴양도시의 면모와 산악지역의 다채로운 볼거리를 품고 있지만,
불행히도 우리에게 알려진 건 거의 없는 미지의 세계다.
흑해를 낀 해안지역에서부터 진흙화산, 빙하지대까지 탐험하다보면,
어느새 우리는 흑해 원래의 이름인‘손님을 좋아하는 바다’를 닮아 있는
이곳 사람들을 발견한다.
검은 바다가 아닌, 따뜻한 바다, 흑해의 알려지지 않은 면모를 발견하러 떠나
1부. 풍요와 치유의 땅
소치는 러시아에서 태양이 가장 따뜻하게 내리 쬐는 곳이라고 불리며, 겨울에도 아열대성 기후로 1~2월의 평균 기온이 영상 7도 정도다.
우리에게 소치는 평창을 누르고,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되면서 관심을 끌게 된 곳이다. 한편으로는 러시아에서 가장 따뜻한 도시라고 불리는 곳에서 어떻게 동계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었을까 궁금하기도 한데... 그 해답은 바로 소치를 감싸고 있는 캅카스 산맥에 있다.
불과 30-40km 떨어진 곳에 만년설을 이고 있는 캅카스 산맥이 있기 때문에 겨울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소치에서 배로 3~4시간 거리에 위치한 아나파는 화산 분출물이 용암이 아닌 진흙인 독특한 진흙 화산 지대다.
전 세계에 700여개에 불과한 진흙 화산은, 두터운 진흙층 때문에 마그마가 뚫고 나오지 못한 채 진흙이 솟구치는 기이한 현상을 보이는 곳이다. 이 진흙은 점토 광물 성분이 많아 한번 빠지면 여간해서는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점성이 강하다. 곳곳에서 부글대는 진흙탕 속에서 화산 폭발의 결정적인 순간을 마주한다. 20미터 상공으로 치솟는 진흙과 유황냄새, 그리고 지진까지 동반하는 진흙 화산 폭발은 일반 화산에 비해 위협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슴 쓸어내리는 경험이다. 그리고, 화산에서 분출된 진흙에는 천연 미네랄과 다양한 성분들이 함유되어 있어 피부미용을 위해 진흙 온천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소치와 아나파에서 즐기는 치유와 휴식은 흑해가 주는 선물이다.
2부. 신이 선택한 땅, 캅카스
이제 흑해를 품은 신들의 산으로 떠난다.
캅카스 산맥의 빙하 물줄기는 협곡과 협곡을 만들고 인간은 그 위를 유유히 떠돌다 물줄기가 끝닿은 곳, 흑해를 만난다.
<손님을 좋아하는 바다>라는 흑해처럼 캅카스는 손님을 품어주는 산이다.
조지아 북서쪽에 위치한 압하지야 지역은 동서로 길게 뻗어있는 캅카스 산맥의 서쪽에 위치해있어 면적의 70% 이상이 산지다.
흑해를 낀 해안도시 피춘다에서 캅카스 산맥의 아우앗하라로 이동하다 보면, 캅카스의 관문처럼 높이 200미터, 길이 18킬로미터의 거대한 윱샤라 협곡이 모습을 드러낸다. 태곳적 캅카스는 바닷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나 바다가 융기하면서 캅카스 산맥을 형성했고, 협곡 절벽에는 과거 이곳이 바다였던 흔적들이 아로 새겨져 있다. 그리고, 브집강에서 캅카스 빙하 래프팅을 즐긴다. 캅카스 산맥의 어느 산 중턱에서는 염소를 치는 할아버지를 만난다. 여든이 넘었지만, 여전히 몇 백마리의 염소들을 치며 여름에는 산꼭대기에서 가을이 되면 추위에 대비하기 위해 산중턱으로 내려와 생활한다. 편리와 풍족과는 거리가 먼 생활이지만, 꾸준한 노동과 신선한 생우유를 발효시킨 요구르트는 이곳 사람들이 장수하는 비결이기도 하다.
그리고, <손님은 신이 보낸 선물>이라는 조지아의 격언처럼 염소를 잡아 성대하게 손님맞이를 하는 캅카스의 전통문화까지 체험한다.
3부. 은둔의 땅, 압하지야
조지아 북서부에 위치한 압하지야 지역은 우리나라 충청남도 면적과 비슷하다.
흑해 해안도시 노비아폰은 순례자들의 도시다.
노비아폰 수도원과 기도처 그리고, 거대한 동굴까지... 캅카스 산맥에 소담하게 위치하고 있다.
특히, 1975년 관광객들에게 개방된 노비아폰 동굴은, 복잡한 미로 같은 구조에 화려한 종유석들의 천국이다. 이 지역이 수십년 동안 전쟁 상태였지만, 파괴되지 않고 이 모습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카프카스 산맥으로 뻗어있는 산지에 위치한 까닭이기도 하다. 그리고, 수많은 위기와 위험을 경험했지만, 이곳 사람들은 예로부터 사람과 사람간의 깊은 관계를 중요시 하는 전통을 이어왔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라는 말처럼 삶에서 가장 기쁘거나 두려운 순간은 언제나 공동체와 함께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결혼식을 한번 하려면 하객수만 무려 1,000여명에 달한다. 신랑 친척들은 1000인분의 요리를 준비하고 1,000명이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함께’ 라는 공동체 의식 속에서 살아가는 압하지아 사람들의 삶의 미소를 들여다본다.
4부. 용사의 바다
흑해 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케르치 해협을 지나 바다 속의 또 다른 바다, 아조프 해를 만난다. 이곳은 평균 깊이 9m로 세계에서 가장 얕은 바다로 손꼽힌다.
아조프와 돈강이 만나는 지점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돈 코사크’ 족의 고향이다.
러시아어로는 ‘카작(Kasak, Kazak)’으로 불리는 코사크는 '무장한 자유인'을 뜻한다.
우리에게는 춤과 노래로 더 유명해지긴 했지만, 농사도 지으면서 유목생활을 해온 코사크족은 기마술이 뛰어나고 용맹한 민족이었다.
'쿠반카'라는 모자와 ‘샤슈카’라 불리는 전통칼은 코사크 군대의 상징으로 여겨져 오늘날까지도 코사크 족에게는 ‘말과 칼과 아내는 절대 버리지 말라’는 말이 있다.
돈강에 산다고 해서 돈 코사크라 불린 이들의 생활터전인 돈 강은 러시아의 젖줄로 불리며 풍부한 어획량을 자랑한다. 돈 강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생선 수프와 용맹한 민족 코사크 족의 문화를 접하며 이번 여정을 마무리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