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골재~597m봉~장갈재/920번지방도로~장갈령/565.9m봉 ~
~580.9m봉~표대봉~위동재
나이가 드는 것은 집착을 끊고 욕망과 미련을 덜어내어 조금씩 가벼워지는 일이다.그러나
쥐었던 것 내려놓고 먼 데 마음두지 않고 사뿐사뿐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가기는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시시때때로 주위 분위기의 군중심리에 모든 다짐과 결심은 한순간
에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잊혀지곤 하는 법이다.모든 다짐과 언약이 한순간에 사라졌다가
불현듯 다시 나타나는 상황이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게 인간 삶의 숙명은 아닌지.
봉화군과 영양군이 경계를 짓는,봉화군 재산면 소재지 쪽과 그 반대 쪽인 고개너머 동쪽
의 영양군 청기면 소재지 방면 사이를 잇는 918번 지방도로가 넘나드는 고갯마루인 논골
재에서 세 번째 구간의 들머리 산길은 고갯마루에서 남쪽으로 나 있는 재산면 남면리 신
달골 진출입로가 되겠다.흑록의 나지막한 지맥의 등성이가 임도 우측 저만치에서 남쪽으
로 구불거리며 꼬리를 잇는다(10시49분).
들머리 임도
변변찮은 체수로 말미암아 등성이 주변은 자드락들이 아금받게 파고들어 지맥의 산길을
곧이곧대로 따르기는 쉽지않다.그러한 이유를 핑게삼아 마을 진출입로를 지나고 자드락
사잇길을 거치고 난 뒤에 비로소 지맥의 주능선으로 올라붙게 된다.그러한 와중에 해발
591.3m봉을 본체만체한 셈이다.숲은 도시의 근교 산지에서는 맡을 수 없는 낙엽 익는
구수함과 깊숙한 산지에서만이 용출되는 상큼하고 청량감이 흔전한 숲향이 코를 찌른다.
꺽다리 노송들이 줄을 잇고, 깊숙한 그늘의 아름드리 활엽수목들이 갈마들며 이어지는
산길은 밋밋하게 꼬리를 잇는다.그런 뒤에 첫고등으로 오르게 되는 멧부리가 정수리
한복판에 2004년에 재설한 삼각점(예안305)이 번듯한 해발597m봉이다(11시10분).해발
597m의 삼각점봉을 넘어서면 지맥의 산길은 곧바로 마주치게 되는 멧덩이를 마루금을
따라 곧장 직등을 하지 않고 8부 능선쯤으로 우회하는 형식으로 산객을 안내한다.
이러한 행태의 우횟길을 따라 두어 군데의 멧부리를 얌체처럼 뒤로하고 나면 곧바로
오르게 되는 멧부리가 신갈나무를 비롯한 참나무들 만이 엄부렁하고 넙데데한 해발
591.4m봉이다(11시23분).591.4m봉에서 좌측 9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리며 꼬리를
잇는 산길은 넉넉하고 부드러운 안부사거리로 산객을 안내한다.좌측은 영양군 청기면
무진리 내무진골 방면이고,그 반대 쪽인 고개너머 서쪽은 안동시 예안면 도촌리 지통말
방면의 등하행 산길이다.
사거리 안부를 뒤로하고 나면 완만한 오르막은 평지처럼 납작스레한 꼴의 멧부리에
이르면 지맥의 산길은 두 갈래로 꼬리를 잇는데, 자칫 맞은 쪽으로 발걸음을 할 우려
가 다분한 곳이다. 이곳에서는 우측 2시 방향으로 이동을 모색해야 한다.축축한 습기
로 숨이 죽은 다갈색의 가랑잎이 수북한 내리받이를 거쳐 구수한 땅내가 코를 찌르는
오르막을 올려치면 붕긋한 해발586.4m봉이다.
해발586.4m봉을 뒤로하고 한 차례 더 8부 능선쯤으로 멧덩이 하나를 우회하고 나면
지맥의 산길은 우측 3시 방향으로 급커브를 그리며 꼬리를 잇는다.그런데 맞은 쪽의
산길이 더 뚜렷하여 자칫 맞은 쪽으로 바보처럼 발걸음을 할 우려가 있는 넙데데한
갈림봉이다.그런 뒤에 오르게 되는 멧부리가 해발567.5m봉이다(11시53분).간간히
일렁거리는 바람이 시원스럽다.그러나 그늘을 벗어나면 뜨거운 뙤약볕이 기다린다.
해발567.5m봉을 뒤로하고 나면 등성이는 다소 밋밋하게 꼬리를 잇고 고만고만한
생김새와 높이의 멧부리들도 부드럽고 수더분한 행색이다.그러한 멧부리 서넛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차례로 넘어서고 나면 오르게 되는 멧부리가 해발598.8m봉이다.
비교적 숲은 시원한 느낌이지만 울창하게 우거져 있는 수목들로 인하여 조망을
기대할 수 없으니 답답한 느낌은 지을 수가 없다.
해발598.8m봉을 지나서 엇비슷한 높이와 생김새의 멧부리 두 곳을 거푸 넘어서고
한 차례 길쯤한 꼴의 멧부리를 좌측 8부 능선쯤으로 우회를 하고 나면 오르게 되는
멧부리가 해발601.9m봉이다(12시48분).601.9m봉에서 지맥의 산길은 우측 3시 방향
으로 급커브를 그리며 꼬리를 잇는다.내리받잇길은 머지않아 넉넉하고 부드러운 안부
로 산객을 안내한다.그런데 안부 주변은 돌무더기가 수북하고 한켠의 으슥한 곳에는
허름한 당집이 있는 서민들의 신앙터인 서낭당 고개 행색이다.
안동시 동천리 장갈리골과 그 반대 쪽인 고개너머 동쪽의 청기면 갈하골 사이를 잇는
등하행 임도가 넘나드는 고갯길 장갈재다(12시55분).920번 지방도로라는 도로 이름을
갖고 있는 임도를 가로질러 비탈을 올려치면 다갈색의 가랑잎이 차지하고 있는 구덩이
행색의 붕긋한 멧부리로 이어지고,그곳에서 15분여의 발품이면 오르게 되는 붕긋한
멧부리가 해발565.9m의 장갈령(長葛嶺)이다(13시18분).
장갈재의 당집
해발565.9m의 장갈령은 이곳에서 남쪽으로 샛가지를 친 영등지맥의 분기점이기도
하다.이러한 행색의 멧부리에서 덕산지맥의 산길은 우측 3시 방향이다.내리받잇길은
머지않아 지맥의 궤적과 동반을 하게 되는 임도와 한데 어우러지며 산객을 안내한다.
한낮의 뙤약볕이 쏟아져 내리는 임도를 따라 4,5백 미터쯤 따르다가 우측의 가파른
오르막을 짓쳐 올려치고 서너 군데의 엇비슷한 멧부리를 차례로 넘어서고 나면 비로소
오르게 되는 멧부리가 정수리 한복판에 1978년에 재설한 삼각점을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는 해발580.9m봉이다(13시57분).
해발580.9m의 삼각점봉을 뒤로하는 산길도 여전하게 엇비슷한 생김새와 높이의 고만
고만한 멧부리들의 연속이고 오르내림의 등성이도 어금버금한 행색이다.그런데 바람
마저도 그러한 행색이 아닌가.시원한 바람이 일렁거리는가하면 어느 틈에 한 점 불어
오지 않으며 그저 팥죽땀 만을 내놓으라 다그치는 행티도 변함없으니 말이다.그동안
두어 차례 휴식을 취하고 마른 목도 축이고 주전부리로 주린 배를 채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갈증은 점점 깊어져만 간다.
해발580.9m의 삼각점봉을 뒤로하고 나면 엇비슷한 높이와 생김새의 해발575.4m봉과
해발523.6m봉,그리고 해발521.2m봉,해발540.3m봉을 여지없이 차례로 넘어서고 나면
지맥을 가로지르는 널찍한 임도로 산객은 안내가 된다.이 임도는 안동시 임동면 대곡리
방면과 그 반대 쪽인 고개너머 서쪽의 안동시 예안면 구룡리 쪽 사이를 잇는 임도다.
임도를 따라 우측으로 4,5백 미터쯤 손쉬운 발걸음으로 해발540.8m봉을 건너 뛰고
곧바로 해발550.6m의 표대봉을 오를 셈이다.별로 특징도 없고 조망도 기대할 수 없는,
어중이 떠중이 멧부리를 죄다 오르는 것에 대한 인내심이 허락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해발550.6m의 표대봉과 가장 근접한 거리의 임도를 골라 막바로 '길없는 길' 행색의
오르막을 짓쳐 올려치면 머지않아 오르게 되는 붕긋한 멧부리가 정수리 한복판에 삼각
점을 부여받은 해발550.6m의 표대봉 정상이다(15시49분).타들어가는 갈증은 준비한
식수가 바닥을 보일 무렵이면 더 기승을 부리는 법이다.안달맞게 식수를 아껴보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표대봉에서 좌측 9시 방향으로 연신 꼬리를 잇는 산길은 정수리 한복판에 납작한
봉분의 묵묘 1기가 차지하고 있는 납주그레한 멧부리로 이어지고,그곳에서 다시 우측
3시 방향으로 꼬리를 잇는 산길은 머지않아 지맥을 가로지르는 널찍한 임도로 산객을
안내한다.이 임도는 안동시 임동면 대곡리 금수천골 쪽과 그 반대 쪽인 고개너머 서쪽
의 안동시 예안면 구룡리 방면 사이를 잇는 임도다.
이 임도도 지맥의 방향과 궤적을 함께 하는 임도이기 때문에 해발473.6봉과 해발435.8m
봉을 본체만체하고 그냥 임도 만을 따를 셈이다.임도를 2km쯤 따르면 임도 삼거리에
득달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맞은 쪽의 오르막 숲길로 오를 참이다.2km쯤의 편안한 임도
를 2,3십 분쯤 발걸음을 하였으니 편안함이 그동안 익숙한 탓이리라.가풀막진 오르막도
아닌데 헐떡거림은 몹시 가풀막진 오르막을 오르는 기분이 아닌가.
구슬 같은 땀방울을 쏟아부으며 헐떡헐떡 비알을 올려치면 납주그레한 멧부리에 이르고
그곳을 넘어서면 가파른 내리막이 기다린다.가파른 내리막을 구르듯이 도망치듯이 내려
서면 지맥을 가로지르는 왕복2차선의 도로고갯마루가 기다린다.안동시 예안면 소재지
쪽과 그 반대 쪽인 고개너머 동쪽의 안동시 임동면 위리 방면 사이를 잇는 935번 지방
도로가 넘나드는 고갯길,오늘 산행의 날머리 해발312.2m의 위동재다(16시40분).
-산행을 마치고 나면 으레 나른한 피곤함이 몰려오게 마련인데, 이러한 피곤함을 산객들
은 마약처럼 즐긴다.힘겹게 고생을 하고 나면 반드시 그 보람으로 행복에 찬 즐거움이
있다는 고진감래(苦盡甘來)를 만끽하는 건 아닌지.일쑤 등산은 인간의 삶과 자주 비교를
하는데,인생은 등산처럼 노고를 다해야 하는 일종의 부역이라고 한다. 그러나 인생의
부역을 죄다 마치고 나면 행복한 즐거움은 성인(聖人)에게나 차례가 오지 언감생심 보통
사람들에게는 꿈조차 꿀 수 없는 지고(至高)의, 열반의 경지가 아닌가.어쨌든 산행 후의
나른한 즐거움이 햇볕 쏟아지는 위동재 고갯마루를 뜨겁게 달군다.
(산행거리;20,5km.소요시간;5시간50분) (2021,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