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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비행기를 갈아 타야 하는데 한 아이의 가방을 찾지 못했습니다. 짐을 찾아 헤매느라고 LA 가는 비행기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두세 시간 뒤에 떠나는 비행기를 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짐을 찾지 못한 아이는 표정이 밝지 않고, 분위기는 무거웠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자료 사진) |
다음 비행기를 알아보는 중인데, 두세 시간 뒤에 떠나는 비행기를 탈 수 있을 것 같다고 합니다. 12명이나 되는 일행이 한꺼번에 탈 수 있는 자리가 남아 있다니, 그나마 천만 다행입니다.
한국과 미국 사이의 국제선뿐만 아니라 미국 국내선도 전부유나이티드(UA)로 예약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유나이티드 항공의 주요 허브 공항이기 때문에, LA 직항 편보다 샌프란시스코 경유 편이 상대적으로 저렴합니다. '값싼 비지떡'이라는 속담을 실감하는 여행 첫날이었습니다.
몇 시간 지나서 일행이 도착했는데, 반갑게 인사를 나눌 분위기가 아닙니다. 짐을 찾지 못한 아이는 울상입니다. 대개의 경우 분실 수화물은 며칠 안으로 주인에게 돌아옵니다. 하지만 처음 해 보는 해외여행에서 짐을 잃어 버렸으니 당황할 만도 합니다.
면접할 때 제가 질문하면 대답은 안 하고 눈물을 보이던 울보 녀석이 미국에서 짐을 잃어 버렸으니 오죽하겠습니까. 주룩주룩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니 제 마음도 답답해집니다. 잃어버린 물건 때문이 아니라 왠지 앞날이 순탄하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 때문입니다.
짐을 잃어버린 아이뿐만 아니라 장거리 비행에 지친 아이들의 표정이 밝지 않습니다. 비행기를 탈 때만 해도 마음에 설렘을 하나 가득 안고 탔을 텐데, 미국에 첫발을 내딛자마자 피곤에 절어서 다 죽어가는 표정을 짓고 있으니, 그 모습을 보는 저도 힘이 빠집니다.
그래도 지체하면 안 됩니다. 한국에서 온 손님들을 환영하기 위해 이곳에 사시는 분들이 저녁을 대접하겠다고 한인 타운의 한 고기 집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예약한 렌터카 두 대에 나눠 타고 서둘러 움직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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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 와서 첫날 저녁 식사입니다. 음식 앞에서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왁자지껄합니다. 등심, 안심, 안창살, 차돌박이... 종류를 안 가리고 닥치는 대로 주문해서 먹어치웠습니다. 숙소로 가는 차 안에서 어떤 고기가 가장 맛있었는지 시식 평을 나누었는데, 1등은 소의 혓바닥이었습니다. (목회멘토링사역원 자료 사진) |
우리를 초대한 분이 일찌감치 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자, 먼 길 오느라 고생했습니다. 마음껏 드세요."
죽은 아이들이 부활했습니다. 식당이 시끄러워졌습니다. 식당에서는 말을 잘 듣는군요. 눈치 보지 않고 정말 마음껏 주문했습니다. 등심, 안심, 안창살, 차돌박이……. 종류를 안 가리고 닥치는 대로 주문해서 먹어치웠습니다.
"얘들아, LA 갈비가 왜 LA 갈비인지 아니?"
우리를 안내하는 목사님이 LA 갈비의 유래에 대해서 설명해 주려고 했지만, 아이들은 고기의 맛에만 깊은 관심이 있지 고기 이름의 유래까지 알고 싶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미국에 와서 첫날 저녁 식사는 이렇게 소란스럽게 끝났습니다. 아이들은 숙소로 가는 차 안에서 어떤 고기가 가장 맛있었는지 시식 평을 나누었는데, 1등은 소의 혓바닥이었습니다.
이 녀석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순간까지 소의 혓바닥 맛을 잊지 못했습니다. 녀석의 아버지가 소를 키우지 않으시는 것이 다행입니다. 나중에 한국 가면 소 혓바닥을 구워먹으면서 영화 '워낭소리'를 한 번 보라고 추천해 주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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