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
아버지는 개목수였다. 이게 내가 아버지를 요약할 수 있는 전부다. 일자무식인데다가 목수의 기본이 되어있지 않은 목수. 그저 일만 열심히 하면 다 되는 줄 아는, 꼼꼼하다 못해 느려터져서 집 한 채에 한 세월이 지나가 버리는,
도면도 없이 생각나는대로 벽을 만들고 나무를 걸고 지붕을 씌우는 목수. 망치질보다 삽질이 많은 목수. 체면도 없이 동네 복실이나 누렁이 집도 스스럼없이 지어주고 다니던 목수였다.
현장에도 개목수가 있다. 지금 옆에서 일하는 상판 거푸집 목수들도 대부분 그 축에 든다. 상판은 도면 필요없이 반장이 놓고 간 먹대로만 일을 하면 된다. 상가나 빌딩, 아파트 상판은 안봐도 뻔하다. 철근들이 옹벽철근을 세우고 가면 먹에 맞춰 일만 하면 되는거다. 높이만 가르쳐주면 옹벽을 제작해서 세우면 된다. 하긴, 말이 쉽지 상판을 깔기까지 막힘없이 일을 하려면 여러 해를 현장에서 굴러먹어야 한다. 상판도 기술이라면 기술이겠지.
한평생을 상판만 깔고 다니는 목수들이 부지기수다. 계단은 근처에도 못 가본 목수들. 애초에 까막눈이기 때문에 도면은 볼 엄두도 못낸다. 가방 끈도 짧은데다가 술 담배도 일찌감치 배워서 머리가 돌처럼 굳어버린 케이스다.
계단을 잡을 줄 알면 비로소 개목수에서 벗어난다. 개목수가 시키는대로 일만하는 목수라면 계단목수는 시키는대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물론 반장이 따로 일을 시키지도 않는다. 현장상황이나 오야지가 특히 신경쓰는 부분에 대해서만 언질을 줄 뿐이다. 계단목수의 기본은 도면을 볼 줄 아는 것이다. 도면을 보고 일에 응용할 줄 아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미장마감 같은 일은 도면에 그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그는 도면을 보고 분야가 다른 일의 마무리까지를 판단해야 한다.
나는 계단을 배운 지 겨우 삼 년 째다. 그것도 아파트 계단만. 지금 하는 일이 아파트계단이라서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우리 식구는 잡부 둘에 목수 넷이다. 넉 동을 돌아가면서 계단을 잡는다. 그러니까 우리가 맡은 계단이 총 네 구멍, 옆 팀 역시 네 구멍이다. 그 팀은 다들 목수이긴 한데 나이가 불분명하다. 아니, 좀 많아보이기는 한데 네 명 다 챙이 동그란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어서 정확한 나이를 추측하기 어렵다. 우리 팀은 모두들 젊다. 동수 같은 경우는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해서 밥 먹을 때처럼 허겁지겁 일한다.
성수형님, 저 팀 보다는 우리가 일이 빠르겠죠?
내가 팀장에게 물었다.
그걸 말이라고 하냐?
듣자하니 아파트만 몇 십년씩 했다 그래서 말이요.
몇 십년이 밥 먹여주냐? 저런 팀한테 밀리면 혀 깨물고 죽어야지.
내게도 꿈이 있다. 계단의 전설이 되는 것. 이 도시에서 최고의 계단 전문가가 되는 것. 내 이름만 대면 모든 목수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리는 전설의 경지. 전에 누구에겐가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계단 하나를 맡으면 두 대가리에 끝내 버린다는 고수들. 그들은 딱 네 명으로 팀이 구성되어 있다고 했다. 그들과 일해 본 옆팀의 팀원은 자그마치 열 명이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애초에 상대가 되지 않았다. 계단 하나에 다섯 대가리 안에 끝나면 그런대로 계단을 하는 축에 든다. 하물며 두 대가리라니. 그때 그들 옆에서 일했던 팀장이 바로 성수다.
그 사람들하고 일해본 지가 벌써 십 년이 넘는다.
그래요? 계단 하다보면 자주 만나지 않나?
그러게, 아마 이 도시를 떴나보지 뭐. 그 정도면 전국구니까.
딴은 그렇겠수.
이젠 얼굴 봐도 모르겠다. 워낙 오래됐고 한 두 달 하다가 공사 그만뒀으니까...일이 처지니 재미가 있어야 말이지.
그런 계단의 고수에게 일을 배운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지금 같지는 않을 것이 확실하다. 남이 시키는대로 일을 하고 팀장에게 월급을 타가는 형태는 아닐 것이다. 하청회사마다 나에게 일을 주려고 할지도 모른다. 일의 공사기간을 단축하고 다른 현장으로 될수록 빨리 옮아가는 것이 하청회사에는 최상이다. 하청회사라고 해봐야 변변한 사무실도 갖고 있지 못한 곳이 허다하다. 경리 하나에 건축기사 서넛과 직영잡부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지방의 이곳저곳을 떠돈다. 팀장에게 계단의 전설에 관한 설명을 들은 이후로 그들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해졌다. 몸이 부서져라 일하는데, 그래서 계단 하나에 간신히 네 대가리나 다섯 대가리에 맞추는데, 그들은 두 대가리라니...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게 가능하기는 한 일인가?
팀장은 도면을 보고 나는 아직 철근공이 들어오지 않은 상판 콘크리트 바닥에 합판을 깐다. 합판을 깐 뒤 도면 치수대로 합판 위에 먹을 놓기 위해서다. 단면도엔 계단의 경사진 곳과 그 위의 계단 챌판 등이 포개져 그려져 있다. 나는 팀장이 도면을 보면서 줄자를 내밀면 줄자의 끝을 잡고 합판 끝에 댄다. 내가 이리저리 자리를 옮기며 자를 갖다댈 때마다 합판 위의 표시도 늘어간다. 동수는 벌써 기계톱을 연결해서 팀장과 내가 먹을 놓으면 먹대로 합판을 자를 준비가 끝났다.
옆 팀도 그제야 콘크리트 바닥에 합판을 깔기 시작하더니 우리와 똑같이 도면을 보고 표시를 하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우리보다는 다소 늦게 계단의 본을 뜨기 시작했다. 조금 이상한 일은 그때부터 일어났다.
그들은 이리저리 자를 옮겨가며 표시를 하더니 이내 먹을 놓기 시작했다. 아직도 도면을 보면서 표시를 하는 팀장도 놀란 눈치였다. 먹을 놓는 시간도 십 분이 채 되지 않은 듯 싶은데 왱, 하고 기계톱 소리가 들렸다. 이건 뭐, 귀신 신나락 까먹는 것도 아니고...우리 팀은 세 명이 붙어서 일을 하는데도 옆 팀 두 명과 차이가 많이 났다. 성수형님도 계단으로만 십 오년을 굴러먹었다는 사람인데 그렇게나 차이가 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저 사람들 왜 저렇게 빨라요? 번갯불에 콩 볶아먹네?
... ...
내 말에 팀장이 자존심이 상했는지 대꾸를 하지 않았다. 아마, 자신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을 것이다. 내가 아는 아파트 계단 목수 중에서 팀장보다 계단을 잘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본을 뜨는 것 하나로 저들의 실력이 우리 팀보다 위라고 말할 수는 없다. 본을 뜨는 것 자체는 힘을 요하지 않는데다가 경력이 많으면 빠를 수밖에 없을지 모른다. 겨우 본을 뜨는 걸로 팀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싶었다. 하지만,
이상한 일은 또 일어났다. 동수가 합판을 자르고 내가 승고다루끼를 준비할 때 그들은 이미 가와 제작을 하는 중이었다. 그래도 우리가 세 명이니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겠다 싶었다. 가와 제작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망치질만 잘하면 되는 일이기 때문에 젊은 우리가 훨씬 낫지 않겠는가. 이런 생각이 나와 동수의 착각이라는 걸 알기까지는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그 한 시간 만에 그들은 계단가와 제작을 다 끝내버렸다.
그들을 따라잡을 욕심에 한참 신이 나서 망치질을 하던 나는 허망했다. 실력을 겨뤄보지도 못하고 나가 떨어져 버리다니. 눈으로 보고서도 믿기 어려운 일솜씨였다. 하지만 우리 팀이 어디 만만한 팀인가. 지금껏 현장을 다니면서 우리 팀보다 나은 팀을 보지 못했었다. 팀장 성수와 그의 친구인 만석이 형과 나와 동수는 손발을 맞춘 지 삼년 째다. 잡부 역시 힘을 필요로 하는 자재 올리기와 바라시에서는 목수 못지않은, 일이 몸에 익을대로 익은 사내들이었다. 잠시 일이 뒤처졌다고 해서 일의 마무리까지 뒤질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옆 팀은 오전 간식 때까지 계단가와를 모두 제작하고 네모도를 깔기 위해 철근에 실을 묶고 실을 튕기는 중이었다. 철근에는 물론, 트랜지스터로 수평을 보고 붉은 싸인펜으로 그려놓은 자국이 있다. 그 수평대로 실을 치고 실대로 나무와 합판을 깐다. 이 작업이 선행되지 않으면 건물은 울통불퉁한 콘크리트 모양대로 세워지게 될 것이다. 기울어짐이 제각각인 옹벽과 계단, 층마다 제각각인 아파트는 아파트가 아니라 돼지우리겠지.
저 사람들 어디서 본 적 없어?
글쎄...모르겠는데?
오전 간식 때 만석의 물음에 팀장이 고개를 갸우뚱 했다.
내가 웬만하면 여기 목수들 다 아는데 저 팀은 처음 보는 것 같아서 말이야. 아까 보니 웬만큼 굴러먹은 솜씨가 아니던데?
그러게 말이우, 뱃속에서 계단을 배워가지고 나왔나.
만석의 말에 동수가 한마디 거들었다.
그래봐야 앞으로가 더 중요하지. 자재도 올려야 되고 바라시도 해야하고 힘든 일이 어디 한 두 가지냐.
팀장인 성수가 지금까지의 결과로는 그들을 인정하기 힘들다는 투로 말했다. 팀장으로서는 팀의 사기를 생각해서라도 누군가를 자신의 팀보다 위에 놓는 일은 경계해야 마땅하다. 팀의 결속력은 팀장의 몫이다. 팀장의 말대로 결과가 모든 것을 말해줄 것이다. 그들은 점심시간까지 또 다른 결과로 우리를 당혹스럽게 했다. 제작한 계단가와를 네모도 위에 다 세우는 것도 모자라 엘리베이터 내부작업까지 끝내버린 것이다. 즉, 계단내부와 엘리베이터 내부까지를 점심때까지 끝내버린 것이다. 우린 이제 겨우 가와제작을 마치고 네모도를 까는 중인데 말이다. 저런 일 솜씨라면 옹벽철근을 세운 뒤 계단 마무리까지 한나절이면 충분하다.
첫날부터 이처럼 일이 처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어진다. 이런 일이 여러 번 계속되면 팀원들 모두 옆팀에 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된다. 일을 떠나서 심리적으로 밀리게 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실력을 망치에 싣지 못한다. 팀의 사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채로 꾸역꾸역 계단을 만들어 나가는 것만큼 힘든 일도 없다.
일이 왜 그렇게 빠릅니까?
점심을 먹고 함바 앞에서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그들에게 물었다. 내 말을 듣고 그들은 아무 말도 없었다. 듣도 보도 못한 놈이 갑자기 웬 말이냐는 듯 심드렁하게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
아, 저는 옆 팀에서 계단 하는 사람인데요. 아저씨들 일이 원체 빨라서 따라갈 수가 있어야 말이죠. 그런 힘이 어디서 나옵니까.
내가 대충 소개를 하고 재차 물었다. 그들은 내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커피를 손에 든 채 현장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치 하수의 질문에 일일이 답을 줄 수 없다는 듯, 혹은 내 말을 듣지 못한 사람들 같았다. 그들이 걸어가는 뒷모습을 멍하게 바라보는 내게, 마지막으로 뒤따라가던 사람이 뒤를 돌아보며 한마디 했다.
계단을 뭐, 힘으로 하나?
아버지는 동네에서 아무개 집 창고나 지어주고 스레트 지붕이나 깔아주는 목수였다. 시멘트 블록을 쌓은 다음 산에서 나무를 잘라다가 얼키설키 블록 위에 얹고 나서 스레트를 덮으면 그게 창고가 되었다. 아버지는 미장도 했다. 방과 후엔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모르타르를 개곤 했다.
‘일을 제대로 배우려면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내가 이기지도 못하는 삽을 들고 모르타르를 갤 때마다 아버지가 한 말이었다. 드물게는 흙집도 지었다. 집의 뼈대로 쓸 나무와 싸리나무를 찾아서 오후 내내 주인 모를 뒷산을 헤매고 다니면 발바닥에 잡히던 물집. 아버지가 싸리나무를 지게에 가득 실으면 어린 내게는 그 끝이 안보일 정도였다. 내가 산에서 가져올 수 있는 건 겨우 싸리나무 잔가지에 불과했지만 아버지는 한사코 나를 데리고 다녔다. 아마도 자신의 대를 이어 목수 일을 하라는 뜻이었는지 모른다. 흙집에 쓸 황토에 짚여물을 넣고 하루종일 맨발로 이기고 나면 잠자리에 들기 전엔 언제나 발이 퉁퉁 부었다. 그런 날이면 엄마는 부은 발에 된장을 바르고 무명천으로 싸 주었다.
‘얘를 공부는 안 시키고 소백정을 만들 참이요?’ 엄마는 아버지에게 그렇게 말했지만 아버지는 대꾸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지은 집과 창고들은 견고하게 지어져서 비바람에도 끄떡없었다. 동네 주민들이 손수 지은 집이나 다른 목수들이 지은 집은 큰 비와 태풍이 몰아치면 지붕이 날아가 버리거나 담장과 벽이 허물어지기 일쑤였지만 아버지가 지은 집과 창고들은 온전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물에 적셔진 벽채에 햇살이 스며들면 더욱 더 단단하게 빛나 보였다. 아버지는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나를 데리고 자신이 지은 집이나 창고는 무탈한지 확인하곤 했다. 동네를 한바퀴 주욱 둘러보고는 자신이 지은 건물에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알고나면 흐뭇한 표정으로 got살이 쏟아지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때가 아마 아버지의 전성기였을 것이다. 폭설에 주저앉은 석동이네 집 외양간을 고치러 산으로 들어가기 전까지는 그랬다. 긴 장화가 푹푹 빠지는 흰 눈이 천지를 뒤덮고 있을 때 아버지는 톱 한 자루를 들고 산에 올랐고, 통나무를 끌고 내려오다가 산 아래로 굴렀다. 그 사고로 허리를 크게 다친 아버지는 평생의 가업인 목수 일을 손에서 놓아야 했다.
오후가 되자, 옆 팀은 이미 다른 동으로 넘어간 후였다. 여섯 명이 엘리베이터와 계단 내부까지 끝마치는 데 다시 한 나절의 품이 들었다. 아침부터 유로폼 해체작업을 하고 외부 벽채 거푸집을 끌어올리고 계단 내부까지 끝냈다면 적게 한 일은 아니었다. 계단 벽채에 철근을 넣고 나면 아마 우리 팀 여섯 명이 계단을 끝내기까지 한나절이면 충분할 것이다. 모두 합산하면 아홉 대가리가 된다. 잡부 둘은 단가가 약하니 목수들은 거의 날일단가는 가져갈 수 있다. 이게 원래 정상적이다. 노인들이 지나치게 빠른 것일 뿐. 팀장과 만석은 일이 재미가 없는지 내내 똥씹은 얼굴이다. 잡부들을 불러가며 이리저리 설치지만 그럴수록 일은 진척이 없다.
어이, 성수. 옆 팀 말이야. 그 때 그 사람들 아냐?
오전 간식을 먹으면서 만석이 팀장에게 물었다. 두 대가리에 끝낸다는 팀 옆에서 팀장과 일했던 이는 우리 팀에서 만석뿐이다.
설마...
팀장은 설마 그런 전국구가 지방의, 소규모 하청업자 밑에서 일하겠냐는 표정이었다. 우림이라는 상호를 갖고 있는 단종회사. 지방에서도 공사가 없기로 소문난 회사다. 오랜만에 여덟 동이나 되는 공사를 맡아서인지 부쩍 사무실에서 사람들이 자주 나왔다.
설마가 아니고, 하나같이 모자 푹 눌러 쓴 거나 말없이 일만 하는 거나 분위기가 너무 똑같은데? 얼굴은 기억이 안 나지만 말야. 딱 보니 다들 오십대는 되었겠던데, 그때 그 사람들이 맞다면 저 정도 나이 아니겠어?
... ...
팀장은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 팀도 오전 일을 끝내고 옆 팀이 일하고 있는 동으로 옮겨갔다. 이제 해체작업을 하고 벽채를 끌어올리는 작업을 해야 했다. 옆 팀은 이미 계단 내부작업이 끝나가고 있었다. 하나같이 비슷한 생김새에 비슷한 옷, 그리고 비슷한 체격. 묵묵히 일하는 그들을 보고 있으면 어딘지 신비스러운 분위기까지 풍겼다. 망치질을 할 때마다 꺾어지는 손목, 그것은 그들이 못을 박을 때 손목을 잘 사용한다는 말이 된다. 초짜일수록 어깨 힘으로만 망치질을 하려 드는데 힘만 들뿐 못은 잘 박히지 않는다. 삼인치 못이 딱 세 방에 들어가는 걸 보면 고수는 고수다. 움직임 또한 간결했다. 우왕좌왕 하는 우리 팀과 달리 일사불란한 움직임을 가졌다. 마치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는 것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저 움직임. 벌써 그것부터 차이가 난다. 외부 벽채를 끌어올리면서도 자꾸 그쪽으로 눈길이 갔다.
석문아 너 엘리베이터 좀 잡아라. 내가 동수하고 야기리 잡으마.
팀장이 네모도를 다 깐 뒤 나에게 말했다. 벽채를 당기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지만 먹에 맞춰 일을 하는 것은 기술이 필요하다. 먹에서 외부 콘크리트까지 원하는 치수가 나오지 않으면 벽채 윗부분을 밀고 당기면서 맞춰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다음 층에서 하자없이 수월하게 일을 할 수 있다.
그럽시다.
아버지가 산을 구르던 그해 겨울, 일이 하나 들어왔다. 개집을 만들어주라는 거였다. 아버지는 다치고 나서도 일이 떨어질까봐 엄마와 나의 입을 단단히 봉했다. 일이 들어온 그날 밤, 아버지는 나에게 말했다. ‘이제부터는 네가 목수다’.
다음날, 아버지와 나는 아랫동네에 개집을 지으러 갔다. 지팡이를 짚은 아버지를 부축해서 들길을 걷는 동안, 아버지의 몸에서 알 수 없는 쇳소리가 계속 났다. 쇠 긁히는 숨소리가 내 귓전에 고스란히 흘러들었다. 개는 생각보다 컸다. 쉐퍼트였는데 송아지만 했다. 집 주인은 동네에서 가장 잘 사는 땅부자였다. 서울에서 오파상을 하는 장남이 보내 주었다는 세퍼트는 아버지와 나를 보자 짖기 시작했는데 온 동네를 쩡쩡 울릴 정도였다. 그냥 개집이 아니라 작은 집이라도 지어야할 판이었다. 집 주인 역시 얇은 송판으로 덧대거나 누구네 마루에서 뜯겨나온 자재로 개집을 짓는 걸 원치 않았다. 창고를 지을 때 쓰는 블록도 원치 않았다. 아버지가 사람의 집을 지을 때처럼 흙집을 지어달라 했다. 개가 너무 사나워서 흙집에 들여야 온순해진다고 했다. 딴은 그럴 법도 했다.
내 생애 가장 힘든 공사였다. 아버지는 황토의 질과 짚여물의 양, 맨발로 흙을 이기는 시간까지 꼼꼼하게 따졌다. 사방 벽채를 세우고 굳기를 기다리는 동안 일주일이 지났다. 뼈대를 엮어 맞배지붕을 만들고 황토를 덮었다. 그 위에 기와를 얹었다. 사람의 집도 그런 집이 없을 터였다. 게다가 그럴싸하게 용마루까지 만들고 보니 크기만 작을 뿐 영락없는 절집이었다. 일을 하면서도 개가 아니라 부처를 들인다는 착각이 일었다. 가끔 담 너머로 기웃대던 동네사람들이 혀를 끌끌 찼다. ‘저 놈의 개새끼가 사람보다 낫네 그랴.’ 내 생애 최초의 작품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옆 팀과 손을 섞은 지 이틀, 우리가 결코 따라갈 수 없는 경지였다. 하지만 팀장과 만석은 아니었다. 여전히 우리가 따라잡을 거라고 믿는 눈치였다. 팀장이 부쩍 일을 서둘렀다. 전에 없이 잔소리를 늘어놓기도 하고 잡부들에게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동수는 팀장보다 더 설치고 다녔다.
자존심 상해서 못 살겠네. 저 팀 한번 이겨봅시다. 석문형님.
은근히 내가 일을 더 빨리하기를 재촉했다. 나보다 어리고 경력도 짧지만 동수는 팀장의 친동생이다. 기분이 좀 상한다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대응에는 한계가 있었다. 고작 내가 하는 말이라고는,
내가 지금 노냐?
누가 논다고 그랬어요? 옆 팀 좀 따라잡아보자 그거지.
따라 잡으면?
... ...
동수가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옆 팀을 따라잡는다고 해서 팀장이 내 단가를 더 줄 것도 아니었다. 날일은 아니지만 나눠먹기도 아니다. 날일보다 좀 더 힘들게 일을 하고 더 많은 단가를 받는 것뿐이다. 팀원들이 옆 팀을 따라잡겠다고 죽어라 일하면 결국 팀장만 돈을 번다. 물론 동수도 마찬가지겠지. 따로 챙겨주는 게 있을 테니까. 그렇게 되면 일을 힘들게 한 팀원들은 뭔가. 일이 생각보다 빨리 진척되면 단가를 올려주겠다는 언질이라도 줘야 박 터지게 일을 하든 말든 할 게 아닌가. 잡부는 말할 것도 없고 만석과 나의 생각도 같았다. 팀장 친구라지만 둘 사이엔 팀장과 팀원이라는 엄연한 차이가 있었다.
어이, 석문이 천천히 하세. 옆 팀 따라 가려다가는 우리가 죽게 생겼네. 일 하루 이틀 할 것도 아니고 좆 빠지게 해봐야 골병만 들어.
그러게 말이요. 동수 설치는 거 보니 완전 밥맛이요.
어쨌거나 마음이 바빠진 건 사실이었다. 팀장은 계단 벽채를 잡고 나서 엘리베이터 뒤쪽의 벽채를 당기기 위해 잡부 하나와 삼발이를 옮기고 있었다. 처진 일을 만회하려고 그러는지 평소답지 않게 삼발이 꼭대기에 체인블럭을 매단 채로 옮기는 중이었다. 삼발이를 눕히지도 않고 세워진 그대로 옮기는 일은 두 사람의 균형이 잘 맞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삼발이의 한쪽을 잡고 있는 사람은 힘은 좋지만 힘에 대한 균형감각이 없는 잡부였다. 만석과 나는 일을 하다말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팀장 쪽을 바라보았다. 상대적으로 팀장보다 키가 작은 잡부 쪽으로 삼발이가 기울어졌다. 콘크리트 바닥에 세워진 철근이 가장 문제였다. 옹벽철근을 세우기 전의 철근은 바닥에서 오십 센티미터 가량 이열종대로 튀어나와 있기 때문에 짐을 들고 걸어가는데 커다란 방해가 된다.
그쪽으로 쏠리잖아. 힘을 바짝 써봐!
자꾸만 기울어지는 삼발이에 불안을 느꼈는지 팀장이 잡부를 다그쳤다. 잡부는 있는 힘, 없는 힘을 다 쓰는지 멀리서 봐도 눈에 힘이 들어갔다. 만석과 나는...저걸 가서 거들어 줘야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였다. 일을 설치는 꼴이 못마땅하기도 했지만 도와주러 갔다가 괜히 핀잔을 들을 수도 있었다. 일하는 사람의 프라이버시가 있기 때문에 자기 일 이외에는 신경을 끄는 게 원칙이다. 만석 역시 심란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망치질을 했다. 잡부가 철근을 통과할 지점 앞에서 멈칫, 하는 게 보였다. 가지 말아야 할 길을 가야만 하는 사람의 망설임과 약간의 두려움이 그의 몸짓에서 느껴졌다. 그는 팀장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다리가 철근을 통과하려는 순간 바짓단이 걸렸는지 발걸음을 멈췄다. 팀장은 자신의 발걸음을 이기지 못하고 잡부가 들고 있는 삼발이의 쇠파이프를 축으로 빙글, 반 바퀴를 돌았다. 삼발이는 그 원심력에 의해 두 사람이 버티는 힘을 벗어나 잡부 쪽으로 급격히 기울어졌다.
뭐해!
팀장이 그렇게 외치는 소리와 동시에 삼발이는 두 사람이 버틸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 높이 사 미터의 삼발이가 체인블럭을 매단 채로 콘크리트 바닥에 쓰러졌다. 쿵, 하고 울리는 소리가 현장에 울려 퍼졌다. 우리 팀원들은 물론, 옆 팀과 상판 팀까지 일을 멈추고 삼발이가 쓰러진 곳을 바라보았다. 잠시 현장이 조용해졌다. 모두들 신기한 광경을 보았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럴 법도 했다. 목수가 일을 하면서 삼발이를 넘어뜨리는 일은 아주 드물기 때문이다. 사고라고 할 건 없지만 삼발이를 넘겼다는 사실만으로 그 팀의 사기가 말이 아니게 된다.
으이그,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더니. 딱 그 짝 났네.
만석이 한심한지 혀를 차며 말했다. 옆 팀에게 일이 뒤지는 것이 그렇게 부담이었을까. 일하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개집을 짓고 난 후로 일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다. 아버지의 잔소리는 여전했지만 전혀 귀담아 듣지 않았다. 공사는 아버지에게 들어오고 정작 일은 내가 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몇 년이 지나도 끄떡없는 집들 덕분인지 나중엔 아랫동네에서도 일이 들어왔다. 나는 또래의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 아버지의 손과 발이 되어 있었다. 아버지는 내가 일을 할 때마다 곁에 쪼그리고 앉아서 멸치 대가리에 소주를 마시곤 했다. 자신이 직접 일을 하지 못하는 회한을 술과 잔소리로 푸는 듯 했다.
목수의 혼이 들어가지 않은 집은 오래 못 간다.
집을 빠르게 지으면서도 하자가 없으면 되는 거 아니에요?
아니지, 혼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 집을 빨리 짓는 건 몸으로도 가능하지만 혼이 들어갈 시간이 필요하지. 그건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야 가능한데 그 마음은 절대 일을 빨리한다고 해서 나오는 게 아니야. 내가 집을 짓기 위해 자재를 준비하면서, 집을 지으면서도 뜸을 들이는 것은 다 그런 이유 때문이다.
아버지의 잔소리 중에 가장 듣기 싫었던 낱말은 혼이었다. 혼을 그렇게 다 쏟아 부으셔서 그 모양 그 꼴로 지내시나. 그놈의 혼은 둘째로 치고 일을 빠르게 하면 더 많은 공사를 할 수 있을테고 그랬으면 어머니가 남의 집 돼지 똥 치우러 다니는 일은 없었을 것 아닌가, 싶었다. 어머니의 돼지 똥 냄새가 스며있는 저녁밥상을 마주하면 나는 늘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가을에 맡은 공사가 어느덧 겨울로 접어들었다. 옆 팀과의 격차는 달라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처음엔 옆 팀을 이겨 보겠다고 설치던 팀장은 일이 계속 처지자 잡부를 더 구해왔다. 실력의 차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첫 눈이 내렸고 추운 날들이 이어졌다. 일이 끝나고 현장을 나서면 거리 곳곳엔 크리스마스트리가 반짝였다. 눈이 녹기까지는 일을 할 수 없는 날들이 많아졌다. 콘크리트 타설을 한 다음날엔 현장 직영잡부들이 총동원 되어 그 층에 포장을 치고 세대마다 갈탄을 땠다. 빠른 시일 안에 공사를 마무리해야 하는 현장소장은 애가 탈 것이다. 콘크리트 타설 후 얼어있는 옹벽을 녹여야만 양성이 되고 양성이 된 뒤에야 해체작업을 한다. 계속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는 것이 문제였다. 눈이 녹은 뒤에 이삼 일 일을 하고나면 옹벽에 콘크리트를 붓는다. 그 다음날 하루쯤만 날씨가 좋아도 일이 연결된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얼어붙은 옹벽은 도무지 녹을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왼종일 갈탄을 때서 녹여 놓으면 다른 동에서 또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한파가 오래 갈 모양이었다. 목수들은 좀이 쑤시는지 아침마다 나와서 현장을 둘러보고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함바에 모여 해장술을 마신 후에야 집에 돌아갔다.
이제 앞으로는 어지간하면 일을 할 테니까 바라시 할 때 단도리들 잘 하쇼.
일 추진이 늦다고 회사로부터 압박이라도 받았는지 어느날 아침, 현장소장이 말했다. 목수들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내 나이 열아홉의 봄에 아버지는 몸져누웠다. 직접 일을 하지 못하는 무력감을 술로 달래온 지 삼 년 만이었다. 잘 되었다 싶었다. 이제부턴 잔소리 듣지 않고 내 마음대로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앞섰다. 마침 아랫동네에 다 허물어져가는 흙집을 보수해 달라는 주문이 왔다. 가서 보니 집을 허물고 다시 지어야 할 정도였다.
뼈대만 남기고 다시 지어야겠던데요?
집을 보고 돌아와 누워있는 아버지에게 그렇게 말했다. 아버지는 눈을 감고 누워있다가 실눈을 지그시 뜨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뼈대는 안 삭았나?
네
집은 기초가 튼튼해야 좋은 집이다. 뼈대 다시 한 번 살펴보고 흙반죽 잘 섞어라.
아버지는 그렇게만 말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일은 수월했다. 쓸데없는 일은 할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흙집의 수명은 정해진 것 아닌가. 집을 허물고 난 후의 자재를 이용해 벽의 뼈대를 만들고 산 아래에 있는 황토가 아닌, 그 집 주변의 흙을 퍼날라 짚여물과 개었다. 아버지가 선호하는 산 아래의 흙과 그 집 주변의 흙은 내 눈으론 별반 차이가 없었다. 황토의 질이 좋으면 얼마나 좋겠나. 흙은 흙일 뿐이지. 아버지가 곁에 앉아 잔소리를 할 때보다 일이 두 배는 빨랐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집을 보고 집주인도 흐뭇해 했다. 집은 보름 만에 완성 되었다. 내가 보아도 잘 지어진 집이었다. 아니, 아버지와 함께 일할 때보다 훨씬 깔끔해 보였다. 자리를 털고 일어난 아버지는 그 집을 보고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나는, 비로소 목수가 된 기분을 느꼈다.
계단이 주저앉았다. 일이 너무 빨라서라고 해야할 것 같다. 현장에서 최고수로 손꼽히는 옆팀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소장이 올라왔고 상판 일을 하던 목수들도 계단 쪽으로 모였다. 계단 참으로 이어지는 경사면이 아래쪽으로 휘어져 있었다. 철근이 버티지 않았다면 벌써 주저앉았을 것이다. 휘어진 경사면 아래쪽에 수십 군데의 균열이 보였다.
오전까지는 멀쩡했는데 얼어있던 게 녹으면서 가라앉은 것 같소.
옆팀 팀장이 소장에게 그렇게 말했다. 소장은 고수들의 팀에서 하자가 생겼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듯 고개를 갸우뚱 했다.
그러게 내가 바라시 조심하라 했잖아요.
하자없이 만들 수 있소. 철 지지대로 밀어올린 다음에 양성이 되고 나면 그때 미장을 바르면 돼요.
아무리 그래도..전국구 고수들이 이런 실수를....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소. 아래쪽에 미장 바르고 위쪽에 도께다시 깔면 전혀 표가 안나요.
팀장의 이야기를 심각하게 듣고 있던 소장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소장으로서도 최선의 선택일지 모른다. 휘어진 경사면을 다 깨부수고, 철근을 다시 깔고, 목수 일을 다시 시공한다는 것은 생각조차 안하는 듯했다.
어이, 만석이 옛날 그 사람들이 맞네. 어쩐지 낯이 익더라니.
옆 팀에서 돌아온 팀장이 만석을 보며 말했다.
글쎄, 아무리 고수라도 일단 크릭 간 건 맞잖아? 저게 부실공사지 뭐겠어.
그래서 겨울공사 한 아파트는 들어올 생각을 말아야 한다니깐요. 고수들이 뭐 저래. 무게만 좆나 잡더니만.
동수가 옆 팀에 쌓인 게 많았는지 빈정거렸다.
내가 지은 집도 그 해 여름에 무너져 내렸다. 태풍은 많은 비를 몰고왔다. 지붕에서 물이 떨어진다는 말을 듣고 아버지와 함께 그 집에 갔을 때 집 주인은 방안에서 가구를 빼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단단할 걸로 믿었던 벽은 물에 젖을 대로 젖어 반죽상태로 되돌아가는 중이었다.
남 목수, 이걸 집이라고 지었어? 젊은 얘가 목수라고 설칠 때부터 내 알아봤네.
다시 지어 줌세.
아버지는 곧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운 집을 바라보며 말했다. 바람이 한차례 세차게 불자 내가 지은 집이 조금 돌더니 뼈대만을 남기고 꺼져내렸다.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몇 개월 동안 참아왔던 술을 찾았다. 술상 앞에 나를 앉으라 하고는 광에서 오래 묵은 매화주를 꺼내왔다.
내 술 한 잔 받아라.
아버지가 내게 술을 따라주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마당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대낮인데도 쏟아지는 비 때문에 초저녁처럼 어두컴컴했다.
집도 무너뜨려 봤으니 이제 너도 쓸만한 목수가 되겠구나.
아버지가 내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그날 밤, 시름시름 앓던 아버지는 뭐라고 한 두마디 웅얼거리더니 세상을 떴다. 아마도 무너진 집을 단단하게 지어주라는 말이었을 것이다. 그 후로 나는 많은 집을 지었고 아버지만큼 단단한 집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일은 주로 외지에서 들어왔다. 우리동네나 아랫동네에서는 일이 거의 끊겼다. 집을 먹고 사는 목수에게 집은 가끔 무너져줘야 한다. 가만 생각해보면 아버지는 이상한 목수였다.
첫댓글 시조, 수필, 소설까지 다방면의 재주가 있으시네요. 열심히 하십시오. ^^
기대합니다. 많은 작품 기다립니다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