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어떻게 아동학대 교사가 되었나’
2023년 3월 7일, MBC 피디수첩은 주류 언론 최초로 ‘아동학대 교사’라는 이슈를 다루었다. 방송 직후 달린 댓글을 보며 이제 제발 이 문제가 공론화되어 아무런 방어권도 행사하지 못하는 현행 매뉴얼이 수정되기를, 홀로 내몰려 막막함 속에 생을 마감한 김은정 선생님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2022년 10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교사 624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자신도 아동학대로 의심받아 신고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교사가 10명 중 9명(92.9%)에 달한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실제 아동학대 신고나 민원을 직접 받거나 그런 동료교사를 본 적이 있다는 응답은 61.7%였다. 아동학대 신고 내용은 정서학대가 61%로 가장 높았지만, 특수학교의 경우는 신체학대가 가장 높게 나왔다. 이는 특수교육대상 아동에게 이동이나 식사 지원을 하는 과정에서 신체적 접촉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관련보도자료)
아동학대 신고나 민원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응답자 중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밝힌 비율은 61.4%, 유죄가 확정된 사례는 1.5%였다. 신고 건수에 비해 실제 처벌 비율이 낮은 데 대해 절대 다수의 교사들은 신고 처리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96.7%는 ‘오해로 인한 신고가 있다’고 했고, ‘교육부의 아동학대예방 가이드북이 현장 실정에 맞지 않다’(95.2%), ‘소명기회나 진상조사 없이 신고나 민원만으로 교육청·관리자가 수사기관에 신고한다’(91.6%)고 응답했다.
2022년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에 발표한 아동학대 관련 자료(표 1)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접수는 꾸준히 늘고 있으며, 이중 아동학대사례로 판정되는 비율을 평균 약 70%에 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2017 | 2018 | 2019 | 2020 | 2021 | 평균 |
아동학대 신고 접수 | 34,169 | 36,417 | 41,389 | 42,251 | 53,932 | 41,632 |
아동학대 의심사례 | 30,923 | 33,532 | 38,380 | 38,929 | 52,083 | 38,7692 |
아동학대사례 | 22,367 | 24,604 | 30,045 | 30,905 | 37,605 | 29,1052 |
신고접수 대비 학대판정 | 65.46% | 67.56% | 72.59% | 73.15% | 69.73% | 69.70% |
<최근 5년간 전체 아동학대 신고와 학대로 판정되는 사례수(보건복지부, 2022)>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아동학대 행위자 통계를 보면 부모와 친인척에 의한 경우가 5년 평균 84%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동학대를 저지른 행위자로 등록되어 취업 등에 제한을 받게 된 유초중고등학교 교직원수는 8,413명이다. 동일 기간 총 아동학대사례 145,526 건 중 8,413명이니 약 5.8%에 달한다.
학대 행위자 | 2017 | 2018 | 2019 | 2020 | 2021 |
건수 | 비율% | 건수 | 비율% | 건수 | 비율% | 건수 | 비율% | 건수 | 비율% |
부모 | 17,177 | 76.8 | 18,920 | 76.9 | 22,700 | 75.6 | 25,380 | 82.1 | 31,486 | 83.7 |
친인척 | 1,067 | 4.8 | 1,114 | 4.5 | 1,332 | 4.4 | 1,661 | 5.4 | 1,517 | 4.0 |
대리양육자 | 3,343 | 14.9 | 3,906 | 15.9 | 4,986 | 16.6 | 2,930 | 9.5 | 3,609 | 9.6 |
(유초중고 교직원) | 1,562 | 7.0 | 2,249 | 9.1 | 2,309 | 7.7 | 1,000 | 3.2 | 1,229 | 3.3 |
타인 | 15 | 0.1 | - | - | 663 | 2.2 | 565 | 1.8 | 658 | 1.7 |
기타 | 694 | 3.1 | 664 | 2.7 | 364 | 1.2 | 369 | 1.2 | 335 | 0.9 |
계 | 22,367 | 100.0 | 24,604 | 100.0 | 30,045 | 100.0 | 30,905 | 100.0 | 37,605 | 100.0 |
아동학대행위자로 등록된 8413명의 유초중고 교직원에 대한 형사 처분 결과는 어떨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나 교육부 어느 곳도 이런 통계를 내지 않고 있다. 교육부에 자료를 요청하면 보건복지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으라고 답변하더라는 전언을 듣기도 했다. 결국 국가통계포털(KOSIS)에 고시된 ‘공무원의 범죄자 등록 통계’를 활용했다. 공무원 중 아동복지법 위반자에 대한 사법처리 결과를 아동학대행위자로 등록된 교직원수에 대비해보니 전교조의 보도자료처럼 평균 1.48%의 기소율이 나왔다.
기소가 되는 비율이 1.48%일 뿐, 무죄가 확정되는 사례들도 있다. 또한 아동학대행위자로 등록되는 교직원에 대한 기소 비율이 1.48%라면 아동학대로 신고된 교사수 대비 기소 비율은 얼마나 될까? 교사 중 93%가 ‘나도 아동학대로 신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 아동학대행위자 등록교직원수(a) | 기소 | 보호 처분 | 불기소,기소중지 등 | 보완수사요구 | 아동복지법위반 공무원수(e) | 형사소송 비율(e/a) |
수(b) | 비율(b/a) | 수(c) | 비율(c/a) | 수(d) | 비율(d/a) |
2017 | 1626 | 18 | 1.1% | 42 | 2.6% | 67 | 4.1% | - | 127 | 7.8% |
2018 | 2249 | 28 | 1.2% | 52 | 2.3% | 78 | 3.5% | - | 158 | 7.0% |
2019 | 2309 | 35 | 1.5% | 86 | 3.7% | 99 | 4.3% | - | 220 | 9.5% |
2020 | 1000 | 20 | 2.0% | 66 | 6.6% | 98 | 9.8% | 1 | 185 | 18.5% |
2021 | 1229 | 20 | 1.6% | 131 | 10.7% | 170 | 12.6% | 13 | 334 | 27.2% |
평균 | 1683 | 24 | 1.48% | 75 | 5.2% | 102 | 6.7% |
| 205 | 14.0% |
위 표에서 기소는 구공판 구속과 불구속, 구약식 재판을 모두 포함하는 비율이다. 그 비율은 다음 그래프처럼 증가하다가 낮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불구속 재판이나 구약식 재판이 절대적이며 구속 재판 비율은 현저히 낮지만 추세를 보기 위해 통합해서 통계를 냈고 평균은 1.48%이다.
보호처분은 ‘가정보호송치, 아동보호송치’로 처리된 것으로,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소년보호송치나 성매매보호송치’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호처분의 비율의 평균은 5.2%이지만, 2017년 2.6%에서 2021년 10.7%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불기소 항목은 ‘불기소, 기소중지, 사법경찰관의 불송치 결정’을 포함한 것으로 불기소 비율 평균 6.7%이지만, 2017년 4.1%에서 2021년 12.6%로 급격히 상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코로나 영향으로 등교일수가 적어지면서 아동학대행위자로 등록된 교사의 절대수는 절반 이하로 급감했지만 신고 건수에 대한 형사 소송은 급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결과 기소되는 비율은 오히려 줄고 불기소나 기소 중지, 각종 보호처분은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아동학대행위자로 등록된 교직원이 아동복지법 위반 공무원과 등치되는지에 대한 문제는 있지만 관련 자료를 발표하지 않는 상황에서 변화의 추세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는 될 것이다. 더불어 전교조의 설문조사 결과가 결코 과장되거나 허황된 것이 아니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머리 둘 곳 없는 교사들
전교조의 설문에 따르면, 98.2%의 교사들이 아동학대 사안 처리과정에서 교권침해가 발생한다고 응답했다. 아동학대 사안처리 관련 교육부의 현행 매뉴얼에 따르면 아동학대 민원, 즉 학부모나 학생의 주장만으로도 학교 관리자에 의해 지자체, 경찰서에 신고가 진행된다. ‘의심이 있는 경우’는 최소한의 ‘사실 확인 과정’이 필요하지만 인지한 즉시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규정에 대부분 기계적으로 신고한다.
2023년 1월 12일 교육부는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 시도교육청 담당자들과 함께 아동학대 매뉴얼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교원단체는 신고만으로 담임 배제로 이어지는 매뉴얼을 수정하고 최소한의 소명의 기회를 줄 것을 요구했지만 여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소송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교사들은 2015년 즈음부터 교원용 특약 보험을 가입하기 시작했다. 보험회사는 앞다투어 상품을 내놓았다. 그 일이 나의 일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던 필자도 가입을 위해 상품을 알아봤던 게 2018년이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한다.
2022년 모 중학교 수업시간에 찍힌 사진 한 장이 나라를 뜨겁게 했다. 더 심각한 일들인 비일비재하다. 교실에서 대걸레 자루를 휘두르며 위협하는 학생이 있지만 교사는 제지할 방법이 없다. 옆 교실의 교사들을 부르고 동영상 촬영을 시작한 다음에 맨몸으로 다가가 대걸레에 맞으면서 학생을 진정시켰다는 이야기를 직접 들은 게 2018년이었다. 학생이 교사 앞에서 쌍욕을 해도 못들은 척 해야 한다, 우리반 어느 학생은 녹음기를 들고 와서 모든 말을 녹음하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게 격언이 된지 십 년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한다는 것은 아무런 배움을 일으킬 수 없다는 말이다. 피해는 결국 다수의 학생에게 돌아간다. 이런 상태를 10년 가까이 방치하고 있는 교육부는 신고 당한 교사에게 최소한 소명의 기회는 보장하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고인이 되신 김은정 선생님의 명복을 빕니다.
원글 링크: https://www.koreateachers.org/news/articleView.html?idxno=1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