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의 황산 탐방은 기분 좋은 피로감을 남긴 채, 묵직하게 새벽을 맞이하게 했다.
툰시의 새벽은 밤새 살수차로 정갈히 청소한 흔적이 남아, 지나치게 깨끗해 보였다.
혹시 밤새 비가 내렸나 싶어 하늘을 올려다보니, 새벽별이 또렷하게 남아 있었다.
조금 걸음을 옮겨 신안강변에 다다르니, 모든 것이 뽀송하고 맑아 보였다.
툰시의 새벽 강변 풍경
우측에 환한 불이 켜진 건물이 화장실이다.
개점 준비로 분주한 고깃간 안을 살짝 들여다보았다.
훈연해서 말린 고기들이 부위별로 …
호텔로 돌아와 아침을 먹고 짐을 챙겨 삼청산으로 이동하려는데, 하늘이 심상치 않다.
짙은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고, 바람이 비를 예고하는 듯 하다.
이동중에 결국 비를 만나고 말았다.
잠시 멈춰 서며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이 순간을 느낀다. 비에 젖은 도로 위,
그 모든 일상들이 어찌 보면 평범하지만, 나는 그 안에 숨겨진 특별함이 느껴진다.
삼청산풍경구 앞에 도착하니,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하늘에는 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 사이로 간간히 파란 하늘이 얼굴을 내밀며, 변화무쌍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어느 순간은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 묵직한 분위기가 감돌았고,
또 어느 순간은 햇살이 비치며 대지를 환하게 물들였다.
점심은 풍경구 앞 KFC에서 햄버거를 준비해, 올라가서 먹기로 했다.
입장권을 사고, 짐 검사를 거친 뒤 여권 확인까지 마치는 익숙해지지 않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 케이블카에 올라탔다.
케이블카가 서서히 움직이자 발아래로 펼쳐진 산세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구름 속으로 솟은 봉우리들이 마치 신선의 세계로 향하는 듯한 기분을 주었다.
삼청산은 소화산이라고도 불리우는 중국의 도교 명산 중 하나이다. 옥경봉,옥허봉, 옥화봉 세 주요 봉우리가 있고
이중 옥경봉이 주봉으로 1.817m. 산세는 험하고 기이하며, 동쪽은 험하고, 서쪽은 기이하고,
남쪽은 절경이며, 북쪽은 수려하다고 한다.
삼청궁은 송나라 시기에 처음 건축되었고, 명나라 시기에 중건되었다. 산에는 숲, 기암괴석, 맑은 샘, 폭포가 많다.
삼천산의 느낌은 날카로운 산세와는 달리 부드럽게 안아주는 느낌이 있디.
황산의 웅장함과는 다른 묵직함이 있다.
잔도와 잔도, 계단 또 계단.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졌지만, 오르면서 마주하는 풍경은 그 모든 힘듦을 잊게 만들 만큼 황홀했다.
구름 사이로 드러나는 기암괴석과 끝없이 이어진 능선은 마치 그림 속을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소나무는 대자연의 굳건함을 상징하는 존재다.
험준한 절벽 위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 이 나무들은,
강풍과 폭설에도 꺾이지 않는 강인함으로 풍경을 완성시킨다.
비바람에 휘어진 가지와 울퉁불퉁한 줄기는, 시간이 빚어낸 조각품처럼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삼청산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독특한 바위가 눈길을 끌었다.
바위는 뾰족하게 솟아오른 머리 부분과 유연하게 휘어진 곡선이 어우러져, 상상력을 자극했다.
나는 그것을 망부석이라 생각하며 기다림의 상징으로 생각했지만, 코브라 바위란다.
중간 휴식장소에서 지고 올라온 햄버거로 점심.
이만하면 인생식당 아닌가?
좀 많이 올라 왔으니 다시 보자.
코브라인지 망부석인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비와 바람은 기기묘묘한, 인간이 할 수 없는 조각품을 곳곳에 세워 놓았다.
그 자연의 작품들은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보는 이마다 각기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나는 그것을 바라보며 마음 속에서 이런저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코브라라면 어떻고, 망부석이라면 또 어떠랴.
그 모든 형상들이 나에게는 단지 그저 한 장면일 뿐이다.
내 눈으로 보고, 내 마음으로 느끼고, 내 상상으로 만들어 가는 것. 그게 중요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정해 놓은 이름이나 해석에 얽매일 이유는 없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그 속에서 나만의 의미를 찾는 것이 바로 여행의 진정한 즐거움이 아닐까.
잔도공
진순희
깍아지른 벼랑을 따라 길을 내는 잔도공
허공에 길이 얹히면
아찔한 풍경은 코앞으로 달려온다.
중국 삼청산
로프조차 걸 곳이 없는 까마득한 낭떠러지
암석 절벽에 철심을 박고
협곡에 매달려 생계를 버는 사내
강철 파이프 볼트를 조이며
한 발 한 발 길을 엮는다
천 길 발밑, 덜컥 덜컥 떨어지던 간덩이
보이지 않는 검은 흔적이 바닥의 자갈처럼 박혀있다.
방심에 발을 빠뜨리는 순간
천 길 추락이다.
두려움을 이겨내는 건 오직 몰입뿐
스치는 바람에도 긴장이 온몸을 휘감는다
절벽을 거니는 관광객의 탄성은
최고의 찬사
산의 가파른 허리에 길을 매달고
목슴을 담보로 구름 위를 걷는 잔도공
절벽과 절벽을 이어 붙여
오늘도 비경을 짓는다.
신의 영역까지 사람들이 타고 오른다.
...
삼청산에 배정된 시간이 너무 짧아 아쉬움이 컸다.
‘황산의 누이’라는 표현처럼, 황산이 남성적인 기운을 품고 있다면,
삼청산은 황산의 매력을 압축적으로 담아낸 여성적인 느낌이었다.
오밀조밀 구석구석 숨어 있는 비경과, 황산보다 더 험난한 지형은 그 자체로 매혹적이었다.
그 아름다움을 다 담아내기엔 시간이 부족해, 내 마음 속에서 그 풍경은 아쉬움과 함께 오랫동안 여운을 남겼다.
언젠가 다시 기회가 된다면,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둘러보고 싶다.
그때는 삼청산의 모든 구석구석을 탐험하며, 그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
아쉬운 마음을 추스르며 다음 목적지인 망선곡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마실정회동
첫댓글 -내 눈으로 보고, 내 마음으로 느끼고, 내 상상으로 만들어 가는 것. 그게 중요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정해 놓은 이름이나 해석에 얽매일 이유는 없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그 속에서 나만의 의미를 찾는 것이 바로 여행의 진정한 즐거움이 아닐까-
맞습니다.
제 눈에는 코브라 바위 위쪽에서 거북 모양과 글씨가 새겨진 걸 봤으니요.ㅎㅎㅎ
내용은 모름.ㅎㅎ
덕분에 삼청산의 절경을 편안하게 감상하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