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TV 화면에 이슬라마바드의 파이잘 모스크가 잡히더니 출입이 차단되고 있다고 한다. 미-이란 회담을 대비해서 경비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스카르두 시내에 걸려있던 하메네이 부자의 대형 초상화가 생각났다. 아들 모즈타바가 건재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는 뉴스를 지켜보면서 여행기를 마저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제 여행기에서 여지를 남겨둔 것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글을 시작하려고 보니 별로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여행기 초반부에 미처 삽입하지 못하고 보류해 두었던, 나의 ‘비행 감상’ 메모로 대신하려고 한다. 3월22일 광저우에서 카스까지 나의 비행 기록문이다. *** 비행기가 드디어 땅을 차고 오른다. 날개는 아직 비스듬히 상방향이다. 더 높이 올라가야 한다. 더 높이 날아야 한다. 비행기는 드디어 10킬로미터 상공으로 떠올랐다. 기수가 서쪽을 향하고 있다. 스커틀로 비스듬히 파고드는 태양빛이 강렬하다. 지는 해가 마치 떠오르는 태양 행세를 한다. 그건 지구의 자전 때문이니 태양은 무죄다. 나는 언제나 당당한 태양의 태도를 인정한다. 지금 시각은 오후 6시 그리고 초봄이다. 나는 내게 주어진 시간의 흐름을 똑똑히 인지하고, 순순히 받아들인다. 계절은 나와는 반대로 봄을 시작한다. 나는 지금 구름 위에 떠있다. 구름 위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기운이 넘친다. 구름 하늘이요, 하늘 천국이다. 비행기가 속도를 높여 날아간다. 비행기가 속도를 내는 만큼 태양은 떨어지는 속도를 늦추고 있다. 내가 서쪽으로 가는 만큼 태양은 제 수명을 늘리고 있다. 비행기는 맹렬한 기세로 서쪽으로 날아간다. 긴 창을 꼬나 쥐고,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돈키호테와 같다. 구름바다. 끝없이 펼쳐진 흰 구름바다. 성인봉에 앉아서 눈 쌓인 나리분지를 내려다본다. 어머니가 이불 지으려고 흰 무명천 위에 목화솜을 가득 펼쳐놓았다. 그러나 보잉737 여객기의 속도는 지구자전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결국 태양이 서쪽 낭떠러지로 꼴깍 떨어지며 자취를 감췄다. 수평선 지평선과 달리 하늘 끝을 무엇으로 불러야 할까? 그렇다면 나는 공편선(空平線)으로 하자. 태양이 사라진 공평선에 붉은 물이 스며든다. 구름이 하늘가를 경계 짓고 있어 서툴게 삐툴삐툴하다. 태양이 바닥으로 완전히 잠겼는지 순식간에 어둠이 덮친다. 머리맡 불빛을 손으로 가리고 밤하늘을 본다. 별들이 가깝다. 저 별에게 내가 10킬로미터나 다가섰기 때문이다. 그래서 별들이 웃는다. 너는 수 억 광년 멀리 있는데 나는 오늘 너를 향해 고작 이십오 리를 줄였다. 그러나 별아! 이마저도 다가서지 않는다면, 나는 너에게 끝끝내 도달할 수 없다. 너를 향해 돌아선 나를 보아다오. 비행기 하나가 멀리서 불빛을 번쩍대며 스쳐 지나간다. 나는 스커틀에 붙인 이마를 떼고 눈을 감았다. 나는 티켓팅 전에 비행시간과 기상상태를 확인한다. 나이가 들면서 들고나는데 편한 ‘아일’로 옮겼지만 새벽과 석양 시간이 들어있으면 '윈도우'를 요청한다. 하늘에 손을 대면 상상의 세계가 다가온다. 새벽해와 석양은 더욱 좋다. 그래서 나는 창가가 더 좋다. *** 난쯔하오써 男子好色 뉘쯔하오치엔 女子好錢 교장선생님이 중국어 학원에서 익힌 ‘삶의 지혜’를 내게 전수해 주셨다. 자다가 봉창 뚫는 뜬금없는 소리라고 하지 말고 함께 웃고 안녕 합시다. 그동안 긴 글에 동행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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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