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산행(능이)
2010.9.25(토)
추석 전날만 해도 대구 기온이 32도 무더위였다.
추석날부터 오늘까지 나흘간 전형적인 가을날씨가 지속되었다.
버섯들이 제 계절인양 느낀 것은 겨우 나흘이 지났을 뿐일 게다.
오늘도 능이를 탐색하려 산에 올랐다.
파란 하늘은 마음속까지 시원하게 만든다.
산에 오르는 초입에는 땅두릅이 한창 열매를 맺고 있다.
아랫 둥치를 보니 엄청 커 뿌리를 캔다면 한 아름은 될 듯하지만
오늘의 목표가 아니라 그냥 지나쳐야 했다.
투구꽃들도 꽃을 피우기 시작했으니 진정 가을인가 보다.
산에 오르니 습한 나무 가지엔 노루궁뎅이버섯이 털을 막 돋아내고 있다.
며칠 후면 딸 수 있으려나.
참싸리버섯도 제 계절인양 막 돋아나고 있다.
분지 끝은 담홍색이고 다른 부위는 백홍색이다.
한마디로 깨끗하게 생겼다. 물에 울쿠지 않고 먹으도 된다.
드디어 오늘의 목표인 능이가 눈에 띄였다.
그런데 개체가 작다.
나팔꽃 같은 갓의 직경이 2~30cm는 되야 되는데 10cm 정도밖에 안된다.
캐는 게 애처롭게 생각되지만 모처럼 발견한 놈이라 큰 놈만 골라 몇개 채취했다.
더 두면 더 크려나? 아니면 이 크기에서 성장을 멈출 것인가?
아마 기후 조건에 따라 달라지겠지.
비야 한번 더 와라. 그러면 나는 더 성장하리라.
내내 비가 오지 않는다면 여기서 내 성장은 멈출 것이다.
그래도 맛이나 봐야 될 것 아닌가.
작은 놈이지만 좀 채취했다.
작은 놈 반쪽을 자르니 저 정도면 속은 괜찮다.
좀 더 성장한 놈은 벌레집으로 가득할 것이다.
맛이 좋아 벌레가 많이 스는가 보다.
하산하는 길. 배낭이나 채워야기에 싸리버섯이랑 밤버섯도 좀 땄다.
저녁 때 집에 돌아와 담은 막걸리에, 삼겹살과 능이를 구워 한잔 먹으니 얼큰하다.
오늘도 자연에 묻혀 운동을 많이 하고나니 몸이 상쾌하다.
이제 푹 자고 또 내일을 기약해 보자.
포박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