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소감>
당선소식은 아주 오래된 마을로부터 왔습니다.
저에게 처음 시가 왔을 때 하늘은 유난히 높아 가슴이 뛴
은행잎이 샛노랗게 빛나던 계절처럼,
그렇게 가슴이 뛰었습니다.
기쁨이었겠지요.
신화를 찾아 나선 그때쯤
시를 줍다가 주춤거렸거나 나른해졌을 때
시와 조금 멀어진 길 위에 서 있을 무렵
신화마을을 찾아 나섰습니다.
찰진 햇볕이 좁은 골목을 하얗게 들락거릴 때
귀신고래도 혹등고래도 들락거렸습니다.
신화는 고래로부터 오고, 저는 고래를 타고 내려왔습니다.
이제 다 부려놓고, 당선소식은
다시 시작하라는 채찍 같았습니다.
올해는 저에게 뜻 깊은 해이기도 합니다.
은행나무 가로수 황금길 만들 때 딸아이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하루하루 기다리며 일기를 쓰듯 통도사 자원봉사도 다녔지요.
도서관 어르신들과 동화와 글자놀이를 하며 놀았습니다.
이 모두가 제겐 더없는 시의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이제 신화로부터 길을 찾습니다. 좀 더 사유 깊은 시를 써야겠구나,
다짐해 봅니다. 한 계단을 올라가 조심스레 다시 발을 내딛습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저를 손잡아 이끌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