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산책] 화엄경(華嚴經) ⑮ <끝>
화엄경 일체수행법 십바라밀로 포섭
<사진설명>보물 제1126호 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별 행소 발문.
화엄경에서 십지보살행의 비유로 사용되는 큰 바다의 이익으로서 먼저 바다가 차례로 점점 깊어지고, 송장을 받아두지 않음을 보았다. 이어서 바다는 다른 물이 그 가운데 들어가면 모두 본래의 이름을 잃으며, 모두 다 한맛이며, 한량없는 보물이 있으며, 바닥까지 이를 수 없으며, 넓고 커서 한량이 없으며, 큰 짐승들이 사는 곳이며, 조수가 기한을 넘기지 않으며, 큰 비를 모두 받아도 넘치지 않는다는 10가지 덕이 있다.
십지보살의 행도 그와 같아서 십지의 공덕을 바다의 이익에 이어서 다음과 같이 차례로 비유하고 있다. (지면관계상 십지의 개별 수행방편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고, 바다비유에 붙여서 수행의 명목만 한 번 더 보기로 한다)
〈3〉제3지인 발광지는 세간에서 붙인 이름을 여의는 까닭이다. 세간의 유위법을 잘 관찰하면[十法印], 그 유위법이 좋아할 것이 아닌 줄 알게 되므로 가치관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4〉염혜지는 부처님의 공덕과 맛이 같은 까닭이다. 보리를 돕는 수행법[三十七助道法]은 어떤 것을 닦든지 다 부처님 세계에 도달되는 일승 수행법이 된다.
〈5〉난승지는 한량없는 방편과 신통과 세간의 보배들을 내는 까닭이다. 이 난승지는 이기기 어려운 단계를 넘어서는 자리이다. 세간지와 출세간지가 하나 되어서 중생을 위해 갖가지 방편을 시설하고 있는 자리이다. 그래서 특히 난승지 보살은 중생이 좋아하면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는 등, 무엇이든지 함으로써 중생들로 하여금 모든 고통을 여의고 열반세계에 이르도록 인도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중생이 한량없어서 사성제(四聖諦)의 방편 또한 끝없이 교설되고 있다.
〈6〉현전지는 인연으로 생기는 깊은 이치를 관찰하는 까닭에 바다가 깊고 깊어서 바닥까지 다다르기 어려운 데 비유된 것이다. 현전지 보살은 12연기를 10중으로 관찰하고 있으며, 이 또한 다 마음에 의해서 생겨남을 [三界虛妄 但是心作 十二緣分 是皆依心/ 了達三界依心有 十二因緣亦復然 生死皆有心所作 心若滅者生死盡] 깊은 지혜로 관찰하는 자리이다.
〈7〉원행지는 넓고 큰 깨달음에 이르는 지혜를 잘 관찰하는 까닭이다. 모든 바라밀(十波羅蜜)로 부처님의 광대한 세계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화엄십지에서는 십선업·삼법인·삼십조도법·사성제·십이연기까지 모두 유심의 일승수행법으로 포섭하여 6지까지 배대한 뒤에, 대승의 바라밀을 이 원행지에서 닦는 수행법으로 시설하고 있다. 물론 십바라밀은 초지에서 십지까지 차례로 닦아가는 수행방편으로 교설하고도 있으나, 특히 제7지에서 구족하는 수행덕목인 것이다.
〈8〉부동지는 광대하게 장엄하는 일을 나타내는 까닭이다. 부동지에서는 무생법인 등 10가지 지혜 [十忍]를 얻어, 일체 심의식으로 분별하는 생각을 쉬어서 집착할 바가 없음이 마치 허공과 같으며, 일체법의 성품이 허공과 같음에 들어서 다시는 남이 없는 법에 들게 되어 중생의 좋아함을 따라서 갖가지로 부처의 몸을 나타내 보인다.
〈9〉선혜지는 깊은 해탈을 얻고 세간으로 다니면서 사실대로 알아서 기한을 어기지 않는 까닭이다. 네 가지 걸림 없는 지혜의 변재 [四無碍智辨]를 얻어 대법사가 되어 설법하는 지위이다.
〈10〉법운지는 모든 부처님의 법의 비를 받으면서 만족함이 없는 까닭이다[雨大法雨]. 그래서 끝없는 원행으로 이어지게 된다. 법성게에서는 이 보배비가 허공에 가득한데 중생들은 근기 따라 이익을 얻으며, 여래가(如來家인) 법성가에 돌아감에 분수 따라 자량을 얻는다고 하였다.
이후에 펼쳐지는 깨달음의 부처경계 역시 불바라밀해(佛波羅蜜海) 등의 행원과 원행의 바다이다.
화엄경에서 교설하고 있는 수행법은 팔만사천 방편문 또는 백 천 해탈문 이라고 하니, 그것은 한량없이 많다는 의미이다. 십주·십행·십회향을 포함한 십지에서 수행되는 10가지 방편을 대표적인 주요 수행법으로 간주하고 있으나, 이세간품에서는 2000가지로 전 화엄경 보살도를 말하고 있는가하면, 입법계품에서는 다시 한 번 53선지식을 통해 무진 해탈문으로 교설하고 있다.
그런데 그 일체 수행법을 10바라밀로 포섭하고 있으며, 그 모두는 오직 마음에 달렸다[唯心廻轉]. 그 마음은 부처를 갈무리하고 있는 마음[如來藏自性淸淨心]일 뿐만 아니라, 부처님의 덕을 온전히 펴는 마음[如來性起具德心]이다. 그래서 보현행원으로 일승보살도를 전개함으로써 여래로 출현하고 여래를 출현시켜서, 온 중생이 행복한 불국세계를 장엄하게 되는 것이다.
해주 스님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
[출처 : 법보신문]
☞경전산책 목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