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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영미 아나운서는“노인들이 행복한 나라를 위해서는 젊은이들의 노력도 절실하다”면서“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가 ‘따뜻한 수프가 식지 않는 거리’에서 살면 각자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면서 사랑하고 효도할 수 있다”고 했다./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두 번째 청춘》 쓴 유영미 아나운서
고령화시대를 살아가는 이 땅의 모든 이들에게 '노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는 큰 고민거리다. 최근 나이 들수록 더 행복하게 사는 법에 관한 책《두 번째 청춘》(시공사)을 낸 유영미(48) SBS 아나운서는 "즐거운 노년을 위해서는 노인 스스로가 내적 자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직장에서도 밀려나고 자녀들과도 소통이 잘 되지 않는 노인들의 가장 큰 문제는 '상실감'입니다. 이 상실감을 극복하고 '나는 이제까지 잘 살아왔고, 앞으로도 근사한 삶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지요."
1994년부터 노인 대상 라디오 프로그램 '유영미의 마음은 언제나 청춘'을 맡고 있는 유 아나운서는 이번 책에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자신이 깨닫고 느꼈던 것들을 모두 녹여넣었다. 노인의 성(性)을 비롯해 일반인들이 노인들 앞에서 이야기하기 꺼려하는 주제들도 다뤘다. '터놓고 이야기하는 황혼의 성(性)'이라는 챕터에서 그는 "노년의 성은 전희(前戱)가 주도한다"라고 거침없이 썼다. "처음 우리 프로그램에서 노인의 성을 다룬 것이 90년대 말이었어요. 노인 복지관 등에 현장 취재를 나가봤더니 어르신들의 고민이 크시더라고요. 집안에서 차마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방송에서라도 할 수 있도록 도와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는 "젊은이들은 '노인에겐 성생활이 없다'고 생각하고, 노인 자신은 '이 나이에도 이러다니 주책 맞다'고 여기는데 사실 많은 노인들이 성생활에 대한 욕구를 느끼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우리 사회가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했다.
'웰다잉(well-dying)' 역시 많은 사람들이 노인들 앞에서 입에 담기를 금기시하는 주제다. 책에서 "건강할 때 즐겁게 영정사진을 찍어두고 미리 유언과 묘비명을 작성해보자"고 주장한 그는 "중요한 것은 죽음에 대한 접근방법"이라고 했다. "삶을 시작하기 위한 태교(胎敎)가 있듯 삶의 마감을 준비하는 '사교(死敎)'도 필요하지요. 6~7년 전 처음 '죽음'을 다루면서 죽음에 관한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자세와 장례 문화, 남은 가족에 대한 배려 등의 주제를 이야기했더니 어르신들께서 '한 번도 진지하게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정말 유익한 정보였다'는 반응을 보였답니다."
그는 "30대 초반 처음 노인 대상 프로그램을 맡았을 때는 솔직히 싫은 마음이 컸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레 노인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지난 2000년엔 이화여대 사회복지대학원에서 '한국 노인의 정치 정향(定向)과 노인 유권자 운동'을 주제로 석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령·최장수 여성 앵커에 도전한다는 그는 어떤 노년을 계획하고 있을까? "나이 듦의 의미를 여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파워 시니어(power senior)'가 되고 싶어요. 다른 사람들로부터 '아름답게 늙었다'는 말까지 들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