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지도에서 스카이뷰와 로드뷰를 드디어 출시했습니다.
이런 저런 포탈들이 지도 서비스를 새로 시작할 때마다 가 보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고향집과 굴업도입니다.
고향이야 대구니까 잘 나오지만,
굴업도는 항상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겨우 형태만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만 나와서 아쉬웠죠.
그런데 이번에 다음의 스카이뷰는 위성사진이 아니라 항공사진을 써서 더 자세히 볼 수 있다는 말에,
설마... 하는 심정으로 굴업도를 둘러봤습니다.
지금까지는 굴업도가 워낙 작은 섬이다보니, 지도 서비스에서도 찬밥 신세였거든요.
그런데!
정말 놀랐습니다.
육지와 마찬가지로 자세히 굴업도가 나오는것 아니겠습니까? ^O^
작년 초에 다녀오고 못 가본 굴업도...
스카이뷰 덕분에 오랜만에 굴업도에 갔었던 추억을 훨신 더 자세히 더듬어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자세히 더듬어 본 추억을 소개시켜드리죠.
굴업도는 인천 앞 바다에서 가장 서쪽에 있는 섬들 중 하나 입니다.
크기는 1.71㎢.
인천 연안 부두에서 덕적도로 가는 쾌속정을 타고 1시간 가량,
다시 덕적도에서 굴업도까지 가는 행정선을 타고 1시간 가량.
굴업도 근처에는 소야도 문갑도 백아도가 있죠.
예전 다른 지도서비스에서도 덕적도까지는 나왔는데, 이렇게 굴업도 사진이 잘 나와서 완전 기분 업입니다. ^^
짜잔~!
드디어 굴업도가 보입니다.
제주도 같이 동그란 모양이 아니고, 섬 몇개가 모여서 만들어진 느낌이죠.
와~ 이렇게 외딴 섬까지 다음에서 신경을 썼으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는데. 그냥 감개무량합니다.
이왕 이렇게 온거 옛 추억을 떠올려봅니다.
오른쪽 굴업도 선착장에 도착해서 배에서 내려서는 이장님이 몰고 오신 트럭에 짐을 실어두고,
길을 따라 죽 걸어가다보면, 포장도로가 아닌 산길이 나옵니다.
이 산길 보이시죠?
중간에 빨간 화살표 옆에 보이는 길이 바로 그 산길입니다.
저 산길에 봄에 갔을 때는 생강나무 꽃이 피어서 무척 예뻤죠.
그렇게 10여분 걷고 다시 포장도로를 따라 마을로 들어섭니다.
저기 빨간 별표시 있는 곳이 이장님 댁이죠. ^^
이장님 댁을 더 확대해 보니, 이장님 댁 앞마당까지 보입니다. ㅎㅎ
저기서 염소 구워서 먹고, 노래도 하고, 등등
생각만 해도 그냥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장님 얼굴이 보이면 인사라도 하면 좋겠지만,
설마 다음에서 이장님 얼굴까지 나오게 하진 않겠죠? 사생활 침해도 있고 하니. ^^;;;
어쨌든
이장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장님댁 뒤로는 굴업분교가 있던 곳이 보이고요.
근처에 제가 하룻밤 묵었던 다른 민박집도 보입니다.
예전에는 굴업분교에도 이렇게 학생이 많았다고 합니다. (
굴업도카페에서 가져온 사진이에요)
사진에는 지금 굴업도 이장님도 계시답니다. ㅋㅋㅋ
이장님 댁에서 아랫쪽으로 마을을 벗어나면,
같이 갔던 일행들이 '삼겹살'처럼 생겼다 해서 삼겹살해변이라고 부르던,
'큰마을 해수욕장'이 나옵니다.
물이 들어오고 나가고의 차이가 워낙 심한데다가 해수욕장 모래밭이 엄청 넓다보니,
물이 들어가고 나온 표가 저렇게 삼겹살 처럼 보이더라고요.
저기서 축구도 하고, 참 즐거웠습니다.
그 큰말 해수욕장 왼쪽에 보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모래 미끄럼틀이 있죠.
저기 위까지 기어올라가서,
모래를 주루룩 타고 내려오면 속옷안까지 모래가 들어가긴 했지만,
그래도 즐거웠습니다.
큰말해수욕장에서 오른쪽으로 더 내려가다보면 토끼섬이 나옵니다.
물이 빠지면 큰말해수욕장과 토끼섬이 이어지는데, 저 사진을 찍을 때는 물이 찼을때였나 봅니다.
토끼섬에는 곧 천연기념물로 등록될 해식지형이 있죠.
파식지형과는 달리 해식지형은 바닷물이 바위를
녹여서 깍아서 만들어진 지형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뾰족한 모양이 아니라, 저렇게 둥글게 패여 있는 모양이 되었다고합니다.
저런 지형은 쉽게 볼 수 있는 지형이 아니고, 어떻게 저런 지형이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를 잘 보여주기때문에,
지형학 교과서라고 불린다는 군요.
어쨌든...
보호가치가 있는 곳은 후새를 위해서라도 천연기념물로 보존해서 잘 모셔야죠. ^^
그러나,
당장은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되는게 사람이죠. ^^
제가 느꼈던 굴업도의 가장 멋진 부분 중의 하나가 바로 개머리 쪽의 억새밭입니다.
예전에는 굴업도에 사람이 많이 살 때엔 저 개머리를 개간해서 농사를 지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와~
근데 항공사진으로 보니까, 정말 밭 경계 표시가 보이고,
예전에 농사짓던 흔적이 보이는게 아니겠습니까? ^O^
항공사진이 이런것도 볼 수 있게 해 주네요... 신기할 따름입니다.
이 개머리에서 억새밭에 풀썩 주저앉아 한참을 땀을 식히면서 정말 오랫만에 느긋한 휴식을 즐겨보았죠.
생각만 해도 그 아늑함이 느껴져 옵니다.
그리고 개머리에서 서해을 바라보면서 보았던 그 멋있었던 해넘이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캬~
저 바다를 향해서 소리도 질러보고.
그렇게 하루 해가 저물고,
다시 하루가 시작됩니다.
둘째날은 섬 오른쪽 편으로 가보았습니다.
다음 지도에 굴업도 해수욕장이라고 표시된 부분이 바로 목기미 해수욕장입니다.
물이 차면, 저 하얀 목이 더 가늘어지다가, 물이 빠지면 하얀 모래사장이 더 넓게 드러나죠.
양쪽에 저렇게 해수욕장이 있는 곳이 과연 우리나라 또 어디에 있을까 싶습니다. ^^
마침 제가 갔던 날에는 목기미 해수욕장에 이 희한한 새를 만날 수 있었답니다.
검은 머리 물떼새라고 천연기념물이라고 하네요.
소리도 희한합니다. 무슨 피콜로로 가장 높은 음을 스타카토로 딱딱 끊어서 불듯하는 소리를 내더군요.
자기네 땅에 왜 왔냐는 식으로요. ^^;;
그래서 조용 조용 자리를 비켜주었죠.
목기미 해수욕장 앞 바다에는 물이 빠지면 이렇게 그로테스크한 닻들도 볼 수 있습니다.
지나가던 배들이 닻을 이렇게 여기에 놔두고 간다네요. 필요하면 또 가지러 오는 거겠죠?
2차 대전의 노르망디 해변 사진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굴멉도 해수욕장의 모래는 정말 고왔습니다.
목기미 해수욕장의 사진을 확대+확대 해 보니, 그 보드라운 모래알이 느껴질듯 다가옵니다.
아.. 이녀석은 이렇게 고운 소금같이 부드러운 굴업도 모래에 둥지를 틀고 사는 녀석인데요.
달랑게였던가 그랬죠..
저 고운 감촉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ㅠㅠ
모래가 어찌나 많은지 이 모래가 언덕을 이루었습니다.
그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져도 전혀 다칠 것 같지 않는 그 기분, 느껴 보셨나요? ^^
하지만,
이 아름다운 목기미 해수욕장에는 슬픈 사연이 있습니다.
한때 많은 사람들이 목기미 해수욕장 넘어에 큰 마을을 이루고 사셨다고 합니다.
목기미 해수욕장 모래밭에 세워져 있는 저 낡은 전봇대가 그 마을이 있었음을 조용히 보여주죠.
그런데 큰 해일이 덮쳐서 많은 분들이 목숨을 잃고, 마을이 없어졌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항공사진에 목기미 해수욕장 너머 마을이 있었던 자리에 예전 마을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밭 고랑 같은게 보이는 듯 하기도 합니다.
다음의 스카이뷰 덕분에 즐거웠던 추억을 정말 자세히 돌아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이거 만드느라 고생하신 엔지니어분들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더 자세한 만큼, 더 생생한 기억이 떠 오를 줄 생각 못하고 있었네요. ^_^
오늘 하루는 즐겁게 마무리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저의 추억이 담겨 있는 곳을 또 찾아봐야겠습니다.
즐거운 설 보내세요~
참.
마지막으로 굴업도의 각 지명을 정리해서 올려둡니다.
더 많은 분들이 굴업도를 사랑해주시고,
굴업도를 정복하려는 악의 무리를 심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 굴업도에 대한 글
2008/09/11 - 복잡한 머리 속을 잠시 식혀줄 굴업도 - 좀 그냥 놔놔라~2008/04/17 - 사무치게 그리운 굴업도2008/04/11 - 굴업도 토끼섬에서2007/12/11 - 굴업도의 겨울 & 사람들2007/10/03 - 굴업도 사려고, 로또 샀어요!2007/09/28 - "돈 돈 돈...." 하고 CJ 가 말했다2007/07/11 - CJ, 굴업도에서 식스센스 2 찍다2007/06/26 - 변화하는 것은 살아 있다2007/06/26 - LOST in 굴업도* 굴업도 대표 카페 :
http://cafe.daum.net/gulupdo
첫댓글 032-831-5349 -굴엽
832-2820-고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