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은 벌써 한달째 도로에서의 달리기를 못하고 있다.
이 정도면 달리기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기상이변이 아닐런지?
조금이라도 풀리는 기세는 보이질 않고 매일 영하10℃대를 넘나들고 있으니...게다가 길은 빙설로 가득하고...
퇴근하고선 늘 그렇듯 바쁘다.
6시에 음악학원에서 드럼을 두드리기 시작하면 최소 1시간은 쳐야 되니까 7시가 넘을테고 숙소에 가서 옷 갈아입고 승진이 먹을 것도 챙겨주고 빨래도 널고 그러고나면 아무리 서둘러도 7시반은 지나니...
그때 1Km남짓 떨어진 서평택 국민체육센터까지 뛰어서 가면 예전같이 길상태가 좋을땐 5~6분이면 된다지만 지금은 한발한발 정성들여서 딛어야 하는 판에 신호까지 두번 기다리다보면 10분 내외, 결국 실내에 들어가서 뛸 수 있는 시간은 최대 50분 밖에 되질 않는다.
그나마 그거라도 어떻게 해보겠다고 맨날 바둥거리고 있으니...
근천스럽지 않으면 할 수 없고,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ㅋㅋ
오늘도 평일날의 그 패턴대로 체육센터에 갔다가 화장실에서 민생고를 해결하고 나니 채40분도 남지 않았다.
왼편에서 3번째 기계에 올라가서 조깅모드로 뛰기 시작!
우측의 표준기계에 자리가 나면 얼른 옮겨탈 생각인데 10.3Km/h로 5Km를 넘어선 뒤에 아줌마가 내려간다.
이 아줌마, 아들까지 달고 와서 본전을 뽑고 가는 듯.
온종일 울려대는 댄스뮤직만으로도 정신이 멍멍한데 핸드폰으로 또다른 댄스뮤직을 틀어놓고 뛰는 것은 또 뭐래?
내 귀에는 다같이 뽕짝댄스인데
어쨌든 시간은 10분 남았고 그 남은 시간동안 의미있는(?) 마무리를 해보려고 했는데 일이 뜻대로 되질 않는다.
앞의 작은 창문을 열어놓고 뛰려고 나섰다가 전원코드를 건드렸는데 이게 바로 부팅이 되질 않고 에러메세지가 뜨네!
결국 남은 10분을 의미있게 마무리하기는 커녕 시간만 까먹고 맨 왼쪽의 기계로 옮겨가 남지기 시간을 달리는 것으로 마무리.
12.7Km/h로 1.6Km를 뛰고나니 관리인이 올라와서 나가라고 한다.
오늘은 에누리가 없다.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가는 길에 아까 옆에서 뛰던 중년 남자가 말을 건낸다.
"기온에 따라서 달리기 능력이 차이가 납니까?"
"예, 상당히 차이가 납니다!"
여기서 운동 하던 중 누가 말을 걸어오거나 관심을 표했던 적이 거의 없었는데 별일이다.
그 양반은 요즘같은 추위에 밖에서 있다가 더울 정도로 따뜻한 실내에 들어와서 뛰면 숨이 막히고 힘들다는 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