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많은 까마귀
월하연 양인숙
- 뉴스입니다. 길거리에 떨어진 돈다발을 주워 신고하지 않고 가지고 있던 70대 할머니가 붙잡혔습니다. 할머니는 돈다발을 보자 월세를 면해 볼까하고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참 세상이 말세야.”
“뭐 욕심이야 가질 수 있지만 정당하게 얻은 것이 아니면 나를 해치게 되지요.”
TV를 보던 아빠와 엄마의 말을 듣고 할머니가 한 말씀하셨습니다.
“탐욕의 불길은 스스로를 태우는 법이다. 어찌 그 욕심을 버리지 못할까?”
“왜 그럴까요? 할머니”
마침 불교설화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있던 내가 끼어들었습니다.
“할머니 여기 보니까 부처님전생이야기에도 탐욕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요. 아마 저 돈 주운 노인은 전생에 까마귀였나 봐요”
“그래? 그럼 네가 이야기를 해 볼래?”
나는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옛날옛날 부처님이 한 비구니에게 그랬대요. 넌 지금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너의 그 끝없는 욕심으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일도 있었다. 그 일로 자기가 살던 곳에서 쫓겨나는 사람도 많았지.
범여왕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도 욕심 많은 그는 까마귀로 태어났어요.
그때 바라나시의 한 부잣집에 요리사가 복을 지으려고 찬방에 새장을 놓고 비둘기를 기르고 있었대요.
마침 그 부잣집에 잔치가 있어 고기를 많이 사다놓았는데 욕심쟁이 까마귀가 지나가다 보게 되었어요. 그것이 어찌나 먹고 싶었는지 까마귀는 지나가지를 못하고 찬방을 기웃거렸어요. 까마귀의 눈에 비둘기가 보였어요. 근데 그 비둘기가 나들이를 나가는 거예요. 까마귀는 숲으로 나가는 비둘기를 따라갔어요.
“까마귀님 당신의 먹이는 고기가 아닙니까? 그런데 왜 날 따라오시나요?”
그러자 까마귀는 비둘기에게 말했어요.
“당신의 모습에 반했어요. 어쩌면 그렇게 아름다우십니까? 모든 것이 마음에 들어요. 같은 먹이를 먹으면서 당신을 본받고 싶어요. 당신을 닮고 싶어요.”
비둘기는 썩 내키지 않았지만 까마귀를 내버려 두기로 했어요.
“먹이를 같이 찾아도 되지요? 당신을 돕고 싶어요.”
까마귀는 비둘기가 먹는 먹이를 찾는 척 하다가 쇠똥무더기에 와서 벌레를 실컷 잡아먹었어요. 그리고는 안 먹은 척, 비둘기가 먹는 것을 찾는 척 했지요. 그리고는 비둘기에게 다가가서 말했어요.
“당신은 이처럼 오랫동안 먹이를 찾으십니까? 너무 늦기 전에 돌아가야 하지 않나요?”
비둘기는 하는 수 없이 까마귀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새들을 좋아하는 요리사는 비둘기가 나갔다오며 친구를 데리고 왔다고 까마귀가 잠잘 집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뒤 부잣집에는 생선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까마귀는 옳다 되었다 하고는 침을 꼴딱꼴딱 삼켰지요.
그리곤 아침 일찍부터 끙끙 앓아누웠어요.
비둘기는 까마귀의 속을 모르기에 먹이를 찾으러 가자고 했습니다.
“난 소화가 안 되어 못 가겠습니다. 혼자 다녀와.”
그러자 비둘기는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까마귀에게 소화불량이 있었어? 등불심지 같은 것을 먹어도 배에 잠깐 머무르다가 소화가 되어버리는데. 그 이외의 것은 삼키면 바로 소화되는 것으로 아는데”
“어허, 나에게는 소화불량이 있으니 혼자 다녀오시게.”
까마귀는 비둘기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살짝 낌새를 챈 비둘기가 한 마디 했지요.
“내 말을 따르는 것이 좋을 건데, 이 생선을 보고 그러는 것이라면 나와 함께 나가는 것이 좋을 걸세.”
비둘기의 말에 까마귀는 펄쩍 뛰었습니다.
“무슨 말을? 내게는 소화불량이 있으니 다녀오시게.”
까마귀의 말에 비둘기는 노래를 하며 나갔어요.
“조심하시게, 조심하시게, 욕심낸다고, 내게 아닌데, 입에 맞다고, 가당치 않게, 욕심을 내면, 화를 입는데, 화를 입는데, 조심하시게, 조심하시게”
요리사는 비둘기와 까마귀가 같이 나갈 줄 알고 새장을 열어 놓았지요.
그리곤 생선으로 요리를 맛있게 했습니다. 맛있게 조리된 생선이 쟁반위에 가득했습니다. 아주 맛있게 보이는 생선이었어요.
조리하느라 땀이 난 요리사는 잠깐 땀을 식힐 겸 밖으로 나갔습니다.
때는 이때다, 하고 까마귀는 생선으로 날아갔어요. 까마귀가 생선을 정신없이 먹는 바람에 딸각거리는 소리가 났어요. 까마귀는 요리사가 들어오는 줄도 모르고 생선을 먹었지요.
먹을 것에 정신이 팔린 까마귀는 요리사가 들어와 자기를 덥썩 잡았을 때야 퍼뜩 정신이 들었어요.
부잣집 잔치에 올릴 생선이라 정성껏 시간 맞추어 요리를 했는데 까마귀가 망쳐버린 것을 안 요리사는 화가 잔뜩 났어요. 복을 짓고자 비둘기를 키우던 요리사도 화를 이기지 못하고 까마귀의 머리의 털만 남기고 모두 뽑아버렸습니다. 그리곤 생강 겨자 가루에 장물을 섞어 까마귀의 온 몸에 발랐어요.
“우리 주인님이 드실 생선을 더럽혔지!”
그리곤 새장 안에 넣고 문을 닫아버렸어요.
온 몸에 생강과 겨자 장물이 발린 까마귀는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어요.
밭에서 먹이를 먹고 돌아온 비둘기는 까마귀가 앓고 있는 것을 보았지요.
그리곤 또 노래를 불렀어요.
도적처럼 가만히 들어 온
구름을 할아버지로 한 이 두루미
벼슬 털을 붙인 두루미
너는 어떤 물건인가
내 벗 까마귀 그 성질 사나웠나니
욕심에 눈이 먼 두루미여
여기서 어서 떠나라
그러자 까마귀도 노래를 했어요.
나는 벼슬 털붙인 두루미 아니다
나는 까마귀 욕심이 지나쳤느니
그대의 말 듣지 않았으므로
털 다 뜯긴 몸이 되었느니
돌아온 그대여 뜯긴 내 몸을 보라.
그러자 비둘기는 다시 노래를 하였어요.
조심하랬지, 조심하랬지,
분수에 넘치는 것은 화를 부르니
욕심낸다고 내 것이 될 수 없지
그 불길 내 몸을, 태우게 되니
조심하랬지, 조심하랬지,
벗이여 그대는 욕심 부린 대가를 치르는 것이니
나도 여기서 더 이상 살 수 없으리.
비둘기는 더 이상 인간들 곁에 있지 않고 먼 곳으로 날아가 버렸어요.
까마귀는 고통으로 신음하다가 죽고 말았습니다. 욕심이 그의 몸을 태워버린 것이지요.
욕심 많았던 까마귀는 여러 번의 나고 죽음을 통해 불환과 얻었다고 합니다.
나는 이야기를 마치며 할머니 아빠 엄마의 표정을 보았습니다. 아주 흐뭇하게 합장을 하고 계시는 할머니의 표정이 이야기를 한 나를 행복하게 했습니다.
생각 키우기
이 글은 ‘본생경 274화 탐욕의 전생이야기’를 읽기 편하게 한 글입니다. 경전 말씀에는 까마귀와 비둘기의 들어 우화와 게송으로 되어 있습니다. 탐욕이라는 불길은 자신의 몸을 사르는지도 모르게 자신을 망가뜨립니다. 이 글을 읽으며 나에게 주어진 마땅한 복을 누리며 사는 지혜를 얻기 바랍니다.
양인숙 약력
- 조선일보 신춘문예 동시「춥니?」 당선
- 저서: 동시집 『웃긴다 웃겨 애기똥풀(대산창작기금 수혜)』, 『뒤뚱뒤뚱 노란 신호등(문체부 우수도서 선정)』, 『그 너머가 궁금해 (2018년 세종우수도서 선정)』
동화집 『담장 위의 고양이(전국 고학년 필독서)』, 『덕보야, 용궁가자!(2014년 세종우 수도서선정)』 『달을 건진 소녀(2016년 세종우수도서 선정)』, 그 외 산문집, 단편동화 집 등이 있습니다.
-수상: 화순문학상, 광주문학상, 불교아동문학상 등 수상
- 현재 보성영재교육원과 미력초등학교에서 학생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첫댓글 와~ 우편도 1착으로 받으시더니 원고도 빛살처럼 도착했습니다.감사드립니다.
미력초등학교에서 아동들을 지도 하시눈군요.
김종상 고문님의 신간<벌레 마을 다문화가족>에 실린 삽화들이 보성 미력초등학교 아동들 작품이던데
이제 보니 양인숙 선생님 제자들인가 봅니다. ^^
ㅋㅋ 미력초 아이들이 참 순수해요. 얼른 쓴 것은 더 더워지기 전에 얼른 해 놓고 내 일 하려고요. 내 작품 마무리 못하고 있어 우선 비교적 가벼운 글부터 정리를 합니다.
양인숙 선생님. 도움이 필요합니다.
미력초등 어린이들에게 <전국 어린이 글짓기 대회>에 내보낼 본생경 독후감 원고를 모아 보내주세요.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