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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20주년기념 제19회 강원펜문학상
수상자 선정 심의 결과
☐ 국제PEN 강원지역위원회(회장 이갑창)는 2020년 9월 6일(일) 춘천의 한 카페에서 「창립20주년기념 제19회 강원PEN문학상」 수상자 선정을 위한 심의위원회(이갑창(의장), 이화주, 김왕제)를 개최하고 정정용 시조시인과 원점희 수필가를 수상자로 결정하였다.
☐ 강원펜문학상 수상 규정에 의거 금년 대상자 18명의 작품들에 대하여 충분한 논의를 거쳐 강원PEN문학 19집에 수록된 정정용 시인의 시조 ‘봄날, 춘천에선’ 외 4편과, 원점희 수필가의 수필집 『가족, 세 번째 이야기』 중에서 ‘맏며느리’ 외 1편을 창립20주년기념 「제19회 강원PEN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하였다.
☐ 정정용 시조시인의 수상작 「봄날, 춘천에선」 외 4편의 작품 편편에는 고향 산천에 대한 깊은 애정이 담겨 있다. 독특한 심미안을 갖고 있는 정 시인은 춘천의 산과 호수를 단시조에 수채화처럼 단아하고 아름답게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구와 구, 장과 장의 자연스러운 연계, 깊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내용과 적확한 시어로, 깊고 넓은 사유를 통해서만 닿을 수 있는 견고한 시 세계를 보여준다.
☐ 원점희 수필가의 수상작품집 『가족, 세 번째 이야기』 에서는 우리의 고달픈 삶의 일상이 항상 밝은 가족애와 따스한 행복감으로 넘쳐흐른다. 수상작 「맏며느리」 외 1편에서도 작가의 내면깊은 잔잔한 정이 아낌없이 나타난다.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이지만 따스한 정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고 보듬어주는 행복한 가족이야기에 뭉클한 감동을 느끼게 한다.
정정용
약력
0 1996 ‘시조와 비평’ 2001 ‘월간문학’ 시조 신인상
0 2003 황산시조문학상, 2005 강원문학상, 2010 춘천여성문학상,
2017 한국시조문학상
0 『내 마음의 무릉도원』(1997), 『그대 위한 설악』(1999),
『우리, 동강가는 노래』(2000), 『만물상 바람개비』(2005),
『황진이의 춤』(2008), 『피오르드 물빛』(2018)
0 국제펜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한국여성시조시인협회,
강원시조시인, 강원펜, 강원문협, 춘천여성문학 등에서 활동
수상소감
아름다운 삶
구름에 가렸던 별이 그 초롱초롱한 빛을 새롭게 던지는 것만 같습니다.
독일 낭만시인 아이헨돌프는 ‘만약 마력적인 시의 의미를 알게 된다면 그때부터 그대는 아름다운 삶을 알게 된다’고 했습니다.
나에게 처음 시조를 가르쳐 주었던 내 고향 춘천의 소양호가 오늘은 한결 가깝게 보입니다.
내 자신이 영혼이고 정신인 설악과 눈물나도록 아름다운 동강, 언제나 숨막힐 듯한 동해 바다, 그리움의 향수가 서린 금강산, 시조쓰는 일에 긴장이 풀어 질때마다생각나는 황진이 시인, 모두에게 나의 시조를 들려 줄 수 있어 기쁩니다.
아름다운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게 해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시조를 할 수 있도록 곁에서 지켜봐 주시고 힘을 주신 모든분들께 이 기쁨을 드립니다.
강원펜문학회원 여러분, 사랑합니다.
정말 좋은 작품 쓰겠습니다.
"나는
꽃잎 한 장보다 작았지만
세상의 꽃잎들이
웃어주었다
감사하다! "
수상 작품
봄날, 춘천에선 외 4편
봄날 춘천에선 하얀 옷을 입으세요
행여 그대
메밀꽃밭에 발을 들이면
어디서 눈먼 나비가
날아올 줄 모르잖아요
그렇게 그리하여
나비 날아오거든
어-허 어-허
멋쩍은 척하다가
꽃술에
툭 건들리면
봄이 깊지 않겠어요.
주머니에게
어머니는 밥상이
아랫목이 아니었을까
어머니는 굽은 허리
사과나무가 아니었을까
어머니 그 무한한 허공
그 무량한
주머니.
피오르드 fjord 물빛
은 같고 옥 같고
혹은 눈 같은 물빛
계절 따라 날씨 따라
구름 방향에 따라
잎새들 빛깔과 표정에
뜨고 지는
해와 달
소양호에서
슬픔은 슬픔끼리
친화하여 여울이 되고
기쁨은 기쁨끼리
출렁이며 휴식한다
소양호 타는 울음이
사람 세상
적신다.
목련
가슴앓이 울 너머엔
갈증이 황홀한 너
첩첩산 유혹에도
떼 봄은 한가롭고
편지의 구절구절이
붕대 풀 듯
피어난다.
원점희
약력
0 1986 ‘시와 의식’ 수필부문 신인상
0 2016 강원수필문학상
0 수필집 『가족』(2001),
『가족, 두 번째 이야기』(2011),
『가족, 세 번째 이야기』(2020)
0 국제펜한국본부, 강원수필문학, 강원문학, 춘천문학, 강원펜,
카톨릭문우회 등에서 횔동
수상소감
글 쓸 때가 가장 행복
올해는 강원펜문학 창립 20주년을 맞는 의미 있는 해입니다. 회원의 한 사람으로 마음이 뿌듯하고 자부심이 생깁니다. 강원펜문학상이라는 뜻밖의 수상 소식 전화를 받고 주름진 두 뺨에 하염없이 기쁨의 눈물이 흘렀습니다.
나에게 이런 기적이 있을까?
내가 강원펜문학상을 수상하다니.
설마 했던 내 인생의 마지막 소원이 이루어져서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문인으로서 많이 부족한 사람이란 걸 잘 아는지라 다른 여러 문인들께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가슴이 서늘한 환경 속에서 40년 넘게 보잘것없는 글을 쓰면서도 잘 쓴 건지 못 쓴 건지도 모른 채 그저 글을 쓸 때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기에 열심히 글을 써왔습니다.
오늘의 이 같은 영광은 얼마 남지 않은 내 인생을 글 쓰는 사람으로서 잘 마무리하고, 성찰하라는 격려라 생각하고 좋은 글 빚도록 더욱 노력하고 정진하겠습니다.
수상작품
맏며느리 외 1편
원 점 희
40년 만에 처음으로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린다는 기상청의 말대로 집안 구석구석이 온통 사우나처럼 덥다. 작년 불볕더위에도 전기를 아끼겠다는 큰마음 먹고 에어컨은 대여섯 번만 잠깐 틀고 선풍기로 살았다. 올해는 전기누진세가 많이 나온다고 한다. 이에 연일 TV뉴스에는 법을 개정해서 조금이나마 서민들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이야기다. 허나 그것도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우선은 더위를 식혀야하니까 에어컨을 킬 수밖에 없다.
연일 폭염 날씨 때문에 친구들 모임도 취소하는 일이 잦아졌다. 하지만 변함없이 문안인사를 걸어주는 큰아들 목소리를 들으면 반갑고 전화 내용도 날씨가 더우니 외출도 자제하고 음식도 조심해서 드시란 자상한 내용이다. 큰아들은 원래 말수가 적고 조용한 성격으로 아래 지방 대학부속 한방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는 한의사며 또 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는 교수다. 큰손녀는 대학졸업반, 둘째 손자는 올해 대학에 가고 막내손녀는 고등학생이다. 그 어린 것들이 조그마했던 게 엊그제 같았는데 세월의 흐름에 따라 훌쩍 커가니 내 마음이 흐뭇하고 아이들을 착하게 올바르게 잘 키운 아들네가 고맙다. 4년 전 큰며느리가 아이들을 키워놓고 대학원 공부를 시작해서 이듬해 봄에 박사 학위를 받던 날, 온 가족이 축하해준 일이 있어 친척들과 주위의 내 친구들이 다들 부러워했다. 주님이 우리 가정에 기쁨과 행복을 주시니 눈물로 감사기도를 드렸다.
그 뒤로 며느리는 아들이 근무하는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그런데 작년 봄 어느 날, 익산에서 차로 한 시간도 채 안 되는 전주에 있는 병원에 취직을 했다는 기별이 왔다. 자녀 셋이 커가니 대학 강의로는 생활에 보탬이 안돼서 취직을 한 것 같다. 그리고 며칠 후 교통편 이 불편해서 중고차도 마련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간호학과 출신이라지만 그래도 어렵게 박사학위까지 땄는데 병원 간호사라니…. 더욱 이 바쁜 직장생활 중에도 남편 챙기랴, 또 세 명이나 되는 자식을 챙기고, 거기다가 우리 시부모라는 노인네들을 자기 친정 부모님처럼 생각하고 늘 챙겨주니 너무 고맙다 못해 내가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해 내심 마음이 편치 못했다. 나도 예전엔 시아버님이 나를 며느리가 아닌 친딸처럼 대해주시고 나 또한 시아버님을 친정아버님처럼 생각했었다. 그런 시아버님이 작고하신지가 30년이 지났고 지금의 내 나이가 칠순이 넘으니 가끔씩 친정아버님 같은 시아버님이 생각난다.
여름에 비라도 많이 내리거나 겨울에 눈이라도 많이 내리는 날이면 며느리의 병원출근길이 걱정되고 불안하면서도 전화도 걸지도 못하고 그냥 열심히 기도만 드린다. 이 찜통더위가 언제쯤이나 가시려는지 야속한 마음이다.
작년 봄 어느 날 남편이 술을 마시고 집에 오는 길에 넘어져서 손을 다쳤다. 그럼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하는데 미련하게도 파스만 붙이고 지내다가 상처가 덧나서 급기야 병원에 입원치료를 하게 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큰며느리는 직장에 월차를 내고 그 먼 길을 부랴 부랴 새벽에 병문안을 왔다 그리곤 점심식사를 하고 바로 떠나는 며느리를 보면서 어느 집 딸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우리 부부는 참으로 복도 많은 노인네지! 고마운 마음에 급하게 떠나는 며느리의 뒷모습을 보면서(늙으면 아이가 된다고 했던가!) 휴게소 구석에 앉아 울었다.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짠하다. 젊어서는 몰랐는데 노인이 된 나이에 그나마 쓸쓸하고 외로움도 많은데…. 그래도 딸이 없는 내게 주님께서 보내주신 하늘아래 다시없는 내 맏며느리는 내 딸이다.
지난 7월 끝자락 삼복더위에 큰아들 가족모두 여름휴가를 왔다. 십년 전만해도 매년 여름엔 아들 삼형제 가족들이 전부 모여 속초로 피서를 갔는데 이제는 손자들이 커가니 공부 때문에 서로들 시간이 맞지 않아 가질 못하고 있다. 이런 중에 큰 아들네 가족들과 우리 집 주변에 살고 있는 둘째아들 가족들과 함께 오랜만에 집다리골 옆에 있는 오월리라는 곳에서 맛있는 점심도 먹고 옆에 있는 개울물에서 물놀이도 하였다. 하지만 개울물이 어찌나 차가운지 발을 담그면 감기에 걸릴 것만 같아 대신에 준비해간 수박을 넣어두었다가 썰어서 모두 맛있게 먹었다. 그날 저녁은 집근처 단골식당에서 아이들이 좋아 하는 갈비찜을 먹고 우리네들은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꽃을 안주 삼아 시원한 맥주를 마셨다. 이렇게 식사를 마친 후 어른들은 집 건너편에 있는 극장에 다 같이 가서 1,000만 관객이 봤다는 ‘부산행’ 영화를 봤는데, 내가 노인네라 그런지 좀비영화는 지금 생각해도 끔찍해서 꿈에 나올까 두렵다.
오늘은 큰아들네가 여름휴가 나온 지 4일 만에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라 아침밥상에 내가 정성으로 만든 LA갈비를 올려놓으니 아이들은 또 좋아라 하고 먹어주어 마음이 흐뭇했다. 이달 8월 하순에는 내 귀빠진 날이지만 이번 휴가를 이곳으로 왔으니 먼 길에 올라오지 말라는 당부를 했지만 그래도 그날을 은근히 기다리는 게 솔직히 욕심 많은 내 심정이다. 아이들을 한 번씩 안아주고 긴 작별을 고했다.
“아범, 더운 날씨에 고생했어. 조심해서 가!”
6월 이야기
원 점 희
해마다 돌아오는 6월 6일 현충일은 불볕더위다. 순국선열의 희생으로 우리는 세계부흥국가 반열에 올라 편하게 살고 있다. 그러하기에 그 날은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우리 모두 마음속으로 숙연해하며 선열들에게 고마워해야한다. 수십 년 전에 들은 이야기로는 그날은 노래방도 쉬는 날이라고 들었지만 오래전에 그런 말이 있었는지조차 지금은 모르는 일이 되었다. 이번 현충일도 주말 휴일 틈새로 누구나 피크 같은 휴 가를 떠난다. 올해도 3일연휴라 우리 집도 5월부터 기다렸으니….
6월 5일, 오랜만에 큰 아들네가 살고 있는 익산으로 남편과 함께 떠났다. 3년전 큰손녀 고등학교 졸업식에 가느라 왔던 강남고속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줄지어 있는 식당가는 예전과 같고 여러 고급식당에 메뉴도 많았지만 남편 눈치 보느라 점심은 먹고 싶지도 않은 달팽이 막장국을 꾸역꾸역 먹었다. 칠순이 넘은 이 나이에도 이런 밥 먹는 것 하나 제대로 내 생각을 말해보지 못하고 길들여진 내 자신이 미워지고 만정이 떨어진다. 어찌 보면 수십 년을 그러했듯이 그의 성격을 아니까 비위를 건드리기 싫어서일 게다.
버스시간을 기다렸는데 어쩐 일인가? 나의 이런 마음을 읽었는지 냉커피를 사다주는 그가 좀 이상하다. 터미널에는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여행을 가는 듯 보이는 노부부, 오색찬란한 옷차림으로 다니는 여인네들, 식당 안 좁은 의자 구석에 앉아 홀로 점심을 먹는 노인, 음료수와 곁들여 다정한 모습으로 간식을 먹는 노인들…. 내게는 예나 지금이나 이런 모습들이 어느 드라마에 나오는 모습 같아 보인다. 익산으로 가는 도중 휴게소에 잠깐 내려 쉬는 것도 못마땅한 남편의 모습. 한 마디 말도 없이 3시간 넘어서야 익산에 도착. 그렇게 보고 싶은 손주들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대학 강사인 큰 며느리는 서울 세미나에 가서 저녁 늦게 온다는 기별을 미리 받았다. 고등학교 손자는 학교에서 늦은 밤까지 공부를 하고 온다고 한다. 꼭 대학에 가야하는 건지 공부에 혹사당한다고 생각을 하니 측은하기까지 하다. 올봄부터 순천한방병원에 근무하는 큰 아들은 저녁 늦게 퇴근해서 올 것이고…. 손녀들이 먹고 싶은 저녁은 춘천에서도 먹어보던 얼큰하고 맛있는 감자탕이라 하기에 이곳에서도 먹었다. 저녁 늦어서야 아들부부에 이어 꽃미남같이 잘 생긴 어른 체격의 고등학교 2학년 손자가 집에 왔다. 아들네가 계획한 이번 여행은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다.
이튿날 아침 일찍 출발하여 한 시간 넘게 걸려 도착한 곳은 순천에 있는 큰 아들 병원 관사다. 병원은 외지에 떨어진 공기 맑고 작은 야산 아래에 있는 곳이고 건물도 생각한 것보다 컸다. 병원 바로 아래 있는 관사는 널찍하니 방이 세 개인데 깨끗하고 주중에는 혼자 지내기에 작은 냉장고와 세탁기도 새로 장만한 듯 보인다.
부부생활 20년 넘어서 처음으로 큰 아들네는 주말부부가 되었다. 사람 사는 일이 어디 좋은 일만 있겠는가! 이렇게 떨어져 산다고 하니 내 마음이 편하지 못했다. 짐을 풀어 놓고 우선 보성 녹차 밭을 구경하러 떠났다. 큰아들만 예전에 와본 곳이고 다들 처음 와보는 곳이다. TV나 달력사진으로만 봐왔던 녹차 밭을 죽기 전에 볼 수나 있을까 했는데 이렇게 눈앞에서 보니 정말 그림같이 시원한 녹색 물결이 아름다웠다.
현충일이라 날씨는 불볕더위인데도 불구하고 두 곳에 위치한 큰 주차장에는 자가용과 관광버스가 꽉 들어찼고 수백 명의 사람들이 서로 어울려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녹차 밭으로 가는 길은 온통 사람구경이다.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은 다리가 아팠지만 남편 눈치를 받을까 내색도 못하고 힘들게 걸어 올라갔다. 가는 도중에 대나무숲 길도 있었고 ‘메타세콰이어’라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나무가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일자로 뻗어 있었다. 내려오는 사람들 중에는 어린아이도 있고 예쁜 강아지도 있었다. 거동하기 불편한 부모님을 태운 듯한 휠체어를 밀고 가는 효자 아들도 보였다.
녹차 잎은 진한 초록색이고 흔히 보는 잘 생긴 나뭇잎 같았다. 층계를 따라 수없이 올라가는 길에 다리가 아픈 것을 며느리에게 들킨 듯 결국 며느리의 부축을 받아서 정상에 올라갔다.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넓은 고랑이 줄을 지어 놓은 곳에서 가족사진도 여러 장 찍고 아이들과 이렇게 처음 와보니 마음이 들뜬 탓인가, 다들 얼굴이 행복해 보였다. 내려오는 길 중간 중간 숲속 휴게소에 는 이름 모르는 아름다운 꽃이 만발했다. 날씨가 더운 탓인지 온 가족이 함께 먹은 예쁜 초록색의 녹차아이스크림은 어찌나 맛이 있던지 그야 말로 꿀맛이라 지금도 아이스크림만 보면 그 녹차아이스크림이 생각이 난다.
점심때가 되어서 순천시내로 가는 도중에 간장게장으로 유명하다는 어느 작은 식당에 들렸다. 게장을 못 먹는 나는 망설였지만 전라도 음식답게 정성이 담긴 맛깔스러운 수십 가지의 반찬과 여러 해물을 넣은 칼칼한 매운탕이 있어 다행이었다.
여수로 가기 전에 남도 관광 1번지로 유명하다는 ‘광양’이 있다. 그 곳에는 제철소와 광양항도 있었다. 그 외에 쌍계사, 화개장터도 있다. 소문으로 유명한 구봉산 전망대는 호남 정맥의 끝인 백운사에서 남하하는 주능선 중 하나인 구봉산에 위치하고 있으며, 광양항은 물론 여수와 순천, 하동, 남해 등 광양만권을 한눈에 바라 볼 수 있으며, 구봉산은 옛 봉화산이란 뜻을 지닌 해발 473m의 산이라 한다. 이곳을 가보지 못한 것이 지금도 내내 아쉬웠지만 후에 다시 가보기로 했다. 아울러 전국에서 가장 먼저 열리는 꽃 축제가 성대히 펼쳐진다는 이곳 매화마을은 봄마다 마을주변에 10만 그루에 달하는 매화나무 가 꽃을 터트리어 섬진강과 어우러져 멋진 조화를 이룬다고 한다.
그 외에도 매실은 백운산 기슭에 자리하여 기후 조건과 산세 등이 최적 장소라 맛과 품질이 전국 최고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식당에 가는 곳마다 내놓는 매실장아찌가 입에서 새콤달콤 맛있었다. 다음으로 간 곳은 광양과 여수 사이에 있는 이순신 대교로 2013년 2월 7일에 개통하였으며 총 길이가 2,260m인데 세계에서 4번째로 긴 현수교라고 한다. 광양항을 품고 있는 광양만에 우뚝 솟은 이순신 대교는 주각 간 길이가 1,545m이며 높이는 270m로 세계 최고 높이를 자랑한다. 높이 올려다 보이는 다리는 마치 용이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의 멋진 곳이다. 또한 이순신 대교 안에는 하늘 구름 속에 있는 듯한 전망대 안에는 대교에 관한 자료를 영상으로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이러한 기술이 순수 우리나라 기술로 만들어졌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잘해 놓았다.
이곳 사계절 내내 아름답고 볼거리가 많은 광양에도 춘천의 닭갈비처럼 유명한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불고기란다.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오랜 맛과 정성의 역사가 머물러 있는 곳 광양읍 서천변 일대에 자리한 광양불고기 특화거리 음식점에 갔다.
손님만큼이나 맛있는 냄새로 꽉 찬 음식점에서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불고기를 숯불에 구워 실컷 포식을 했다. 아울러 가짓수가 많은 반찬들 중 얼음을 동동 띄워 내온 백김치는 무슨 솜씨로 만들었는지 아이스크림도 아닌 것이 입에서 아삭아삭 살살 녹는 것이 너무나 맛있었다.
이튿날 순천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선암사는 큰 절은 아니었지만 입구부터 타원형에 그림 같은 구름다리가 특이하고 절을 찾는 이들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것 같았다. 나는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절에 가면 경건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정성으로 합장을 올린다. 오래된 고목나무 아래 이 삼복더위에 산속 숲길이 있는 절을 찾는 관광객이 많은 것도 처음 보았다. 내려오는 작은 마을에는 수많은 큰 나무 들이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지붕처럼 덮고 있어 시원함을 더해 주었다. 이러한 나무아래에 즐비한 식당들이 많았는데 관광객들이 어찌나 많은지 식당마다 줄을 서서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이 곳 식당에서 먹은 산채정식에는 맛과 모양새가 생소한 갖가지 산나물무침과 장아찌가 나왔고 이와 잘 어울리는 구수한 된장찌개와 돌판 위 더덕구이와 계란탕도 맛이 있었다. 이렇게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서 먹는 점심은 아이들도 좋아할 뿐 아니라 우리 어른들도 너무 좋아서 일어나고 싶지가 않았다.
다시 순천으로 돌아온 우리들은 아들이 매일 새벽마다 산책을 한다는 병원 옆 타원형의 호수공원을 아들의 안내로 걸으면서 공원 옆 경치 좋은 카페에서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을, 어른들은 카프치노 커피를 마셨다. 이렇게 즐거운 여행은 5일 만에 끝이 났고 춘천으로 올라가는 버스 안에서는 피곤함에 눈을 감아도 손자들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에 자주 눈을 떠 차장 밖 스쳐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삼형제 아들 중에서 큰아들의 책임이 뭔지 해마다 경치 좋은 곳에 관광도 시켜주고 우리네에게 정성을 다하는 큰아들 내외를 볼 때마다 마음이 저리도록 고맙고 행복한 마음에 늘 주님께 감사드린다. 멀지 않아 돌아오는 8월에는 내 귀 빠진 날이 있다. 삼형제와 온가족이 다 모이면 어디로 휴가를 떠날 것인지 벌써부터 주책맞게 행복한 고민을 해본다.
첫댓글 수상을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