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 남의 일 아니다』
김일수(고려대 명예교수)
지난 13일 프랑스 수도 파리도심에서 터진 국제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의 동시다발적인 테러로 무려 480여명에 이르는 대규모 사상자가 속출했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긴급기자회견에서 제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가 입은 사상최대의 테러참극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파리도 급속히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고, 파리의 상징물인 에펠탑도 다시 문을 열어 관광객을 맞이한다는 소식이다. 물론 우리정부도 재빨리 파리를 여행주의지역으로 지정하여 국민의 주의를 환기시킨 바 있다.
며칠이 지나지 않았지만 프랑스의 공군기가 시리아 내 IS 거점지역을 강타하기 시작했고 유럽연합이나 미국 등도 강도 높은 타격 전에 곧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도 IS의 극단적인 폭력테러에 반감을 들어냈다. 마침 터키에서 열리고 있는 G20 정상회담에서 IS테러에 대한 강도 높은 대응 및 국제공조를 천명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테러위협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종과 민족 간의 갈등. 문명충돌로 일컬어지는 종교적.문화적 극단주의가 21세기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하는 잠재적.현실적 요인으로 등장했다. 지난 세기 인류는 양차세계대전과 이데올로기 갈등으로 씻기 힘든 아픔을 겪었다면, 금세기로 진입한 초입에서부터 우리는 미국 뉴욕 국제무역센터에 대한 가공할 만한 9.11테러를 겪어야 했었다. 그 후 일반시민들을 상대로 한 무차별 테러행위는 반인륜적 범죄행위로서 이에 대해서는 전통 깊은 법치국가적인 시민형법이 아니라 적대형법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테러범에 대한 형사처벌, 감시, 사전예방을 위해서는 그들을 전쟁 상황하의 적군처럼 응수해야 한다는 이른바 적대형법이론이 테러사태가 터질 때마다 설득력을 높여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테러안전지대가 아니다. 이번에 파리 테러를 자행했다고 공언한 IS가 미국의 대테러 활동 동참국으로 지목한 62개국에 우리나라도 포함돼 있다. 언제라도 IS의 테러표적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테러지침은 1982년에 제정된 대통령훈령이 고작이다. 33년이나 지난 오늘날 고도화된 테러작전에 대응하기에는 너무 허술한 구석이 많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가적 차원의 컨트롤 타워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사전적 테러예방을 위한 감시체계를 합법적으로 운용할 법적토대들도 미비하기 짝이 없다.
그 동안 정부차원에서 대테러방지법 마련을 위한 노력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 낼 만큼 체계적이지 못했고 설득력 있는 논증도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이번 파리 테러참사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나라도 만일의 테러사태에 대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지혜를 모아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시급성이다. 지금과 같이 국민안전에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보이는 정치권에 기대를 거는 것은 난망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정부로서는 국가차원의 대비태세를 점검해 보고, 허술한 낡은 제도를 일신하고, 사전적 예방입법을 마련하는데 정성을 기울려야 할 것이다.
종전 간헐적인 연구모임 단계를 거쳐 최근 창립된 안보형사법학회가 오는 24일 안보법제관련 첫 학술대회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20세기의 자유 못지않게 21세기의 안전이란 화두는 현대사회의 항구적인 불안정, 즉 생태계 위험, 에볼라나 메르스 같은 질병감염위험, 원자력위험, 화학물질위험, 테러위험, 반사회적 흉악범죄위험 등의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부데(Bude)라는 독일의 사회학자가 최근 불안사회라는 연구서를 내놓은 것도 이처럼 음울한 현대인의 내면정서를 반영한 것이다.
자유와 안전이 균형 있게 담보되지 않은 사회에서 국민에게 삶의 질이나 행복추구는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다. 건강한 사회, 행복한 사회는 항시 자유와 안전 이라는 두 날개로 넓은 창공을 날 수 있는 그런 사회일 것이다. 자유 없는 안전이 공동묘지의 고요와 같듯이 안전 없는 자유는 공허하다. 위험원인을 통제하고 안전으로 나아가야 현대인의 정신적 내상의 징표인 불안도 몰아낼 수 있을 것이다. 불안의 수위가 조절되지 않는 사회는 충격적인 새로운 난제에 직면하게 될 공산이 크다.
첫댓글 김일수 교수께서 칼럼 여러 편을 보내주시어 우리 카페가 더욱 풍성하게 되었습니다.
적절한 때에 한 편 씩 올리겠습니다.
김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테러에 대한 공포가 전 세계적인데
한국이 아직 아무런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못했다면 참으로 한심한 일입니다.
제도적 장치를 반대하는 야당 정치인들을 응징할 방법으 없는지 궁금하비다.
무자비한 자폭테러로 수많은 목숨이 가랑잎처럼 스러지는 뉴스가
이젠 놀랄 일도 아닌 일상처럼 돼버린 오늘의 세태가 실로 두렵습니다.
'대테러방지법 제정' 운운하더니 그 목소리는 어디로 숨어버린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