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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연출법
1. 결국 이야기가 핵심이다.
1) 연출
연극이나 방송국 따위에서, 각본을 바탕으로 배우의 연기, 무대 장치, 의상, 조명, 분장 따위의 여러 부분을 종합적으로 지도하여
작품을 완성하는 일.
또는 그런 일을 맡은 사람.
연출의 개념을 익히기 전에 바탕으로 삼을 인식이 하나 있습니다.
만화를 그릴 때 네모 칸 안에 그림을 그려 넣는다는 생각 대신에 당신의 카메라로 어떤 대상을 찍어서 사람들에게 보여 준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제 당신은 단순히 무언가를 그리기만 하는 단계를 넘어 사람들에게 '무엇을 보여 줄지' 선택하는 과정을 지닐 것입니다.
저는 이 인식 바꾸기를 초보자를 벗어나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추천합니다.
보통 초보 만화가들은 인물의 얼굴을 캐릭터화 해서 클로즈업한 그림을 나열하곤 하는데 카메라 앵글 안에서 무엇을 보여 줄지 선택한다는 인식을 가지면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판단하여 다양한 장면을 그려낼 수 있습니다.
카메라를 쥔 연출지는 당신이며 사람들에게 무엇을 보여 줄지는 당신의 선택입니다.
그다음 선택한 장면을 컷 안에 표현하십시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만화 그리기의 시작입니다.
그럼 이제, 연출에 대해 얘기해 볼까요?
초보 만화가들은 연출이라고 하면 화려한 도구나 장면 연출, 임팩트 있는 엔딩 컷을 따라 하기 마련인데요.
우선은 표면에 드러나는 화려한 기술보다는 그 기반이 되는 원리를 공부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더 나아가 핵심에 접근하고, 그 핵심을 정확히 이해해야 합니다.
만화 연출에서 핵심이란 이야기입니다.
2) 만화의 구조
표면에 드러나는 결과물 (만화)
연출 기법
이야기 (핵심)
독자들이 보는 완성된 결과물인 만화입니다.
그 밑에 만화의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고 좀 더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하는 연출 기법이 존재하고 가장 밑에 근간이 되는 이야기가 존재합니다.
중간층에 있는 연출 기법은 그 종류가 굉장히 많습니다.
장르마다 사람다마 사용할 수 있는 기법이 무궁무진합니다.
왜냐하면 사실상 제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할지는 전적으로 작가의 재량이기 때문에 무한대에 가깝습니다.
한 장짜리 만화를 99개의 다른 연출법으로 그린 스토리텔링 연습 이란 만화책도 있을 정도입니다.
이 책에서 방대한 연출법을 다루기보다는 초보자도 자신의 원고에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간단한 스킬들을 차차 소개해 드릴 겁니다.
우선은 표면에 드러나는 결과물에 대해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초보 만화가들은 표면에 드러나 있는 화려함과 강렬함에 사로잡혀 연출할 때면 이 부분을 떠올리고 곧잘 따라 해서 자기 만화에
써먹곤 합니다.
하지만 한 장면의 연출에만 마음을 쏟아서는 안 됩니다.
이 한 장면은 강력하고 중요한 장면이지만 수많은 장면들 중 하나일 뿐이고 그 한 장면을 위해서 다른 컷들이 연계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다른 평범한 장면들의 연출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럼 화려한 연출 기법이 아닌 평범한 연출을 잘 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재차 강조하자면, 답은 핵심에 접근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야기 말이죠.
연출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기보다는 질문을 바꿔봅시다.
당신은 이야기를 어떻게 연출하고 싶나요?
당신이 그리려고 하는 이야기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당신이 다르는 이야기 속 장면에서 독자에게 가장 보여 주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사람? 물건? 장소?
장면을 어떤 구도로 보여 주고 싶나요?
독자들이 인물의 감정에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얼굴을 화면 가득히 클로즈업하고 싶나요?
아니면 의도적으로 인물의 얼굴을 보여 주지 않고 인물과 거리를 두고 멀리 서있는 구도로 더 쓸쓸하고 슬픈 느낌을 주고 싶나요?
같은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 주는 방법으로도 슬픔으로 인해 발걸음을 옮기지 못하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보여 줄지와 무엇을 보여 주지 않을지는 모두 당신의 선택입니다.
화면을 어디까지 잘라서 어디까지 독자에게 정보를 제공할 지도요.
독자들은 이제까지 제가 말을 걸어왔기 때문에 지금 제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아니었다는 연출도 할 수 있게 되죠.
당신이 카메라 이야기를 찍는다고 생각하면 촬영한 수많은 장면 중에 어떤 장면을 골라 보여 주고 싶은가요?
뛰고 있는 장면인가요?
멈춰 있는 장면인가요?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독자들이 무엇을 지금 보고 무엇을 나중에 보기를 바라시나요?
독자들이 무엇을 느꼈으면 하나요?
그 모든 것을 당신이 주도할 수 있습니다.
설계자는 당신이며, 연출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이제 아시겠죠?
이야기를 파악하고 당신이 생각하기에 중요한 것들을 보여 주거나 감추어 장면(컷)에 당신의 의도를 담아내는 것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화려한 구도, 매끄러운 레이아웃, 근사한 데생력, 그리고 각종 연출 기법 이전에 고려되어야 할 연출의 기본입니다.
왜냐하면 의도를 담아 장면을 만들어 내고 장면끼리 연걸하는 것이야말로 만화의 언어와 가까워지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근사한 데생력, 멋진 구도가 없어도 만화의 언어를 다루는 법을 알고 있다면 얼마든지 만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니 겁먹지 말고 즐겁게 그리세요.
물론, 만화 그리기에 차차 능숙해지면서 데생과 구도까지 멋지게 다룰 수 있게 된다면 좋겠죠.
만화의 언어를 보다 다양하고 자유롭게 다룰 수 있을 테니까요.
근사한 데생력은 말 그대로 상상한 것을 그럴듯하게 표현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정말 막강한 능력입니다.
연출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은 이야기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했거나 화려한 기법만이 좋은 연출이라는 강박에 빠져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멋들어지게 화면을 구성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의도한 바를 정확히 알고 표현했다면요.
이제 정리의 시간입니다.
카메라를 인식하고 이야기의 맥락을 파악하세요.
이야기 속의 중요한 정보를 목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생각하며 의도를 담아 연출하십시오.
단순하게 이런 박자, 호흡이 좋다거나 이런 화면이 좋다거나 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의도를 가졌다는 점이 중요하니까요.
화려한 것에만 집착하지 말자고 했지만 때론 화려한 것도 중요합니다.
할 땐 해야죠.
극 만화를 기반으로 한 말이기에 제 설명과는 다른 사례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초보자가 첫발을 뗄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조언이니 너그러이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와 상관없이 단순히 어떤 느낌을 주기 위한 연출도 있습니다.
2. 카메라는 인물을 비추어야 한다
작가가 만화를 연출할 때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이 무엇일까요?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가?
이야기를 읽을 때 가장 흥미로워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모든 원리와 장치들이 무엇을 조명하고 있는가?
사람들은 인물(캐릭터)을 보기를 좋아합니다.
더 세밀하게 이야기하자면 사람들은 그 인물이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 사건을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지, 어떤 선택을 하는지 보고 싶어 합니다.
사람들은 사건이 먼저냐 인물이 먼저냐를 두고 대치하곤 하지만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의 저자 로버트 맥키는 이 둘이 다른 것이 아니라 떼어낼 수 없는 하나라고 했습니다.
이 비유는 양자 역학에서 빌려 온 비유입니다만, 이야기에서 사건과 인물은 별개의 존재가 아니라 각각 한 면씩 차지한 하나의
동전과 같다는 것입니다.
작가가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사건과 사건을 겪는 인물의 성격에서 나오는 반응이라는 양면을 가진 동전입니다.
이 사건과 인물이라는 하나의 동전은 이야기에서 중요한 요소겠죠?
이 동전이 바로 사람들이 이야기를 보는 이유니까요.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이므로 작가는 필연적으로 사건과 인물이 나오는 장면을 많이 연출하게됩니다.
가장 잘 다뤄야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연출할 때 가장 재밌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였나요?
하지만 그 당연한 얘기를 명백히 하는 것은 초보자를 탈출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단순히 감으로만 이런 두루뭉술한 것이 아닐까~? 라고 느끼고 있는 것보다는 확실하게 명제와 근거를 알고 있다면 원할 때 언제든지 의식적으로 기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앞서 말했던 인물의 성격에서 나오는 반응이 뭐라고 생각하셨나요?
인물의 선택입니다.
그럼 우리는 인물의 성격과 선택을 동시에 보여 줘야겠죠?
주인공의 성격과 선택, 이 두 가지를 어떻게 함께 다룰까요?
이 두 가지는 다르지 않습니다.
성격
1.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성질이나 품성.
2. 어떤 사물이나 현상의 본질이나 본성.
인물의 도해
인물의 도해를 보면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외관, 겉으로 드러나는 성격, 본질
1) 외관
캐릭터의 외관(겉모습)은 나이, 인종, 버릇, 옷차림, 직업 등을 말합니다.
겉모습이 특징적이면 시각적으로 어떤 캐릭터인지 독자가 재빠르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실루엣만 봐도 누군지 알아볼 수 있게 하거나 소파에 특이한 자세로 앉아 음식을 먹는 것으로 평범하지 않은 인물임을 표현하거나 얼굴에 난 상처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보여 줄 수 있습니다.
2) 겉으로 드러나는 성격
겉으로 드러나는 성격은 외관에 영향을 줍니다.
깔끔한 것을 신경 쓰지 않는 성격과 깔끔한 성격, 내성적인 성격과 활달한 성격.
탐정 드라마 <셜록>에서는 주인공 셜록이 상대방의 외관에 남아있는 단서를 분석해 그 사람의 성격, 즉 캐릭터를 알아내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전기 면도기, 드라이 클리닝, 점심은 스파게티, 개를 키움...
이렇듯 성격은 외관에 단서를 남깁니다.
여러분이 창작한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외관에 시각적인 단서를 남겨 보세요.
재미있을 것입니다.
외관과 외적인 성격의 연결고리는 이 정도면 이해되셨을 것 같습니다.
이제 좀 더 내면으로 들어가야만 보이는 성격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의 저자 로버트 맥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성격의 진실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가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자신의 욕망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는지 지켜보는 것뿐이다.그가 선택하는 방식이 곧 그의 존재를 설명한다.
이런 본성은 일상적인 모습에선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사람은 관계에서 가면을 쓰고 거짓말을 곧잘 하는 존재니까요.
이런 본성, 그 사람의 본질적인 가치관이 드러나려면 아주 강한 압박이 있어야 합니다.
가면을 쓸 겨를이 없게 만드는 강한 압박입니다.
잠시 이야기의 구조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를 기반으로 말하면 이야기에서 인물에게 가해지는 압박(사건)의 강도는 점점 높아집니다.
만화 특유의 장기 연재 중인 특정 장르는 예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약한 압박으로 시작해 점점 강해집니다.
이런 압박 속에서 주인공은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 선택의 과정에서 인물은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드러냅니다.
어떤 행동을 했느냐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정의하죠.
이야기의 초반엔 아주 사소한 선택지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초코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를 나타내다가 이야기의 끝에 가까워질수록 인물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는 중대한 선택지가 주어집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단 한 명을 살리는 선택과 자신의 연인은 죽지만 인류를 살리는 선택.
대의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선택과 대의를 버리고 본인이 사는 선택.
이처럼 극단적이고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들은 주인공에게 아주 강한 압박을 가하고 이 압박과 갈등 끝에 주인공이 선택하고 행동하는 것을 통해 그의 본질이 드러납니다.
그 무엇보다 사랑을 중시하는 인물인지, 자신을 희생하며 대의를 지키는 영웅인지, 신념을 위해 죽음을 불사하는 인물인지, 말은 번지르르했지만 마지막에는 비겁한 행동을 하는 유약한 인물인지, 가면 쓸 겨를도 없고 다시는 반복할 수 없는 일생일대의 선택이 그 인물의 본질에 해당하는 성격을 나타냅니다.
이야기에서 인물과 사건, 인물의 선택과 성격은 아주 중요하며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고 있습니다.
연출자는 이 요소를 정확히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야기를 연출할 때 중요한 요소들을 아주 잘 다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각각의 요소가 어떤 성질을 가졌는지 그 누구보다 잘 파악해야 합니다.
무엇이든 정확히 알고 있어야 제대로 표현할 수 있기 마련입니다.
그 외에도 인물을 표현하는 구도와 장치는 수없이 많습니다.
초보자 여러분이 어떻게 연출할지 모르고 있는 것은 지금 그리고 있는 이야기에서 무엇이 중요하며 인물의 성격은 어떠한지 인물이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 인물의 본질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것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이유인 것이죠.
이야기의 맥락을 파악하지 못하니 엉뚱한 장면을 카메라로 비추고 필요 없는 정보들을 나열하며 핵심적인 정보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어쩔 줄 모르는 상태가 되면 적재적소에 연출 기법을 쓰지 못하고 중구난방으로 엉뚱한 기법을 쓰게 됩니다.
<블랙잭>의 아버지 데즈카 오사무가 에니메이션 제작 당시 이미 완성한 장면을 다시 그리라고 여러 번 퇴짜를 놓으면서 한 말이 있습니다.
블랙잭은요, 이런 식으로 걷지 않아요.
조금 황당하죠?
데즈카 오사무의 머릿속에는 블랙잭이 어떤 인물이며 어떤 성격을 가졌고 그 성격으로 인해 걸음걸이가 어떤지까지 눈에 선하게 그릴 수 있을 만큼 캐릭터가 파악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스스로 질문해 보십시오.
여러분이 그리고자 하는인물은 어떤 사람인가요?
그들이 권력을 가졌다면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로 앵글을 사용하여 위압적이고 권위적인 모습으로 그릴 수 있고, 막강한 권력을 가졌음에도 피지배층과 같은 높이에 앉음으로써 권력을 위압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인물로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평소엔 사람이 좀 헐렁하고 맹한 것 같이 보이게 그려 놓고 이야기의 마지막엔 정의와 신념을 위해 목숨까지 버리는 사람으로
설정해 본질을 극대화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그리는 이야기를 가장 깊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여러 기법을 알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는 이를 더욱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래야만 의미있는 정보를 보다 잘 다룰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연출자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핵심 정보 다루기를 연습하는 과정을 통해 여러분은 성장하는 만화가가 될 수 있습니다.
자, 정리의 시간입니다.
1) 이야기의 가장 큰 이해자가 되십시오.
2) 이야기의 핵심 정보를 표현하십시오.
인물의 성격과 선택, 사건이 큰 줄기입니다.
그 밑으로 다양한 단서들을 다루십시오.
3. 캐릭터 연출
패턴으로 캐릭터를 만든다.
이야기적 요소에 집중해야만 만화를 그릴 수 있을까요?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만화는 만화 구성 요소를 극한까지 해체하며 실험적인 연출을 만들어가는 만화부터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 만화, 그 외에도 다양한 형식이 있습니다.
작가마다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만화는 이렇게 그려야 한다고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가 어렵습니다.
보통 작가들이 만화라는 예술 장르를 정의하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장르가 요구하는 요소들이나 자신의 취향을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만화 연출은 이야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입나다.
단순히 이 문장을 앞뒤 맥락 없이 읽는다면 얼마든지 반례를 말할 수 있습니다.
뜬금없이 맥락에 맞지 않는 내용을 넣거나 이야기와 전혀 상관없는 그림을 넣어도, 그림 없이 글만 있어도, 또는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여전히 만화는 만화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만화란,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대중 서사 만화입니다.
대중 서사 만화로 영역을 좁힌다 해도 만화 연출에 대해서 요약 설명하기런 쉽지 않은
일입니다.
만화라는 씨앗이 뿌려진 뒤로 긴 새월 동안 발전해 오면서 이루 말할 수 없이 방대한 종류의 방식들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장벽은 광범위 하다는 거죠.
요컨대 어떻게 연출하건 작가의 마음이라는 겁니다.
틀린 것이 없다.
이것만큼 골치 아픈 것이 없습니다.
이거 외엔 다 틀렸어 라고 말할 수 있는 분이라면 좀 더 쉽게 알려 드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이 일을 꾸준히 해 보니 그렇게 단정지어 말하기 어렵더군요.
조금 더 의도에 맞는, 효과적인 작가의 취향의, 세련된 방식이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런 복잡하고 방대한 스타일이 쌓이고 쌓여 알정한 패턴을 보입니다.
정석, 원칙, 전통, 클리셰
어떻게 부르건 기준점이 되는 것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 기준점을 배워 봅시다.
다이아몬드
다이아몬드가 탄소로만 이루어진 물질이아는 사실은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핵심을 찌르는 교훈을 줍니다.
구성요소를 어떻게 조합하는지에 따라 어떤 물질이 될지 결정되고 그 성질이 변한다는 것 말입니다.
이처럼 만화 또한 아주 작은 단위의 구성요소가 존재하고, 수많은 요소가 복잡하고 유기적인 방식으로 조합되어 연출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각각의 조합법에 따라 그 결과는 천차만별입니다.
탄소가 연필심이 되기도 하고 다이아몬드가 되는 것처럼요.
수많은 조합법을 이루는 요소 중에 대체로 변하지 않는 원칙이 되는 작은 단위를 알려 드리려 합니다.
가능한 변칙도 함께요.
작가가 어떻게 캐릭터를 설계하는지 도식화를 통해 알려 드리겠습니다.
감에만 의존하지 않고 이성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드리기 위함입니다.
우연이 아닌 의도적으로 할 수 있게요.
박스가 있다고 생각해 보새요.
그리고 이 박스 위에 만화의 원소들을 올려 조합을 해볼 것입니다.
1) 캐릭터 연출하기 첫 번째.
캐릭터 디자인
연출의 기본이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라 했을 때 그 인물이 어떠 사람인지 보여 주는 방법에는 캐릭터 디자인이 있습니다.
위험한 인물임을 외관으로 표현해 주거나 이것을 도식화하면 기본적으로는 외면과 내면을 일치시키는 것입니다.
여기서 변칙을 일으키면 외면과 내면을 불일치 시키는 것입니다.
이를 극대화해서 만든 작품이 엔젤전설(학산문화사) 입니다.
악마 같이 생긴 외모와 달리 천사 같은 심성을 가진 소년이 외모로 인해 겪는 사건사고를 다루고 있습니다.
외면과 내면을 일치시키는 것을 여러분이 그리는 세계의 기본 룰로 꾸준히 적용한다면 독자들은 갑자기 등장한 인물이 선과 악 중에 어느 진영인지 직관적으로 알아 볼 수 있게 됩니다.
별다른 설명이 없어도요.
굉장히 편리하죠.
이 룰은 등장인물이 많고 선과 악의 전쟁을 다루는 작품에서 주로 지켜집니다.
영화 원펀맨, 반지의 제왕, 어벤져스 등이 그렇습니다.
이러한 작품들은 등장인물이 어떤 캐릭터인지 정보를 감출 필요가 없고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편이 이야기를 전개할 때 편리하기에 애용됩니다.
반대로 외면과 내면을 불일치시키는 것은 일치시키는 룰에 익숙해진 독자들의 선입관을 이용합니다.
편견 말입니다.
독자들이 선한 인물이라고 생각하게 만든 뒤 이야기에 반전을 주는 기술로 자주 활용됩니다.
어떤 인물인지 정보를 숨겨야 할 때 애용됩니다.
항상 주인공에게 적극적인 도움을 주었던 인물이 정작 주인공을 위험에 빠뜨린 원흉이었다는 악인이란 정보를 숨기고자 선한
인상으로 만들어 등장시키는 방식입니다.
박스 안에 다른 성질을 넣어도 같습니다.
불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을 불같은 외모로 꾸미거나 우락부락하고 괴팍할 것 같은 인상의 사람을 소심한 성격으로 설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식의 반전 조합은 엔젤전설 같은 재미를 줍니다.
장르가 코미디가 아니더라도요.
이야기의 큰 흐름 속에 존재하는 인물의 정보를 어떻게 다룰지 캐릭터 디자인에서부터 연출해야 합니다.
일치, 불일치 패턴을 인물에게 어떻게 적용할지는 이야기의 장르와 흐름에 따라 달라집니다.
띠라서 여러분은 여러분이 그리는 세계와 그 이야기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일치시키는 것이 좋을까? 불일치시키는 것이 좋을까? 어떤 패턴의 조합으로 만들 것인가? 고민해 보세요.
이 두 가지 룰을 변칙적으로 섞을 수도,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선을 위해서 악을 행하는 안티 히어로 처럼 말입니다.
이렇게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캐릭터는 이야기를 더 다채롭게 만들고 독자들이 받아들일 때도 복합적인 감정을 갖게 합니다.
보통은 편의를 위해서 인물의 가장 두드러지는 면을 보여 줍니다만 실제로 성격이란 건 다루기가 쉽지 않습ㄴ이다.
완전히 흑백이라기보다는 그러데이션에 가깝고 인물은 이 사이를 오고 가기 때문이죠.
어떤 대상을 어떤 상황에 마주하느냐에 따라 선악의 차이를 보이기도 합니다.
가족에겐 한없이 따뜻하지만 적에겐 무자비한 인물이 그렇습니다.
좀 까다롭지만 흥미롭죠?
2) 캐릭터 연출하기 두 번째
액션과 리액션
캐릭터를 드러내는 기본 방법은 행동으로 성격을 보여 주는 것 입니다.
몸짓언어로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인지 방어적인 사람인지 독자에게 보여 줄 수 있습니다.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우리는 이런 몸짓언어를 본능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하실 일은 평소에 이런 몸짓언어를 관찰, 연구하고 암기하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 몸짓언어를 독자에게 보여 줄 것인지 감출 것인지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이야기의 필요와 자신의 취향에 따라서요.
거짓말 할 때의 시선 방향, 아랫입술 밑에 혀를 넣어 분노 나타내기, 상대방에 대한 호감 이것들은 몸짓언어의 연장선인 미세표정입니다.
찰나로 지나가는 표정을 캐치해 인물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수많은 대사보다 이런 몸짓언어, 미세표정이 더 직관적입니다.
다행히도 우리는 비언어적 표현을 본능적으로 알아챌 수 있기에 어렵지 않게 공부할 수 있습니다.
몸짓언어가 액션에 가깝다면 미세표정은 리액션에 가깝습니다.
어떤 사건에 대한 반응이죠.
여기서 사건이란 어떤 일의 발생과 함께 타인의 액션도 포함됩니다.
2회에서 얘기했듯 사건에 대한 반응 또한 행동이기에 리액션은 인물의 특징을 보여 줍니다.
이 인물은 민트 초코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캐릭터를 더욱 효과적으로 보여 주는 방법에는 대비가 있습니다.
성격이 다른 두 인물을 배치해 상반된 리액션을 보여 줌으로써 인물의 특징, 캐릭터을
부각하는 기술입니다.
작은 것 옆에 있으면 더욱 커 보인다.
만약 이 기술을 추리물에서 써먹는다면 결정적 단서에 그 의미를 알아채지 못하는 조수와 즉시 깨닫는 주인공을 대비시킬 수 있습니다.
도식화를 하면 다음과 같은데 주인공의 추리 능력이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리액션을
통해 보여 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물이 가진 권력의 차이, 전투력의 차이 등, 사건 이후 반대되는 리액션으로 캐릭터성을 부각할 수 있습니다.
어떤 성질이든 대비로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패턴은 같습니다.
캐릭터의 대비를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것에는 주인공과 최종 보스의 본질 대비가 있습니다.
네모난 종이에 점을 하나 찍습니다.
이 점이 주인공입니다.
이 종이를 반으로 접고 다시 펼쳤을 때 반대편에 찍힌 이 점이 최종 보스입니다.
주인공과 촤종 보스를 이렇게 대칭으로 배치하는 기법은 자주 활용되는데 주인공의 본질을 더욱 부각하면 이야기를 전개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주인공의 본질이 선한 질서라면 최종 보스는 악한 혼돈으로, 주인공이 인류의 구원자라면최종 보스는 세계의 파괴자로.
익숙한 패턴이죠?
지금 떠오르는 작품들이 있나요?
그 작품들은 어떤 패턴을 배치했으며 어떤 효과를 냈는지를 정리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리액션 이야기를 하면서 몽타주 이론을 빼먹을 수가 없죠.
개별적인 장면을 적절히 이어 붙여 서로 간의 맥락 혹은 전혀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방법.
여기 무표정한 인물이 있습니다.
관객에게 먼저 음식을 보여 주고 그다음 무표정한 인물을 보여 주면 '이 인물이 배고프구나, 음식이 먹고 싶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누군가의 묘비를 보여 주고 무표정한 표정을 보여 주면 독자는 인물의 슬픔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몽타주 이론을 기가 막히게 쓰는 작가 중 하나가 H2(대원씨아이)를 그린 아다치 미츠루입니다.
실전에서 어떻게 쓰는지 궁금하다면 이 작품을 한번 읽어 보세요.
사실 몽타주 이론은 인물의 반응만을 다룬 것은 아닙니다.
사물, 풍경, 인물 등의 장면을 어떤 순서로 배치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만들어 낸다고 말합니다.
리액션 부분에서 몽타주 이론을 꺼낸 것은 앞서 말했던 정직한 리액션 뿐만 아니라 무표정이라는 반응도 캐릭터의 성격이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변칙 예시이기 때문입니다.
또 몽타주 이론은 초보자들이 자주하는 실수인 장면끼리 연결되지 못하고 뚝뚝 끊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됩니다.
초보 만화가들은 한 컷을 그리고 다음 컷을 그릴 때 자주 시야가 좁아져서 그림의 한 컷씩 집중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퍼즐의 한 조각에만 집중한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만화는 컷 하나가 독립적으로 존재하기보다는 각각의 장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조합되어서 이야기를 표현합니다.
즉, 만화 연출이란 장면들을 조합해 맥락을 만드는 일입니다.
독자로서 여러분은 맥락을 읽어 내는 능력이 충분히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작가로서 만화를 그린다면 읽어 내는 것을 넘어서 맥락을 표현할 줄 알아야 합니다.
맥락을 만드는 법을 타인에게서 배울 때 표면에 있는 결과물의 패턴 전부를 그대로 자신의 작품으로 가져오지는 마십시오.
만화의 표면 밑으로 내려가 맥락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관찰하고 파악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원리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의 패턴을 파악하세요.
그리고 여러분이 그리고자 하는 이야기에 맞게 여러분의 취향대로 만화의 원소를 재조합하고 배치하며 뒤틀어 보세요.
이것이 여러분만의 독창성을 가지고 프로의 작품을 콘티로 카피하며 연출을 배우는 과정의 풀이입니다.
이번에도 정리해 볼까요?
1) 캐릭터를 연출하기 위해서 사용되고 있는 패턴을 관찰하며 공부하세요.
내, 외면의 일치와 불일치, 그리고 액션과 리액션.
2) 그 패턴을 기반으로 여러분이 그리는 이야기의 맥락을 표현 하십시오.
장면과 장면은 맥락을 만드는 협력관계에 있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3) 필요와 취향에 따라 패턴을 조합하고 비틀고 무시하십시오.
룰을 지킬 때와 지키지 않을 때의 좋은 점을 비교해 가면서요.
알려 드린 자주 사용되는 패턴을 모두 무시하고 반례만을 사용해도 여러분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검정을 모두 피해서 걷고 싶다면 무엇이 검정인지 알아야 해요.
룰을 분명하게 알아야 파괴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4) 무엇보다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경우의 수는 무한하다.
4. 시공간 연출
컷으로 시공간을 다룬다.
초보 만화가의 고민
음, 만화를 그리고 싶은데 컷을 어떻게 짜야 하지?
컷 나누는 법을 모르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하지?
이런 고민들을 정말 많이 보고 듣습니다.
만화를 시작하려면 반드시 컷을 기가 막히게 나눌 수 있어야 할까요?
하지만 생각해 보세요.
지금 이 만화도 별다른 기교 없이 6등분한 네모 컷에 그렸답니다.
잘하고 싶겠죠.
멋진 걸 만들고 싶겠죠.
초보 티를 내고 싶지도 않고 어설퍼 보이기 싫겠죠.
세상엔 이미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비교하게 되잖아요.
하지만 명심 또 명심하세요.
여러분이 어떤 기똥찬 방법을 통해서 하루아침에 고수가 되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니 그냥 시작하세요.
이 일을 오래 하며 깨달은 것은 사람들은 중수와 고수에게나 엄격하지 초보에게는 의외로 너그럽다는 것입니다.
초보는 원래 서툴러요.
사람들도 큰 기대 안 합니다.
정 모르겠다면 같은 크기로 만든 사각형 안에 만화를 그리기 시작하면 됩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컷 짜는 법을 배워 볼까요?
같은 크기의 사각형에 그리라는 건 농담처럼 들리기도 할 거예요.
너무 쉬워 보이고 별다른 기술이 필요 없는 해결책이기 때문일까요?
하지만 빈말이 아닙니다.
같은 크기의 사각형에 그린 네 컷 만화가 엄연히 존재하고(기승전결) 이 네 컷 만화 형식은 오늘날에도, 미래에도 유효한 방식입니다.
SNS와 블로그에 네 컷 만화를 연재해서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들도 있죠.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과도 잘 어우러져요.
컷 분할이 화려하거나 멋들어지진 않지만, 고전적이고 안정감 있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생각해 볼 것이 테두리를 꼭 그려야 할까요?
초창기 웹툰은 칸을 나누지 않은 세로 스크롤 연출이 대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순정만화를 필두로 많은 작품이 컷을 테두리로 나누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읽어 내려갈 때 아무런 지장 없이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웹툰에서는 같은 크기의 칸을 세로로 나열하는 방식도 한 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방식은 드라마,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며 이 방식도 독자들이 무리 없이 몰입합니다.
이제 컷을 짤 줄 모른다는 말이 만화를 그리지 못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아셨죠?
그래서 컷 분할의 방법 말입니다.
초보자 분들은 뭔가 미학적인 기하학을 신비롭고 비밀스럽게 다룬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더 중요한 건, 컷을 다룬다는 것은 공간을 다루는 것입니다.
시간을 포함해서요.
컷과 시공간
기본적으로 만화에서 시간은 읽는 방향을 따라 갑니다.
화살표를 따르듯이 흐르죠.
작은 컷은 시공간을 적게 담고 있고 크기가 커지면 담고 있는 시공간도 늘어납니다.
컷의 모양에 따라서도 목적과 효과가 있습니다.
항상 같은 작용 방식으로 같은 효과를 내는 건 아니지만 작가의 의도를 극대화해 줍니다.
가로로 긴 컷은 웅장함과 평화로움을 증폭시키며 배경을 설명하는 배경 설정 컷으로 사용하기 좋습니다.
크기를 크게 배정하면 독자들이 그 세계에 빠져들 듯 몰입하기 쉬워집니다.
세로로 긴 컷은 긴장감을 증폭시키며 깊이감을 내기에 좋습니다.
대각선을 잘린 컷은 운동감을 증폭시키며 액션 장면에 사용하기 좋습니다.
곡선으로 칸을 나눈다면 심리적 불안감, 다른 차원과 공간, 꿈의 세계 등의 효과를 표현하기 좋습니다.
하지만 이 효과는 특정한 장면에 한정되기 때문인지 일반적으로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드물게 사용됩니다.
장면과 장면을 나누는 기본은 컷입니다만, 실은 보이지 않는 컷이 존재합니다.
독자의 시선입니다.
독자의 시선은 정보를 따라 이동합니다.
작가가 배치한 순서에 따라 움직이며 독서 리듬을 만들어 냅니다.
한 컷에 들어가 있어도 이 보이지 않는 시선으로 인해 사실은 여러 컷(순간)으로 나뉩니다.
컷 속의 정보량에 따라 시간의 속도가 달라집니다.
독자의 시선이 컷에 머무르는 시간과 관계가 있습니다.
정보량이 적으면 컷의 크기가 커도 시간은 비교적 빨리 흐르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읽어 낼 정보가 많아진다면 그 정보를 읽는 동안 시간이 흐르기 때문에 정보가 적은 컷보다 많은 시간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대사도 포함됩니다.
인물이 읊는 정보니까요.
세로로 나열해도 같은 패턴으로 작용합니다.
웹툰에서 흔히 사용되는 패턴이니 금방 이해가 될 겁니다.
컷의 크기는 장면의 중요도에 따라서도 다르게 배정됩니다.
이야기 속에서 중요한 컷은 더 크게, 중요하지 않은 컷은 더 작게 그려 대비 효과를 줍니다.
이야기 속 중요한 장면의 대표적인 예시는 이야기의 전환점이 되는 장면입니다.
곧 주요 인물의 죽음, 기다렸던 주인공의 등장, 인물의 액션, 이야기의 반전, 중대한 단서의 발견이 될 수 있습니다.
1) 다른 컷보다 크게 배정합니다.
2) 한 페이지를 전부 씁니다.
3) 두 페이지를 가득 채웁니다.
이 순서로 장면의 강렬함이 증폭됩니다.
그러니까 이제껏 본 적 없는 강한 적이 나타나 아군은 모두 패배해 전투 불능이 되고 공포에 질려 전의마저 상실했을 때 모든 희망이 사란진 절체절명의 위기 - 한 템포 쉬고 - 주인공 등장.
장면의 중요도에 등급이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별하나, 별 둘, 별 셋.
대비의 효과를 기억하시나요?
별 셋의 장면을 더 크고 강렬하게 나타내기 위해 별 하나의 장면들은 일반적인 크기로 배정하는 기법이 제일 흔합니다.
별 셋을 위해서 별 하나, 별 둘로 분위기를 점차 고조시키고 별 셋의 중요도에 맞는 큰 컷을 써서 효과를 극대화하고 강렬함을
폭발시키는 기법도 있습니다.
이 패턴은 앞서 말씀드렸던 별 셋에 해당하는 다른 요소를 넣어도 효과가 같습니다.
중요 인물의 죽음, 핵심을 꿰뚫는 대사, 결정적 단서 등.
지금 여러분 손에 닿는 만화를 한번 펼쳐 보세요.
이번 화에서 설명한 패턴대로 구성된 만화가 분명히 하나쯤은 있을 것입니다.
정석, 클리셰, 원칙에 해당하는 기법이니까요.
이제 연출은 이야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 전보다 와 닿으시나요?
이야기에서 무엇이 중요한 장면인지 모른다면 아주 단순한 컷 크기 배정부터 엉망이 됩니다.
이야기의 맥락을, 핵심 정보를, 장면의 중요도를 파악하세요.
독자는 완성된 원고를 보기 때문에 처음부터 컷 분배가 끝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짜려 하면 시작을 못합니다.
하다 보면 뼈대가 되는 기본 패턴이 생겨 수정이 적어지기도 합니다.
첫 콘티를 고친다고 해서 나무랄 사람도 없고 알지도 못하니 우선 시작하시고 초고가 너덜너덜해지도록 마음껏 수정하십시오.
정리의 시갑입니다.
1) 컷의 크기와 길이로 시공간을 다루십시오.
2) 컷의 모양을 통해 의도한 효과를 증폭시키십시오.
3) 독자의 시선이 머무르는 시간을 여러분이 설계하세요.
4) 장면의 중요도에 맞게 컷 크기를 배정하세요.
이번에 알려 드린 컷의 효과 외에도 다양한 효과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관찰하며 알아 낸 패턴의 조합을 여러분의 작품에 적용해 보세요.
그 효과 중에는 제가 모르는 것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프로의 비밀 한 가지를 알려 드리자면, 프로라고 해서 모든 걸 알고 일을 하는 건 아니랍니다.
그러니 부디 겁먹지 말고 당장 시작해 보세요.
5. 컷 연출
컷은 캐치볼처럼 이어진다.
이번에서도 즉시 원고에 적용할 수 있는 실전 스킬을 배워 봅시다.
장면을 구성하는 첫 번째 단추가 카메라라고 생각해 보세요.
이 카메라로 장면을 찍게 되는데 인물이 될 수도 있고 사물, 풍경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를 소재라고 하겠습니다.
만화에서는 컷을 통해 소재를 연결하여 맥락을 만들고 연출합니다.
이번엔 컷을 연결할 때 필요한 만화의 언어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만화 내에서 세로로 연속적인 컷 연계를 열(↓) 관계라고 부르겠습니다.
세로로 넘어간다.
3단 구성이 기본 틀로 쓰입니다.
가로로 연속적인 컷 연계를 행(→) 관계라고 부르겠씁니다.
가로로 넘어간다.
2단 구성이 기본 틀이며 여러 변형이 있습니다.
열 관계와 행 관계는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두 가지는 다소 다른 상황에서 쓰입니다.
열 관계는 시공간이 멀리 떨어진 장면의 전환에 자주 쓰입니다.
풍경이 연속해서 바뀌거나 이전 컷과 동떨어진 소재로 이동할 때 자주 씁니다.
1열 상황A 시작: 발견, 당황
상 황A는 같은 열 안에서 아어지고 다음 열로 넘어갈 땐
상황A 끝.
2열 상황B 시작: 전투 준비
상황B가 시작되는 식입니다.
상황B 끝.
3열 상황C 시작: 전투
이어서 행으로 연계될 때는
상황C: 전투가 여전히 이어집니다.
행이 이렇게 적용하는 이유는 같은 상황을 다루는 열 안에 속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행은 같은 열 안에서 가까운 시간을 다룰 때 쓰입니다.
반면 열 관계는 이전 열과 다른 상황, 다른 시간대로 껑충 뛰어 전환하기에 좋습니다.
컷 구성을 변칙적으로 쓴다면 이렇게 세로로 긴 컷을 첫 번째로 그다음 컷들을 세로로 나열할 수 있는데 이때 A컷과 B컷의 관계는 행인 것일까요, 열인 것일까요?
A컷과 B컷은 행의 관계를 갖습니다.
같은 열의 구성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짧은 시간차의 장면을 다룰 수 있습니다.
3단 구성을 기본으로 하여 장면의 중요도에 따라 2단, 1단의 구성을 씁니다.
때에 따라 4단 구성도 할 수 있습니다.
페이지의 첫 컷으로 열린 컷을 사용하면 독자가 빨려 들어가듯 작가가 만든 세계로 입장할 수 있게끔 도와줍니다.
닫힌 컷과는 달리 입구가 문 없이 열려 있는 효과입니다.
응용으로 맨 마지막 컷을 열어둘 때가 있는데 다음 페이지로 자연스레 넘어가는 연결고리 역할을 합니다.
다음 페이지 첫 컷도 열어 두어서 독자의 시선을 물 흐르듯 주고받는 구조를 이루기도 합니다.
좌우로 열린 컷은 시공간이 양쪽으로 무한히 이어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독자의 시선이 다음 열로 넘어가는 순간 그 컷의 무한한 시간은 끝납니다.
효과음, 말풍선 등을 삭제하고 소재만 두면 시간이 늘어진, 느려지는 것 같은 효과가 추가됩니다.
소재의 배경을 검게 누르면 시간이 무한히 멈춘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영원히 흐르는 것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컷과 컷 사이의 틈은 장면과 장면 사이의 시간의 경과를 표현합니다.
보통은 행의 관계에 있는 컷은 컷 틈을 좁게 하고 열과 열 사이의 틈은 행 관계보다는 넓게 씁니다.
행의 관계에 있는 컷보다 열의 관계에 있는 컷의 시간차가 보통은 더 크기 때문입니다.
웹툰에서도 컷 틈이 좁으면 시간의 경과가 짧게 느껴지고 넓으면 길게 느껴집니다.
여전히 행의 역활을 하는 다른 컷 연계도 존재합니다.
열에서 열로 넘어갈 때 시간의 경과가 길다고 했는데 마지막 컷에서 다음 페이지의 컷으로 넘어갈 때 더 많은 시간을 건너뛰는
경향을 보입니다.
웹툰에서는 컷 사이의 여백을 넓게 만들어 비슷한 효과를 냅니다.
초보자들은 가끔 시야가 좁아져서 페이지 내의 한 장면, 한 소재 그리기에만 돌두하곤 하는데 컷을 짜려면 넓은 시야가 필요합니다.
행과 열의 구조와 역활, 효과와 페이지를 넘나드는 열린 컷의 연계가 필요합니다.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전체적으로 컷을 나누고 중요도 단계에 맞는 컷 크기를 구성하려면 넓은 시야가 필수적입니다.
이때 장면마다 시간이 흐르는 속도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을 한 템포 쉬고 의식하셔야 합니다.
정리의 시간입니다.
1) 행 관계는 짧은 시간의 경과를 열 관계는 긴 시간의 경과를 다룬다.
컷 틈의 너비는 시간 경과에 영향을 받는다.
2) 컷을 짜는 일은 한 회의 긴 호흡을 다룬다.
그러므로 작가는 넓은 시야를 가지고 컷을 짜야 한다.
이 두 가지를 기본으로 삼으면 나머지는 부수적인 것들입니다.
모든 컷이 홀로 존재한다는 선입견이 컷 구성을 어렵게 만들지만 실은 캐치볼에 가깝습니다.
소재를 계속해서 던지고 받는 것입니다.
이 캐치볼을 끊임없이 하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의 끝에 도달해 있을 것입니다.
6. 시점 연출
카메라는 한 대일까?
카메라는 장면의 첫 단추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카메라의 존재를 알고도 가지게 되는 선입견이 있습니다.
보통 한 컷에는 하나의 카메라 앵글만 담깁니다.
여기서 쉽게 하는 착각은 카메라가 한 대만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인물 A가 있습니다.
그를 찍는 카메라 A1이 있습니다.
인물 A와 카메라 A1의 위치를 정했습니다.
여기에 인물 B를 추가합니다.
카메라 A1은 투명화시킵니다.
인물 B를 찍는 카메라 B1을 배치하고 투명화시킵니다.
기본은 이렇습니다.
카메라 A1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