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대엔 지금과 같은 스마트폰과 인터넷 등의 놀거리가 없었어요. 대신 TV프로그램이나 음악듣기, 또는 책을 보며 즐거운 여가생활을 보내곤 했죠. 그래서인지 요즘 자꾸 90년대, 추억 등의 키워드들이 더 추억에 젖게하는 것 같아요. 그 때가 그리운 것도 있긴 하지만..ㅎㅎ
90년 대 주옥같은 추억의 문화들이 많지만 오늘은 특히 대한민국을 유머시리즈 열풍으로 몰았던 최불암시리즈, 덩달이시리즈, 사오정시리즈에 대해 얘기해볼까해요. 80~90년 대엔 글자와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고 재미있었는데요. 30대 이상이라면 추억을, 20대 이하라면 아~ 그 땐 그랬구나~ 하면서 당시의 감정에 푸~욱 빠져보자구요^^
1. 최불암 허무시리즈
최불암 허무시리즈는 1991년 당시 국민학생부터 대학생까지 아니 전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가져다 준 유머시리즈인데요. 최불암 허무시리즈는 수사반장, 전원일기 등에서 우직하고 소탈한 케릭터의 최불암씨를 주인공으로 순박한 아저씨의 시선으로 약삭 빠른 현대 사회를 조근조근 풍자했었죠.
(photo : NAVER)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최불암 허무시리즈는 최불암씨가 만든 것이 아니라는 건데요. 91년 하반기부터 대학가에서 지구방위대 이야기가 시발 점이 되었죠. 이 최불암시리즈가 히트를 치며 주목을 받자 최불암씨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학생들이 나를 유머의 주인공으로 만들 만큼 친근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받아들이고 있어요. 젊은이들이 기성세대에 대해 갖고 있는 불만을 평소 편안한 아버지 역할을 많이 보여준 나를 빌어서 풍자하고 있는 것 같네요."라며 소탈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어요.
<버스안에서>
어느날 최불암이 버스를 탔다. 목적지에 거의 다 왔지만 키가 작아 도저치 벨을 누를 수 없었다. 벨 앞에 서서 한참을 고민하던 최불암은 조용히 운전사에게 다가가 말했다.
"삐-"
<굿모닝>
최불암이 손자랑 놀고 있었다.
손자 : "굿모닝"
최불암 : "굿모닝"이 뭐니?
손자 : 영어로 "안녕하세요."라는 뜻이에요.
새로운 단어를 안 최불암은 부엌으로 가 부인에게 자랑하고 싶어졌다.
최불암 : 굿모닝.
부인 : 감자국이유.
<최불암의 영어실력>
어느날 미국에 간 최불암. 영어 회화 능력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바디 랭귀지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며 고급 레스토랑을 들어갔다. 메뉴판의 음식을 대충 아무거나 손가락으로 콕콕 집어서 겨우 식사를 해결한 최불암에게 종업원이 다가와 물었다.
"Coffee or tea?"
그러자 최불암은 그정도는 알아 들었다는 표정으로 자신있게 대답했다.
"or"
<기타 최불암의 영어실력>
* Can I help you? → 내가 깡통 따는거 도와줄까?
* May I help you? → 5원에 내가 널 도와줘도 되겠니?
* Yes, I can. → 그래, 나는 깡통이다.
* See you later. → 너 두고보자.
* Glad to meet you! → 너 잘 만났다!
* Please, sit down. → 플리즈야, 않아라.
그 후 대학가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산되었던 최불암 시리즈는 넌센스 퀴즈와 블랙코미디를 섞어 최불암 시리즈라는 책으로 까지 출판이되 많은 인기를 누렸어요. 저 역시도 집에 당연히 있었구요.ㅎㅎ 그후 노사연시리즈, 맹구시리즈, 대발이(최민수)시리즈 등 연예인 등의 유명인을 이용한 유머 시리즈가 대한민국을 휩쓸었답니다.
2. 덩달이 시리즈
1994년,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최불암시리즈에 이어 덩달이 시리즈가 인기를 얻었는데요. 이 당시엔 덩달이시리즈 한 두 가지를 모르면 구세대 취급을 받았을 정도로 그 신드롬은 대단했었어요. 최불암시리즈와의 다른 점이 있다면 사회적 풍자라는 포커스보다 재미라는 키워드에 더욱 가까워졌다는 건데요. 덩달이 시리즈는 일상 생활 중에서도 가볍게 쓸 수 있는 소재들로 대한민국의 유머시리즈 열풍을 이어갔어요.
<글짓기>
1. '전문가'를 넣은 글짓기 → 저사람이 전문가?
2. '자신감'을 넣은 글짓기 → 율무차 위에 둥둥 떠있는게 잣인감?
3. '불안감'을 넣은 글짓기 → 저 빨래줄에 널려있는게 누구 부란감?
<삶이란>
덩달이에게 지쳐 삶의 회의를 느끼던 덩달이의 국어선생님이 '삶'이라는 당어를 넣어 글짓기를 해오라고 했다. 숙제 때문에 고민하던 덩달이는 머리를 식히러 거리를 헤매다 결국 숙제를 해결했다. 포장마차 앞에서...
"삶은 계란"
(photo : 개그맨 나경훈 블로그)
한 켠에서는 덩달이 시리즈와 같은 유머시리즈들이 우리 '국어'를 훼손시키고 있다는 시선과 함께 향후 청소년들이 변질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졌었어요. MBC의 간판 코미디 프로그램 '웃으면 복이와요'에서 개그맨 홍기훈씨가 덩달이로 나와 매주 시리즈를 여과없이 연기했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뭐.. 요즘과 비교한다면.. 별 문제도 아닌 듯 한데요..ㅎㅎ
<어중이 떠중이>
국어 선생님은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한번 덩달이에게 글짓기 숙제를 내주셨다.
"덩달아, 이번에는 '어중이떠중이'라는 단어로 글을 써와라. 알겠니?"
한참을 고민하며 집으로 가던 중 덩당이는 놀이터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 있기에 호기심으로 틈새를 비집고 들어갔다. 그 곳에선 머리를 빡빡 민 땡중이 사람들 앞에서 무술시범을 보이고 있었다. 그 중이 '솰라솰라' 주문을 외자 놀랍게도 몸이 공중으로 뜨는 것이 아닌가? 여기에 번뜩 뇌리에 스치는 무언가를 느낀 덩달이는 신나게 집으로 달려갔다. 덩달이는 숙제노트에 이렇게 적었다.
"중이 공중으로 치솟는 것을 보고 사람들이 탄성을 지르며 말했다. '어! 중이떠! 중이!'"
3. 사오정 시리즈
사오정 시리즈는 1998년, 허영만 원작의 국산 만화영화 '날아라 슈퍼보드'에 나온 사오정의 귀가 접혀 있어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케릭터를 빗대어 탄생된 유머시리즈에요. 사오정 시리즈는 최불암, 덩달이 등의 시리즈가 한창 인기를 얻고 있을 때 썰렁함으로 무장해 도전장을 내밀었죠.
<오토바이>
어느날 사오정과 손오공은 오토바이를 탔다. 먼저 손오공이 오토바이를 운전한다고 했더니 사오정이 자기가 한다며 운전대를 잡았다. 그래서 손오공은 사오정에게 오토바이 운전을 맡겼다. 그런대 사오정이 너무 빨리 달리는 바람에 손오공이 멈추라고 말했다. 그런데 사오정이 갑자기 오토바이를 멈추더니 하는 말은?
"알았어~ 나도 사랑해♡"
<면접>
손오공과 사오정이 면접을 보러 갔다.
손오공이 먼저 면접을 했다.
면접관 : 비디오는 언제 만들어졌죠?
손오공 : 70년대 만들어 80년대에 나왔습니다.
면접관 : 축구 선수 중 좋아하는 선수는 누구인가요?
손오공 : 옛날은 안정환이었지만 지금은 호나우두입니다.
면접관 : UFO는 있다고 생각합니까?
손오공 : 여러 추측이 나왔지만 과학적인 증거는 없습니다.
다음은 사오정의 차례..
손오공을 졸라 질문을 알아낸 사오정~
면접관 : 당신은 언제 태어났습니까?
사오정 : 70년대에 만들어 80년대에 나왔습니다.
면접관 : 헉.. 아버지는 누구시죠?
사오정 : 옛날은 안정환이었지만 지금은 호나우두입니다.
면접관 : 당신 바보죠?
사오정 : 여러 추측이 나왔지만 과학적인 증거는 없습니다.
이 시기엔 지금의 인터넷과는 조금 다른 PC통신이란 소통창구가 있었는데요. 이 통로를 통해 하루에도 수십개 씩 만들어지고 확산되면서 신세대(그 당신 젊은 이들)들은 만나기만 하면 저마다 업그레이드된 사오정 시리즈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답니다.ㅎ 특히 나우누리(PC통신) 유머란엔 2,000여 개 이상의 사오정 시리즈가 공유되며 사오정 시리즈 방이 따로 마련되기도 했었죠. 나중엔 1만 건이 넘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었어요.
<시력>
수업시간에 사오정이 손을들더니 말했다.
사오정: 선생님, 칠판 글씨가 안 보이는 데요.
선생님: 이게 안 보여? 너, 눈이 몇이냐?
사오정: 제 눈은 둘인데요.
선생님: 그게 아니고 눈이 얼마냐고?
선생님은 사오정의 황당무게한 대답에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예? 제 눈은 안 파는데요."
선풍적이며 그 당시 하나의 문화코드로 자리잡고 있던 최불암 시리즈와 덩달이 시리즈 위에 올라선 사오정 시리즈의 인기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평론가들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익숙한 코드 '광고'라는 코드와 믹스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실제 광고는 상황설명이 필요없으면서 재미있는 말만 끼워넣고 쉽게 패러디 할 수 있는 장르(?)임과 동시에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여기까지 90년 대를 풍미했던 대한민국 TOP3 유머시리즈를 살펴봤어요. 저도 정리하면서 '그 때 이게 왜 잼있었지?'라는 의문점을 갖기도 하는데요.ㅎㅎ 각 주인공 케릭터들의 성향을 알고 본다면 조금 이해가 가기는 합니다.ㅎ
스마트한 세상, 간편하게 얻을 수 있는 정보. 개인주의가 심해진 요즘 주변 사람들과 소통은 안녕하신지요? 더욱 편리해지긴 했지만 90년 대의 소박했던 감성이 그리운 건 사실이네요. 오늘 하루 정도 스마트기기 사용은 절제하고 옛 감성을 떠올리며 주변 사람들과의 정겨운 대화는 어떨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