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의 꺾꽂이 단상
농부 흉내내기도 어설픈 내 입장에서 보는 농사는 이렇다. 누구나 농부가 한 해 농사를 잘짓고 못짓는 것은 농사기술과 기후 때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맞다. 하지만 내 눈에는 '제 때 풀뽑기'라는 엄청난 일을 피하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농사를 제대로(!) 체험해본 내 입장에서는 무엇보다도 풀뽑기가 힘든 과정이라고는 느껴서이다.
농부시늉이나 겨우 내는 사람(바로 나 0_0!)은 봄농사 잘해놓고도 장마철 전후해서 '될대로 되라지' 하고만다. 잡초에 기가 질려서.
사실 잡초라는 단어도 인간에게 도움이 되느냐 방해가 되느냐 하는 기준에 따라 선택한 것이니 내게 방해가 되는 식물들을 '불필요한 생명체'로 치부한 꼴이 됐다. 그건 아닌데....
암튼 시골은 생명의 경연장이다. 마당 주변에서까지 생명의 경연이 활발하니 '사람사는 꼴'을 갖추고 싶은 입장에서는, 특히 장마철이나 무더위에는 죽을 맛이다.
나름 집 주변을 '삶의 여유가 있어보이는 공간(!)'으로 가꿔보고 싶은 바램은 있으나 '저녁 나절이 돼서야 바빠진다는 게으른 머슴' 찜쪄먹을 만한 습성을 내가 갖고있으니 어찌하랴. 이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다 얻은 결론이 이이제이 아니 이초제초(以草制草) 작전, 즉 피복식물의 개발이다.
작년에 피복식물의 한 종으로 산국을 간택(!)해서 온동네 돌아다니며 산국을 캐다 진입로 한켠에 심었는데, 올해 사방에서 산국 싹이 머리를 디밀어댄다. 아뿔사! 가을 서리에 시들어죽는 꼴만 보고, 심은 곳에서만 밀집번식을 할 줄 알았는데 말이다. 확실한 실패! 올가을 결실 전에 뽑아내야 할 판이다.
이제는 가을국화에 눈을 돌렸다. 작년 여름에 국화 키를 작게 키우려고 장마기에 예초기로 쳤더니 잘린 줄기마다 다 뿌리를 내릴 정도로 뿌리내는 성질이 있음은 알고 있으니^^ 가을국화가 좋은 점은 늦가을 꽃이 좋고, 씨를 퍼트리지 않고, 꺾꽂이가 쉬워 확장이 용이하고, 빽빽하게 자라되 비비추나 맥문동처럼 멀리 뿌리뻗지는 않는다는 점 등이다. 피복식물로 이만한 조건을 갖추기도 쉽지 않다. 장마 북상 시기에 맞춰 국화 꺾꽂이를 했다.
국화를 끝에 잎 두세 장만 남기고 15센치 내외로 잘랐다.
루톤 같은 발근제가 없어 그냥 심었지만 뭐 별 일 없을 거다 ^^;
비교적 배수가 잘되고, 물주기 좋은 가까운 밭에
촘촘히 꽂고나서 증발억제를 위해 차광막을 씌웠다.
살아다오~ 잘 살아다오~ 나무관세음보사~알~
풀 종류의 피복식물 만으로는 공간이 밋밋할 수 밖에 없다. 해서 이번엔 산철쭉. 설명이 필요없겠다. 촘촘하게 대지를 덮고있으면서 꽃됴코 풀 자브리~^^ 이곳에서는 흰색 산철쭉과 진달래보다 약간 짙은 색을 가진 산철쭉을 뺀 다른 철쭉 종들은 거의 대부분 동해를 입는다. 해서 선택의 여지는 없다. 투 톤으로 간다!
철쭉 번식에 대한 지식은 참으로 얇다. 씨로 번식하는 건 군밤 싹트기를 바라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 봄에는 숙지(전년에 자란 가지), 여름에는 녹지(당년에 자란 가지)로 꺾꽂이한다는 것, 생각만큼 쉽게 뿌리를 내리지는 않을 거라는 것 정도^^;;
그런데, 올 봄에 웃자란 철쭉 가지를 다듬을 때 자른가지를 응달 습한 곳에 막꽂기(!)를 20여개 해봤었다. 그런데 4~5포기가 요새에도 살아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깨알 만한 새싹을 내고 있다. 오메~ 귀여븐 거~^^
며칠 전 해질 무렵 옆동네 어귀까지 산책하다 산기슭의 산철쭉 무더기를 보고 갑자기 '한 생각'이 들어 잔가지를 한무더기 꺾어왔다. 그런데 녹지가 거의 없다. 전부 숙지! 여름엔 녹지삽이라는데? 에이~ 아무렴 어떠리. 괴테가 파우스트에서 그랬다며?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고! 그래 실패해도 좋다. 똑같은 일을 반복할 필요가 없다는 건 배울 수 있을테니까. 혹시 알아? 잘만 되면 1년 일찍 200여 주의 철쭉 묘목을 얻는 거다 ^^
산철쭉 꺾꽂이 재료를 다듬는 중이다. 밖에서 작업하다 모기한테 두 방 쏘이고 쫒겨 들어왔다.
음 작업하는 모습이 진지하군 ^^
200여 개를 다듬어 꺾꽂이국화 옆에다 꺾꽂이하고 차광망을 두 겹으로 씌워줬다.
살아다오~ 잘 살아다오~ 나무관세음보사~알~
너그들이 살지 못하면 루톤 같은 발근촉진제를 미리 준비해두지 못한 나를 내 스스로 을매나 탓하겠니~ +_+!
첫댓글 잘 살았으면 좋겠네요 나무관세음보사~알 ㅎ
그 아름다운 마음을 받아 살아날 것 같다^^ 나무관세음보사알~ ^^
가을 국화와 철쭉이 잘 살아주길 바랍니다. ^&^ 저희도 장마철을 전후로 밭에 있는 풀들에게 항복했습니다.
그런데 손으로 잡초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풀 밀어라는 기계로 하는 곳도 있더군요. 혹시 써 보셨나요?
찾아봤습니다^^ 상황에 따라 큰 도움이 될 수 있겠네요.
하.지.만 막상 힘을 내면 풀매기는 그럭저럭 할 만한데 풀매러 나가기가 여간 내키지 않는 것이 문제지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