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그림 읽기 17 – 밀레의 「만종(晩鐘)」
밭에서 일하던 젊은 부부는 멀리 교회당에서 종소리가 들리자 두 손을 모으고 머리를 숙이고 기도를 한다. 종소리는 화면의 하늘로 풀어지면서 은은히 들리는 듯하다. 종소리는 ‘좋은 소식’이라는 뜻을 가진 gospel, 즉 복음을 상징하는 것. 복음이 온 세상에 저 하늘과 같이 아름답게 퍼져나가고 있다. 태초에 범죄함으로 저주를 받고 밭에서 땀을 흘려야 먹을 수 있게 된 인간을 대표하는 저 남자와 여자에게 좋은 소식이 들려온다. 인간과 더불어 저주를 받은 땅에도 역시 좋은 소식이 들려온다. 그림에서 땅과 인간이 아름다워보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저 하늘에 있다. 땅은 땀을 흘리고 고생하고 저주 받은 노동이 이루어지는 현장이다. 땅은 사람에게 좋은 것을 내지 않고 사람은 땅이 낸 좋지 않은 것을 헤쳐내야 한다. 사람과 땅은 결코 좋은 사이가 아닌 것이다. 이 전투와 같은 노동의 현장이 아름다워보이는 데에는 저 하늘이 한목 하고 있다. 하늘과 땅과 인간을 하나로 조화롭게 묶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종소리, 즉 복음이다. 사람들이 밭에서 열심히 일을 한 모습이기에 아름다움이 더하고 있다.
남자 옆에는 쇠스랑이 꽂혀 있다. 일을 하다가 잠시 쉬고 있는 모습이다. 아주 쉬려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일을 하려는 자세이다. 여자도 역시 앞치마를 두르고 있다.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 저녁 종이 울리고 있지만 일을 더 하고 나서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여자 뒤쪽에는 곡식 자루가 있다.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결실이 있을 것이라는 뜻을 보여주고 있다. 복음은 종소리처럼 울려 퍼져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수고로이 일하는 우리 인간을 위로하고 저 저주의 노동이 끝이 아니라 영원한 아름다움의 세계에 우리가 지금 있다고 하는 믿음과 소망을 주는 복음이 종소리처럼 들려온다. 언제나 들려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