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색소 변성증
신이치는 시험장에 도착하자 각 교실을 돌며 수험자를 격려했다.
도중에 신이치를 안내하던 청년 임원이 눈이 불편한 가와세 다이큐라는 장년부가 별실에서 시험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 주었다.
신이치는 그 이름을 들은 기억이 있었다.
“50세가 넘었고, 오키나와에서 오신 분이지요.”
“예, 그렇습니다.”
“뵙고 싶군요…..”
신이치는 바로 그 교실로 향했다.
신이치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가와세를 만나 눈을 불편해도 교수를 목표로 연찬에 힘쓰로록 격려해 왔다.
교실에는 가와세가 구술한 해답을 받아쓰기 위해 그의 아내가 곁에서 도와주고 있었다.
신이치는 말했다.
“고생이 많습니다! 잠시 실례해도 좋을까요?”
신이치가 교실에 들어가자 가와세 다이큐는 그 목소리를 듣고 신이치라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선생님!”하며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신이치의 모습을 생명에 새기기라도 하듯 보이지 않는 눈에 힘을 주며 한 곳을 집중했다. 그 눈에서 몇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가와세는 망막색소 변성증으로 선천성 약시였다. 성인이 되어 나이를 먹음에 따라 가와세의 시력은 점차 약해져 갔다. 그 떨어지는 시력과 싸우며 가와세는 행정서사 자격을 취득해 아내인 스미의 도움을 받아 일을 해 오고 있었다.
1957년 가와세는 입신했으나 그 무렵에는 신문의 1면 톱기사도 잘 보이지 않았다.
1960년 7월, 야마모토 신이치가 처음으로 오키나와를 방문하여 지부를 결성했을 때, 가와세는 용기 있게 지구부장의 임명을 받았다.
‘이 오키나와를 세계에서 가장 평화롭고 행복한 섬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 사명이다! 목숨을 걸고 싸우겠다!’
가와세는 희미한 시력에 의지해 기세 있게 어디든 절복을 위해 뛰어 다녔다.
다른 섬까지도 절복하기 위해 찾아갔다. 절복이 결실을 맺을 때까지는 며칠이 걸리더라도 집에 돌아오지 않겠다는 결의로 배를 탔다. 그 모습이 동지들의 투혼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가와세는 시력이 거의 잃고 만다.
그러나 외길로 신앙에 전념해 온 가와세에게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두려움도 당혹스러움도 없었다. 이미 각오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가와세는 결의한다.
‘이것이 내 숙명이다. 하지만 그런 일에 지지 않겠다! 앞으로 마음의 눈을 뜨는 것이다. 시력을 빼앗겨도 나에겐 불법을 말하고 제목을 부를 수 있는 훌륭한 입이 있지 않는가. 절복하러 다닐 수 있는 다리도 있다.
나는 목숨이 붙어 있는 한 광선유포를 위해 꿋꿋하게 살아 모든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존재가 되겠다.’
이후 아내 스미가 남편의 눈이 되었다. 아내의 손을 잡고 가정 방문도 빠짐없이 다녔다.
시력이 잃어 자유롭지 못했지만 그때까지 볼 수 없던 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의 친절이나 후의를 잘 볼 수 있게 되었다. 아내를 비롯해 주위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커져서 그것이 가와세의 가슴에 환희의 빛을 비추어 주었던 것이다.
또 목소리의 울림을 통해 모든 사람의 마음이 미묘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새나 벌레의 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가와세는 학회 활동은 일생성불을 위해 인간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권리라고 받아들였다. 따라서 눈이 자유스럽지 못하다고 하여 그 소중한 권리를 절대로 스스로 포기할 수 없었다.
때로는 지팡이에 의지해 혼자 가정 방문을 나간 일도 있었다. 왕성한 구도심을 계속 불태우며 교학 연찬에도 도전해갔다. 매일 아내가 어서를 읽어 주어 어느 어서가 몇 페이지에 있는지 거의 머리에 들어 있었다.
또 지구 회원들을 만나면 <대백연화>나 세이쿄신문을 읽어 주도록 부탁했다. 또 집을 찾아오는 사람에게는 학회원이든 아니든 관계없이 읽어 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다.
가와세는 모든 신경을 곤두세워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 그 자리에서 모든 것을 흡수하려고 했다. 눈이 보이는 사람은 몇 번이라도 반복해 읽을 수 있지만, 가와세는 그것이 불가능한 만큼 필사적이었다.
또 가와세는 교학을 연찬하는 가운데 자신만의 라이벌을 정했다. 그 사람은 당시 대학생으로서 최초로 교학부 교수가 된 어느 학생부 간부였다.
그 존재를 기관지에서 알게 된 가와세는 ‘이 사람에게 지지 않도록 자신도 빨리 교수가 되자.’고 더욱 열심히 연찬에 힘썼다. 그리하여 교수보까지 되었던 것이다.
가와세는 지금 교학 시험장에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야마모토 신이치를 앞에 두고 놀라움과 기쁨으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신이치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자, 앉으세요. 멀리서 잘 오셨습니다. 정말 고생이 많으십니다. 저도 응원할 테니 반드시 교수가 되세요.”
신이치는 가와세의 손을 잡았다. 가와세는 그 손을 다시 힘껏 쥐었다.
생명과 생명이 뜨겁게 교류하는 순간이었다.
학회에는 이곳저곳에서 찬란한 금색 빛을 발하는 존귀한 佛子(불자)가 있다. 위대한 민중의 영웅이 있다. 신이치는 그 한 사람 한사람을 진심으로 칭찬하고 인간 왕자의 계관을 바치고 싶었다.
이 만남은 가와세 부부가 새롭게 비약하는 발판이 되었다.
가와세는 야마모토 회장과 만났던 감격과 결의를 훗날 노래로 읊었다.
“스승과 함께 태어난 인연 삼세의
광포의 여로 가겠노라 즐겁게”
괴로워하는 사람을 격려하고 싶다. 슬픔에 빠져있는 사람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칭찬을 보내고 싶다 – 야마모토 신이치의 마음은 늘 서치라이트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의 동지를 비추고 있었다.
‘한 사람의 벗’을 끝까지 소중히 하고, 함께 괴로워하며 지키는 일이 바로 어본불 니치렌 대성인의 정신이며 창가의 마음이다. 또 거기에 인간주의의 원점이 있다. 모든 간부가 이러한 일념을 관철해 간다면, 학회는 영원히 대발전을 거듭해 갈 것이다.
그러나 그 한 사람 한사람을 보지 못하고, 인간을 숫자로밖에 생각하지 않거나 역직이나 자신의 입장에서 사람을 바라 볼 때, 사회의 많은 조직이 그런 것처럼 학회도 또한 냉혹한 관료주의에 빠지고 말 것이다.
그리고 “사자신중(師子身中)의 충(蟲)이 사자를 먹는다” (어서 957쪽)는 성훈처럼 내부에서, 그것도 중추에서 학회를 괴롭히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럼 조직이 관료주의에 빠지고 마는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간부가 광선유포와 불자(佛子)인 회원에게 ‘헌신’ 한다는 조직 본래의 목적을 잊고 ‘보신(保身)’에 빠지고 마는데 있다. 다시 말해 ‘광포 중심’에서 ‘자기중심’으로 간부의 일념이 흔들리는데 그 원인이 있다.
☞ 신․인간혁명 10권 계관(桂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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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