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꽃별 같은 사랑
에스더 / 진은정
빛이 그리워 빛을 기리다
스스로 빛이 되기를 작정했던
꽃별 하나
꽃은
별이 되고 싶고
별은
꽃이 되고 싶어
몸부림 친다
소름 돋는 세월 앞에 서서
눈물은
또 하나의 빛이 된다는 것을 깨달을 즈음
염원은 영롱한 진주가 되었다
사랑은
꽃도 아니고 별도 아니다
가야 할 길 위에 뿌려진 꽃잎이
별빛에 밟히면서
신음을 참아야 하는 고통이다
어정쩡한 그리움에
몸져누워야 할 열병이다
밤길 걷는 나그네
땀에 젓은 옷
꽃 내음에 적셔진 별빛에 걸어 둔다
** 원성 천변 시화전을 위한 소품
2. 절제의 미학
에스더 / 진은정
천재는 불행하다
네 잎 클로버를
찾기 위해 세 잎 클로버를
짓밟는다
가 없는 욕망
행복은 행운을
그리워한다
덫이 된 욕심
빛은 바래도
새 빛은 없다
애라 쉬어가자
휴식은 빛이 되고
좌절은 철학이 된다
멈춰지지 않는 과욕이
멈춰질 수 있다면
그것은 축복이다
절제는 인연이고
삶은 필연이다
참자
참아 보자
그리고
기다리자
사랑은 용서를
용서는
행복을 창조한다
3. 엄마를 기리며
에스더 / 진은정
하늘이 소(疏)를 제기한다
통증을 호소해도 무심한 하늘
만남은 이미 예정된 수순
여자로 태어나 어머니가 되는 순간이다
위대한 성자가 되기 위한
탯줄의 절단
또 하나의 생애가
고해의 늪을 향해 항해를 시작한다
생명의 강에 돛을 올린
당신
아!
어머니
빛과 어둠의 조우 속에
잉태된 생명
초롱한 눈망울 속에 드리워진 또 하나의 꿈
그 꿈속을 잦아드는 회한
당신의 보람이요 별이요
빛이 되지 못한
그래서 더 당신이 그립고 애달픈 것인지
기다리고 있을 그곳은 당신과 나의 고향
註' 疏(트일 소) / 산통이 열리는 신호
4. 농부의 가을
에스더 / 진은정
봄에 논밭에 씨를 뿌린 농부
이마에 흐르는 땀 한 줌 쥐고
여름날 만고풍상 겪고
알알이 잘 익은 곡식 추수하여
한아름 안아 곳간에 들인다
아낙네는 밥을 지어
한상 가득 차려 놓고
온 가족 옹기종기 둘러앉아
이른 비 늦은 비를 주신
조물주께 두 손 모아 감사
기도드린다
땀 흘려 추수한 농부는 행복에
겨워 덩실덩실 어깨춤을 춘다
초가지붕 위에 얹힌 하얀 박
한가위 보름달
마주 보며 미소 짓고
넓은 들에 익은 곡식
황금물결 춤을 추고
오곡백과 무르익어
풍년이로구나
풍년이 왔네 풍년이 왔네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에
풍년이 왔어
산과 들을 곱게 물들인 단풍
그 오묘하고 신묘 막측한 솜씨
어느 화가의 작품일까?
참으로 신기하고 놀랍구나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
은빛 날개 펴고 춤을 추네
가을걷이 마친 농부
동구밖에 삼삼오오 모여
손에 손을 잡고 강강술래 춤을 추네
먼 길 떠나는 길손 발걸음 멈추고
시간 가는 줄 모르는구나
갈 길은 아직도 아득 한데
언제 제 넘어가려나
한가위 보름달 친구 삼아
가던 걸음 재촉하네~~~
5. 가을이 오고 있다
에스더 / 진은정
뒷짐을 지고 기다리던
가을이 문지방을 넘는다
햇살은 따가운데
옷깃에 스며드는 바람
아직 스산하고
이별을 알리는 찬비는
7부 능선을 넘는다
금빛 파도에 투정을 부리는
허수아비의 푸념에
설익은 벼 이삭은 고개를 숙이고
구름은 붓이 되어 하늘을 유회 한다
유년의 농로에 들밥 나르는 방아깨비의 이야기
두건 쓴 어머니의 앞치마에 쌓여 살던
내 소녀
성년의 가을이 문지방을 넘는다
성큼 다가온 전설의 모퉁이에 선다
누가 가을을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라고 말했나
백발이 성성한 머릿결 위에 내려앉은
서리는 겨울인데
은정! 너는 듣느냐
낙엽 밟히는 소리를
첫댓글 진은정 시인님
9호 원고 詩 5편 편집해서 탑재합니다.
혹여, 詩를 바꾸고 싶으시면
댓글에 메모 남겨주시면 수정하겠습니다. 편집국^^
낙엽 밟는 소리가를
소리를 로 교정부탁드립니다~
진시인님 요청대로
작품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