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QC는 완장 QC
전투를 생각해보자. 전투는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전투가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 지휘관이 이래라저래라 소리치는 행위는 자멸 행위다. 병사들이 내일 싸워서 이기기 위해서는 지휘관은 오늘 싸워야 한다. 모의연습 즉 시뮬레이션을 다각도로 실시함으로써 병사들에게 내일 전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상상케하고, 그 각각에 대해 병사들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미리 상상케 함으로써 병사들 스스로 살아남는 요령을 터득하게 해주어야 한다. 실제 전투는 병사들의 응용능력으로 치러지는 것이다. 전쟁은 지휘관의 고함에 의해 치러지는 것이 아니다. 내일의 전투 결과는 오늘 지휘관이 어떻게 병사들을 준비시키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하지만 매우 안타깝게도 이러한 진리를 알고 있는 지휘관은 한국군에 거의 없다. 이러한 준비 마인드는 기업인들에도 없다.
제조과정 역시 전투행위와 똑같다. 내일 수백 명의 작업자가 어떻게 일하는가는 오늘 간부들이 무엇을 어떻게 무장시켜 주어야 하는가에 달려있다. 내일의 작업장에서 근로자들이 얼마나 시간을 낭비할지, 어떤 불량품을 만들어낼지는 오늘 관리자들이 어떻게 내일의 현장을 연출시키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한국 QC는 참으로 한심하다. 1개월에 걸쳐 제작한 제품이 틀린 스펙과 틀린 디자인으로 제작돼있는 것이 오너 측 점검 단계에서 발견돼 엄청난 낭비가 발생하고 납기를 어겨 지체상금까지 보상해 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설계 자체, 스펙 자체가 맞는지 틀린지 체크하는 QC는 대한민국 기업에 없다.
작업장은 공정의 연속이다. 첫 공정에서 두 번째 공정으로 제품이 이동하기 위해서는 QC요원(품질관리요원)을 기다려야 한다. 두 번째 공정으로 제품이 이동하기 전, QC요원이 나타날 때까지 대기하는 시간이 참으로 길다. 어떤 주문생산 공장에서는 QC요원을 기다리느라 하루를 보내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QC요원들은 시간 낭비를 의식하지 않는다. 불합격을 받으면 재작업을 해야한다. 여기까지에 대해 일본 QC요원들은 어떻게 하는가?
일본 QC요원들은 내일의 작업 내용에 대해 오늘 작업자들과 함께 제조과정에 대해 토의를 한다. 에러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고, 무엇을 예방해야 하는지 지혜를 찾아낸다. 하자를 미리 예방하는 것이다. QC요원들은 작업자가 저지를 수 있는 에러를 미리 예측하고 그 시각에 나타나 작업과정을 지켜보면서 주의를 환기시킨다. 에러가 예방되고 시간도 낭비되지 않는다. 설계나 스펙이 잘못되는 경우도 없다. 일본 QC요원은 스승이고 코치다. 반면 한국 QC요원은 고압적이고 불친절하다. 작업자들에 한국 QC는 경찰관이다. QC요원만 가지고 비교해봐도 일본 기업은 인격적인 반면, 한국 기업에는 직급과 직종에 따라 인격적 차별이 만연해 있는 것이다. 일본은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배워야 할 스승이라는 사실이 QC분야에서도 드러나 있다.
한국식 민주주의! 민주주의는 시스템인가? 단순한 이념인가? 민주주의는 은행 객장의 순번대기번호표 시스템처럼 민주주의 이념을 실현시키기 위해 제정된 ’정치 시스템‘이다. 수많은 지식과 지혜가 담긴 의견들을 수렴하여 공공선(public good)을 추구해 나가는 정치 시스템인 것이다. 수많은 의견들이 공동의 시장에 나와 다른 사람들의 창의력을 자극하고, 아이디어들을 업그레이드 시키고, 시장원리에 의해 채택도 되고 도태도 되는 과정을 거치게 하는 것이 공공선을 추구하는 민주절차인 것이다. 따라서 공론의 장은 넓게 개방되어야 하며 특정 세력이 독점해서는 안되는 민주주의 구동의 엔진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에는 법을 수호하는 임무와 책임을 가장 많이 지고 있는 판사와 검사들이 공론의 장을 제한시키고 있다. 자기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만 발언권을 주고, 자기와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는 발언권을 차단시키고 인격적 모독을 시키고, 공직에서 추방하는 독재행위를 밥 먹듯이 하고 있다.
2024년 1월, 종합일간지, ‘스카이 데일리’가 2023년 추적한 5.18의 진실을 총편집하여 40면 분량의 ‘5.18 특별판’을 인쇄해 이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배부했다. 신문의 대제목은 ‘5.18은 DJ 세력과 북이 주도한 내란’이었다. 인천시 시의회 의장인 허식이 이를 필요로 하는 주위 사람들에 나누어 주었다는 이유로 집권당인 국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저런 극단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은 국힘당에 설 자리가 없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다. 자기는 5.18을 민주화 운동으로 굳게 믿고 이를 헌법 전문에 넣겠다는 주장을 했는데, 인천시의회 의장이 반대의 소신을 전파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말 한마디에 인천시의회는 허식 위원장을 탄핵시켰고, 그는 당을 탈당한 후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 국회는 5.18사건을 민주화 운동으로 인정하지 않는 국민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5.18 특별법을 제정해 2021년 1월 5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원시적 독재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국회의원들이고 집권당 수장이라는 사실을 일본의 1950년대의 시스템 수준과 비교해 보라.
그는 대법원 판례까지 무시했다. 대법원 판례[2002.1.22. 선고 2000다37524.37531 판결]의 제5 판시사항의 요지는 이렇다. “공적 존재의 이념은 국가의 존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철저히 공개되고 검증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문의나 의혹은 ’개연성‘이 있는 한, 광범위하게 문제 제기가 허용돼야 하고 공개토론을 받아야 한다.
정확한 논증이나 공적인 판단이 내려지기 전이라 해도 찬반 토론을 통한 경쟁 과정에서 선택도 되고 도태도 되게 하는 것이 민주적이다.” 5.18은 이념의 주제이고 공적인 존재다. 이렇게 판례가 나와 있는데도 불구하고 검찰에서 출세하고, 법무장관까지 지난 다음 집권당 수장을 담당하고 있는 법조인이 민주주의 구동 엔진인 공론의 장에, 자기와 다른 의견과 이념을 가지고 있다 해서 말 한마디로 바닥에서부터 출세의 길을 걸어온 인천시 시의회 의장을 단칼에 인격살인하고 출세길을 차단시킨 행위는 허식이라는 인격에 대한 폭력 행위에 해당하고, 민주주의 시스템을 유린하는 질서 파괴행위가 아닐 수 없다. 이 반민주주의적 폭력이 2024년에 집권당 수장에 의해 자행됐다는 사실은 대한민국이 아직도 멀었다는 한숨이 나오게 하기에 충분하다. 1865년에 태어난 윤치호 선생, “나와 다른 것을 인정 못 하는 자들이 민주주의 국가를 경영하겠다고?” 1900년경에 지적됐던 행위를 124년 후에 대한민국 집권당 수장이 아무런 가책 없이 저질렀다는 것은 국힘당 수장 한 사람의 수준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부끄러운 수준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일본은 우리보다 새까맣게 앞서 있다. 이것이 일본이라는 거울에 투영된 유치하고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자화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