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날씨가 맑습니다.
비 예보가 있어서 4동처럼 승강기 앞에서 잔치하기로 했는데 쉼터에서 해도 될 거 같습니다.
오전에 유O미님께 전화드렸습니다.
“O미님, 비가 안 올 거 같아요. 저번에 얘기했던 것처럼 쉼터에서 할까요?”
“그래요.”
이미 부착된 홍보 포스터에 장소를 변경해야 해서 급히 1동으로 갔습니다.
만나는 주민분들께도 1층 쉼터로 바꿨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여름 날씨가 잔치 당일에 재밌는 추억을 만들어줍니다.
김O자님께서는 잔치를 위해 부침개를 부쳐주십니다.
덥고 습한 여름에 전을 부치는 게 힘들다는 걸 알기에 저와 가영님은 댁에 가서 도와드리기로 했습니다.
이모님은 이미 반죽까지 다 만들고 전을 부치고 계셨습니다.
주방에 놓인 큰 대야에 부침개 반죽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더운데 왜 이렇게 많이 하셨냐고 조금만 하셔도 된다고 말씀드렸더니
“이 정도는 해야 해! 사람 많이 올 텐데 조금만 부치면 안 되지.”
그러면서 저희에게 맛이 어떤지 알려달라며 부침개 한 장을 주셨습니다.
도와드리러 온 거지 먹으러 온 거 아니라고 손사래 쳤지만, 일단 먹고 도와달라며
강력하게 말하시는 바람에 앉아서 따끈한 부침개를 먹었습니다.
너무 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적당한 간에 채소 하나하나의 맛이 느껴지는 최고의 부침개였습니다.
주방으로 가서 어떤 걸 도와드리면 될지 여쭤봤는데 당신의 주방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며 막아섰습니다.
뒤집개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옥신각신했는데 이모님의 힘을 이길 수 없었습니다.
직접 전 부치는 걸 하지 못했지만. 저는 옆에서 보조 역할을 하고
가영님은 이모님을 위해 시원한 음료수를 사러 갔습니다.
몸이 좋지 않으면 쉬어도 괜찮은데 우리를 도와주시는 이유와 이웃을 위해 베푸는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이모님의 답은 간단했습니다.
“자기 잇속만 챙기면 안 돼. 남을 돕고 나누라고 성경에도 나오잖아. 자기 것만 챙기면 나중에 날 도와줄 사람이 없어.”
이모님은 겉으로는 강해 보이셔도 속은 참 여리고 남을 생각하는 마음이 깊습니다.
당신도 왜 이렇게 나누는 걸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십니다.
나누면서 살았을 때 행복했고 그때 느꼈던 긍정적인 감정과 추억을 가지고
지금까지 살아오셨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짐작해 봅니다.
이번 잔치도 이모님께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점심 먹고 잔치 준비하러 유O미님 댁으로 갔습니다.
수박 자를 도마와 칼, 그릇이 필요할 거 같다며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필요한 걸 보자기에 싸고 칼은 신문에 감싸서 안전하게 챙기셨습니다.
비닐장갑도 가져가야 한다며 세심한 부분까지도 생각하십니다.
유O미님께서 신난 목소리로 “잔치 기대돼요!”라고 하셨습니다.
덥지만 유O미님의 말씀과 밝은 표정을 보면서 힘이 났습니다.
쉼터에 돗자리 펴고 음식 놓고 1층 루시아님 댁으로 갔습니다.
딱 맞춰 왔다면서 찐 감자를 가져가라고 하셨습니다.
약속된 오후 1시가 됐습니다. 저는 수박을 썰고 유O미님은 방울토마토와 감자를 그릇에 담으면서
오신 주민분들께 드렸습니다. 통장님께서는 김O자님표 부침개를 전달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돈가스를 포장해 오셔서 이것도 같이 먹으라면서
무심하지만, 다정한 마음을 나눠주고 가셨습니다. 통장님의 깜짝 선물 고맙습니다.
하나둘 사람이 모이기 시작하니 쉼터 의자가 꽉 찼습니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유O미님은 침착하게 주민분들을 맞이했습니다.
4동 잔치와 달리 1동만의 색다른 매력을 알게 되었습니다.
와서 조금만 먹고 가라며 손짓하는 분들, 유O미님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주민,
음식은 아니지만 직접 만든 수세미를 나눠주는 주민 등 일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주십니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 역할 분배를 잘한다는 강점이 있는 1동만의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유O미님을 도와주는 이웃 / 수세미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복지관에서 이런 자리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셨는데 저희가 준비한 것은 아주 작습니다.
유O미님과 김O자님, 루시아님 그리고 1동 주민분들 덕분에 잔치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이웃끼리 정을 쌓는 자리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주민을 만나고 기존에 친했던 주민과 더 가까워지며 1동의 관계가 살아납니다.
살아난 관계를 바탕으로 1동뿐만 아니라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전파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잔치 이틀 차지만 이런 자리가 왜 필요한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웃’이라는 단어가 어색한 현대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모르고 관심 가지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사람은 점점 고립될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은 누군가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입니다.
잔치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혼자서는 이 모든 걸 준비할 수 없습니다.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잔치를 통해 이웃과 소통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환영해 주는 분위기에 위로받는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세상을 이어 줄 수 있는 잔치가 각자의 삶터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길 소망합니다.
첫댓글 오늘 1동 잔치는 쉼터에서 열렸습니다.
쉼터에서 열린 만큼 오가는 분들이 더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잔치에 참여하셨습니다.
1동에 사시는 분들이 이웃들을 생각하며 당신들이 할 수 있는 만큼 정성껏 음식을 준비해서 함께 나누셨습니다.
쉼터 의자와 돗자리에 도란도란 모여 앉아서 함께 음식 먹으면서 정답게 이야기 나누는 순간들이 소중했습니다.
여러 사정으로 쉼터로 오지 못하는 이웃분들도 자연스럽게 떠올리셨습니다.
서로의 상황과 사정을 잘 아는지라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조금씩 소분해서 담아 집으로 직접 가져다주면서 안부를 전하기도 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1동의 특성인 서로를 생각하고 위하는 마음, 끈끈한 연결과 결속력 등이 잘 드러났던 잔치라고 생각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좋은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내 곁에 있는 누군가가 떠오른다는 것’은 어쩌면 소중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런 소중한 순간들이 많아지도록 서로 마주치고, 교류하고, 소통하는 구실이 필요합니다.
그 구실이 바로 '잔치'입니다.
잔치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세상이 이어지게 한다’라는 말도 근사하고 멋집니다.
그런 대단한 일을 올여름 윤주 학생이 단기사회사업 과업으로 정말 잘해주고 있습니다.
윤주 학생 덕분에 이웃분들이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커지고 우리 동네가 정겨워서 살만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더욱 많아질 겁니다.
오늘 1동 잔치도 즐거웠고 감동이 있는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수고했습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8.09 2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