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자 님의 부침개
오늘은 1동 잔치가 있는 날입니다. 잔치에서 마련할 음식 중 부침개는 저희와 이야기를 나눴던 김◯자 님께서 직접 준비해 주시기로 했습니다.
무더운 여름, 뜨거운 불 앞에서 음식을 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김◯자 님께서는 이웃 주민분들이 잔치를 더욱 풍성하게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부침개를 준비하신다고 했습니다.
귀한 마음을 받아 실습생이 거들어 드릴 일은 없는지 미리 여쭤보고, 당일 오전에 김◯자 님 댁에 찾아갔습니다.
커다란 대야에 부침개 반죽이 담겨 있었고, 구워진 부침개 여러 장이 식혀지고 있었습니다. 이모님은 땀을 흘리시면서도 저희를 환하게 웃으면서 반겨주셨습니다.
반죽을 만들거나 부침개를 교대하여 굽는 등 김◯자 님을 거들어 드리기 위해 간 것인데, 오히려 실습생에게 부침개와 두유를 내어주시고 앉아서 먹으라며 챙겨주셨습니다.
지난 통화에서 김◯자 님의 마음을 살피지 못했을까 봐 대화 중간에 지금은 괜찮으신지, 혹시 부침개를 준비하면서 힘든 건 없으셨는지를 조금씩 여쭤봤습니다. 다리와 허리가 아파서 오래 서 있지 못하는 것 말고는 괜찮다고 하셨습니다.
부침개를 쟁반마다 옮겨 담아 식히고, 한 번씩 뒤집어서 열기를 내보냈습니다. 잠깐 머무르는 동안에도 김◯자 님께서는 귀담아들을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습니다.
선하게 살고, 남에게 베풀어야 나와 내 주변도 평화로워 진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그 가치관을 오래 가지고 살아오셔서 그런지 김◯자 님을 볼 때면 선한 힘이 느껴집니다.
실제로 실습생들이 1동의 다른 주민분을 만날 때마다 김◯자 님의 칭찬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늘 이웃에게 잘 대해주고, 잔치나 행사가 있을 때면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거들어 주신다고 했습니다.
1동에 이웃의 인정이 넘쳐 흐른다는 걸 잔치에서 열심히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1동 잔치 시작
시작하기 한 시간 전부터 준비물을 챙겨서 1동으로 향했습니다.
예보와는 다르게 비가 오지 않았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잔치 장소를 쉼터로 변경하게 되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오전에 나눔 주민분께 연락을 드리고, 의견을 여쭤봤습니다.
주민분들은 날씨가 좋으니 쉼터로 나가자는 말을 먼저 건네주셨습니다.
쉼터에서는 처음 하는 잔치라 괜히 떨렸습니다.
유◯미 님도 쉼터로 나오셔서 함께 준비했습니다.
"◯미님~ 오늘도 예쁜 리본을 하고 오셨네요?"
"네, 오늘은 잔치하는 날이니까. 기대돼요~"
돗자리는 2개를 겹쳐서 펼치니 알맞게 자리 잡았고, 빵과 수박 등 음식을 가운데에 놓으니 준비가 얼추 끝났습니다.
릴선을 연결할 때 루시아님의 소개로 1동 1층 주민인 김◯애 어르신께 도움을 받았습니다. 어르신 댁에 코드를 꽂아 연결한 덕분에 잔치에 참여하시는 주민분들이 시원한 선풍기 바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1동 통장님께서 김◯자 님이 구운 부침개를 옮겨 주시고, 잠시 어딘가 다녀오시더니 돈가스를 사 오셨습니다.
모두가 먹고도 남을 만큼 많이 사 오셔서 놀랐습니다.
처음 인사 드렸을 때도 잔치 당일에 마트를 털어오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한다면 하는 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1동 주민을 위한 통장님의 마음이 와닿았습니다.
14시가 되자 제법 사람들이 모입니다.
유◯미, 루시아님과 함께 음식을 나누어 그릇에 담고 나눠드렸습니다.
루시아님께서 소개해 주시는 주민분들께 음식을 들고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여러 층을 오가며 문을 두드리는데, 굉장히 많은 주민들과 알고 지내시는 듯했습니다.
루시아님은 실습생에게 집집마다 어떤 사람이 사는지, 특이사항은 무엇인지 등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누군가 안 나오는 것 같으면 본인이 먼저 찾아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등 주변 사람을 정성으로 챙기시는 모습에서 저도 배울 점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민승희, 최희영 실습생과 정해웅 선생님께서도 잔치에 방문해 주셨습니다.
과업 현장에서 만나니 무척 반갑고 힘이 되었습니다.
다른 주민분께서는 직접 뜬 수세미를 한 보따리 들고 와주셨습니다.
이웃들이 모이는 자리에 서로 나누면 좋을 것 같아 가지고 오셨다고 합니다.
수세미마다 색과 모양이 다 달라서 눈이 호강했습니다.
하나하나 만드는 사람의 애정과 시간이 깃들어 있다고 생각하니 사용하기 아까울 정도였습니다.
각자 받은 수세미를 들고 사진을 찍었더니 다 함께 꽃밭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루시아님께서 준비해 주신 감자도 맛있었고, 김◯자 님의 부침개도 인기가 많았습니다.
오시는 주민분들이 음식을 다 누가 준비했냐며 놀라셨고 음식이 맛있다고 칭찬해 주셨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웃분들이 직접 준비해 주신 점을 강조하고, 어떤 분들의 활약으로 음식이 마련되었는지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잔치가 풍성해지도록 준비해 주신 주민분들이 조금이라도 더 빛나길 바랐습니다.
루시아님 옆에 앉아 자리에 오래 계셨던 주민분께 잔치가 어떠셨는지 여쭤봤습니다.
"모이니까 좋지요. 집에 있는 것보다 이웃 주민들이랑 모여서 얘기하는 게 더 좋아요."
잔치가 마무리되고 유◯미 님 짐을 댁까지 옮겨 드린 뒤 인사를 드렸습니다.
"◯미님, 오늘 잔치 어떠셨어요?"
"더웠지만 이웃분들이랑 함께 시간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
"◯미님께서 열심히 준비해 주신 덕분에 잔치가 잘 이루어졌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오늘 잔치는 어제와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동마다 특색이 다르듯 같은 잔치여도 구성하는 사람과 특징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1동은 저희가 제안하기 전에 이웃 주민들에게 먼저 찾아가고, 현장에서는 주민들이 솔선수범하여 각자 역할을 나누었습니다. 주민들이 나눔의 의미를 알고, 실천하기 위해 먼저 실행하는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 2동과 3동 잔치 준비
3동에서 사용할 수박은 홍◯희 님께서 미리 복지관으로 보내주셨고, 빵 주문도 마쳤기에 시장에서 살 것은 없었습니다.
1동 잔치를 마무리 한 뒤 2동 잔치 때 필요한 것을 사기 위해 채송화님과 방신시장에 다녀왔습니다.
채송화님께서 방신시장과 더 가까운 주차 자리를 알려주시고, 용산청과에서 1만 원 당 할인 쿠폰을 하나씩 받을 수 있다는 정보도 알려주셨습니다.
방신시장을 잘 알고 있는 데다 정가든의 총무를 맡고 계셔서 그런지 근검절약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비 예보가 남아있지만, 날씨가 맑을 것으로 예상되어 2, 3동 잔치 장소도 쉼터로 변경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각 동의 나눔 주민과 연락하여 장소 변경에 대한 의견을 묻고, 잔치 최종 점검을 진행했습니다.
3동은 통장님께서 힘써주신 덕분에 예정보다 더 풍성한 잔치가 될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2동은 정가든 회원과 이◯자 님이 계시기에 든든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첫댓글 우리가 만나는 주민분들은 대부분 우리보다 훨씬 오랜 인생을 살아오시면서 다양한 경험이 있으신 분들입니다.
올해 단기사회사업 하면서 참 많은 주민분을 만났죠?
주민분들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인생 공부도 함께 했을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이번 실습이 가영 학생에겐 큰 배움이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쉼터 의자와 돗자리에 도란도란 모여 앉아서 함께 음식 먹으면서 정답게 이야기 나누는 순간들이 소중했습니다.
여러 사정으로 쉼터로 오지 못하는 이웃분들도 자연스럽게 떠올리셨습니다.
서로의 상황과 사정을 잘 아는지라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조금씩 소분해서 담아 집으로 직접 가져다주면서 안부를 전하기도 하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1동의 특성인 서로를 생각하고 위하는 마음, 끈끈한 연결과 결속력 등이 잘 드러났던 잔치라고 생각했습니다.
‘모이니까 좋지요. 이웃 주민들이랑 모여서 이야기하는 게 더 좋아요.’, ‘더웠지만 이웃분들이랑 함께 시간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았어요.’라고 이야기해주신 주민분들의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이웃 관계를 주선하기 위해 왜 힘써야 하는지, 주민들이 자주 마주치고 교류할 수 있게 왜 거들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무더운 여름 각 동 잔치에서 만나는 분들이 돕고 나누는 관계가 될 수 있게, 서로의 안부가 궁금하고 인사하는 사이로 발전할 수 있게 잘해주고 있습니다.
가영 학생 덕분에 이웃분들이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이 커지고 우리 동네가 정겨워서 살만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더욱 많아질 겁니다. 내일 있을 2동과 3동 잔치도 기대됩니다.
수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