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중루의 서해랑길 기행, 무안 20코스 걷기
한반도 둘레길 서해랑길 20코스는 전남 무안군을 지나는 두 번째 코스다. 군 남서쪽 청계면 소재지에서 톱머리해안과 무안
공항을 거쳐 망운면 송현리 송현교차로까지 가는 18,7km 트랙이다. 이 구간 트랙은 태봉천 하구와 인근의 톱머리항과 은모
래 고운 해수욕장과 해묵은 곰솔 해변을 따라 걷는 게 백미이겠으나, 한편으로는 건너편 바다 건너 가까이 접하는 운남면 동
쪽 해안을 바라보고 걷는 재미도 쏠쏠한 코스다. 운남면은 무안 속의 조그만 반도 지형으로 망운면에서 이어져 나간다.
지난 주말 서해랑길 20코스를 걷고 왔다. 그 전날부터 전국에 걸쳐 내리기 시작한 겨울 비는 곳에 따라서는 주말까지도 이
어지고 있었다. 19km에 이르는 노정에 겨울비를 맞으며 걷는다는 게 마음에 켕기었는데, 우려와 달리 우산은 들지 않고 걸
을 수 있었다. 다행인 것은 또 있었다. 평소와 달리 거의 한 시간이나 이른 오전 11시에 들머리에 들 수 있어 좋았다. 순전히
비로 인해 남도 천리로 이어지는 고속도로가 한가했기 때문이었다.
들머리가 있는 무안 청계면은 짙은 안갯속에 이따금 는개가 날리었다. 트랙에 오른 일행들의 발길은 시작부터 무엇에 쫓
기는 듯 바빠지기 시작했다. 시계가 흐린 날씨 탓도 있지만 50리 길을 가야 하니 마음들이 앞선 때문이다. 흩날리는 는개를
쓸어가는 초속 5m의 바람에 손이 시리기는 했어도 영상 10℃에 이르는 기온이라 옷깃 여밀정도는 아니었다. 용계천을 거
슬러 하마교를 건너서며 상마리 마을길을 따라 걷고, 남도 특유의 상록숲이 있는 언덕을 넘어 복룡리 오징어게임 벽화마을
을, 황토색 짙은 들녘의 강정리를 지나 태봉천 하구를 찾았다. 태봉천 하구는 청계면과 망운면 경계를 이룬다. 바닷물 물
러난 간조 때의 이곳 개펄은 해초들이 뻘을 뒤덮어 푸르고, 방조제 건너편 톱머리 해변은 눈썹처럼 껌벅거리며 낮은 풍경
으로 다가왔다. 바다에 연한 언덕과 마을 길엔 벌써 아무리 남녘이라지만 이름 모를 여러 잡초들이 겨울을 잊은 듯 파릇파
릇하였다. 3월 초 서울의 공원 길가에 봄의 전령처럼 일찍 꽃을 피우는 광대나물도 그중의 하나다. 발길에 걷어 채이면서
도 꽃까지 피워내고 있었다. 여린 줄기와 이파리는 세한의 칼바람 속에서도 푸르고 연분홍 꽃까지 피워내는 광대나물, 그
는 어였한 보세화고 또 봄의 전령화지만 잡초대접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체 수가 적으면 당연히 귀한 야생화 대접을
받을 광대나물, 그러나 그 개체 수가 많아 어디서나 한갓 잡초요, 더하여 이름조차 어릿광대가 되었다. 아무렴 어쩌랴! 그
들은 그 서러움 속에서도 겨울 나그네의 눈동자마다에 오롯 그 모습 그려내고, 내게로 와서는 설을 앞둔 고운 보세화(報歲
花)가 되었다.
무안 공항 남단 해안에 있는 톱머리해변은 이 지역의 베스트 휴양지라 한다. 톱머리항의 조그만 등대는 금세라도 하늘로
날아오를 듯 비행기 모양으로 서 있고, 해수욕장은 은모래가 고운데, 해변에 길게 늘어선 해묵은 곰솔들은 리조트 타운을
보듬고 숲을 이루고 있었다. 이름처럼 아름다운 해변이었다. 바다 저편 운남면 동쪽 해안이 가까이 접하지만, 안갯속 어렴
풋 아름거리는 양이 멀어서 아쉬웠다. 무안 공항 담장에 잇대어 난 도로를 따라 송현리로 가는 길가에 레이더 타워가 있
다. 공항을 감시하는 듯한 이 타워는 두 개의 하얀 돔머리 지붕이 드높다. 서해랑길을 가는 이들에게는 마치 길을 안내하
는 랜드마크 같아 살갑다. 송현리의 들녘은 흑갈색 타 지역 토양과 달리 황토색이 붉고 짙었다. 보기만 해도 기름질 것 같
은 넓은 황토밭에는 수확을 앞둔 양배추가 포기마다 토실토실 잘도 여물(結球)어 눈길을 끌었다. 음산한 날씨 속 걸은 50
리 길, 아름답다던 그 길의 해맑은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아내지 못해 아쉽기는 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풍경이란 어차
피 빛의 반사로 보게되는 헛상아니던가! 시선이 이르지 못해 마음으로 보고 그려본 풍경들, 해질녁 돌아오는 귀경 길 어
두운 차창에 다시 그려보았다. 50리 길 풍경들이 주마등처럼 왔다가 사라진다. 여운이 길게 남았다.
촬영, 2023, 01, 14.
▼ 무안군 청계면 행정복합센터 앞 20코스 들머리 안내판
▼ 서해랑길 20코스 지도 / 무안 청계면 복합센터 - 톱머리항 - 망운면 송현리 송현교차로. 18,7km.
▼ 청계면 사무소
▼ 청계면사무소 앞 영산로
▼용계천 하마교
▼ 청계면 상마리, 에덴원(노인요양원)
▼ 상마리, 브로콜리 밭
▼ 상마리 육거리 입구 갈림길
▼ 복룡리 언덕길 상록림
▼ 복룡리
▼ 연분홍 작은 꽃을 피우고 있는 광대나물
▼ 복룡리, 오징어게임 벽화 마을 - 1
▼ 복룡리, 오징어게임 벽화 마을 - 2
▼ 복룡리, 오징어게임 벽화 마을 - 3 / 서해랑길 20코스 이정표(시점에서 5,5km 지점)
▼ 복룡 1리 동구
▼ 복룡 교차로
▼ 청계면 강정리
▼ 청계면 도대리 해안길(방조제 길)의 필자
▼ 청계면과 망운면 경계의 태봉천
▼망운면 톱머리 해변 조망
▼태봉천 하구
▼ 청계면 도대리, 톱머리 방파제
▼ 무안 망운면 피서리, 톱머리항 '비행기 조형 등대'
▼ 멀구슬나무(열매) 너머로 본 톱머리 항
▼ 톱머리항 비행기 조형 등대
▼ 톱머리 해변(해수욕장) - 1
▼ 톱머리 해변(해수욕장) - 2 / 곰솔림 해변
▼ 톱머리 해변 리조트 타운
▼ 무안 공항 남단 갈림길
▼ 무안 공항 - 1
▼ 무안 공항 - 2
▼ 피서리 해변
▼ 무안 공항 레이더 센터
▼ 망운면 송현리 들길
▼ 송현리, 양배추 밭
▼ 망운면 송현리 1리, 두모 마을 동구
▼ 송현리, 용동 마을 정류장
▼ 송현교차로 / 운남면 가는 길
▼ 송현 교차로 (용동 마을) 앞 서해랑길 20코스 날머리
▼ 서해랑길 21코스 들머리 안내판
첫댓글 말씀처럼 짙게 흐린 날씨였지만
트레킹 내내 비가 내리지 않음은 참 다행이었습니다.
광대나물에 대한 설명은 정말 압권이로군요.
다음에는 2개 코스 24km를 걸어야한다니
체력이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