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일(2026. 2. 7. 토) 멜라카(Melaka)
오늘은 말라카 시내를 하루 종일 알차게 둘러본 하루였다.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진 일정이었지만 발걸음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져 피곤함보다는 설렘이 더 컸다.
아침 일찍 숙소를 나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타밍 사리 타워(Menara Taming Sari)였다.
2008년에 개장한 타워 전망대로 지상 80m까지 올라가는데 타워에 오르기 위해 둥근 원형의 관람판에 앉자 커다란 원판이 천천히 회전하며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마치 놀이기구처럼 부드럽게 빙글빙글 돌며 상승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점점 높아질수록 말라카 시내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고 붉은 지붕의 건물들과 멀리 펼쳐진 바다가 시원스럽게 내려다보였다.
타워를 내려와 인근의 해양박물관(Muzium samudera)을 둘러보았다. 멀리서도 눈에 뛰는 엄청나게 큰 범선 모양의 건물은 그 자체만으로도 압도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월평균 2만 명 이상이 다녀가는 해양박물관은 포르투갈의 범선인 플로라 데 라 마르(Flora de la Mar)를 그대로 복원해 만들었다고 하며 길이 36m, 폭 8m, 높이 34m라고 한다.
이어서 방문한 곳은 파모사 요새(A Famosa)였다. 1511년에 지은 요새로 네덜란드와 영국군의 침공으로 파괴되어 지금은 관문과 구형 대포들만 남아 있지만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며 역사의 흔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요새의 뒤편으로 이어진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니 세인트 폴 성당(St. paul’s church)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톨릭 포교의 중요한 거점이었으나 네덜란드와 영국군에 의해 파괴되어 지금은 외벽과 12개의 비석만 남아 있었지만 오히려 그 폐허 같은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성당 앞에는 한 손이 없는 성 프란시스코 하비에르의 성상이 서 있었고, 그 앞에 서서 보면 멀리 멜라카 해협과 마을 풍경이 한눈에 들어와 무척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언덕을 내려와 향한 곳은 말라카 네덜란드 광장(Windmill Dutch Square Melaka)이었다. 멜라카 역사지구의 중심에 있는 광장으로 네덜란드 통치시절인 1660-1700년대에 만들어졌다. 붉은색 건물들로 화려하게 단장된 광장 주변에는 성공회 성당인 그리스도 교회, 오래된 시계탑, 빅토리아 분수대, 그리고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풍차가 자리하고 있었다. 광장 한편에는 멜라카의 명물인 형형색색의 트라이쇼(Trishaw, 인력거)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광장 분위기를 한층 더 활기차게 만들고 있었다.
광장 부근에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했다. 특히 기억이 남는 것은 수박을 통째로 갈아 빨대로 마시는 음료였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 마신 시원한 수박 주스는 갈증을 단번에 씻어 주었다.
식사 후에는 화려하게 장식된 트라이쇼를 타고 지금까지 둘러본 지역을 한 바퀴 도는 특별한 관광을 하였다. 음악을 크게 틀고 달리는 트라이쇼는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한국 노래를 틀어주어 다소 요란하기는 했지만 그만큼 말라카다운 독특한 경험이었다.
저녁 무렵에는 존커 거리 야시장(Pasar Malam Jonker Street)을 찾았다. 저녁 6시부터 시작된 야시장은 길거리와 상점마다 음식과 기념품이 가득했고 사람들로 무척 붐볐다. 다양한 냄새와 소리, 화려한 조명이 어우러져 활기찬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곳에서 저녁식사를 하며 야시장의 열기를 즐겼다.
식사 후에는 말라카 리버 크루즈(Malacca River Cruise)를 타러 갔다. 멜라카 리버 파크에서 출발해 멜라카의 명소들을 둘러보는 5.5km의 코스를 도는 관광이다.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배를 타려는 사람들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배가 출발하자 시원한 강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강변과 지나는 다리마다 조성해 놓은 조명들이 물 위에 반사되어 무척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냈다. 낮과는 전혀 다른 밤의 말라카가 조용히 흐르고 있었다.
크루즈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아침에 올랐던 타밍 사리 타워를 다시 한번 타러 갔다. 타워 앞 광장에는 어린이들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둘러서서 즐겁게 관람하고 있었다. 다시 타워에 올라가 바라본 말라카 시내는 낮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화려한 조명들이 반짝이며 도시를 수놓고 있었고 그 풍경은 또 하나의 감동으로 다가왔다.
아침부터 밤까지 말라카는 끊임없이 다른 얼굴을 보여 주었다. 역사와 풍경, 사람과 빛이 어우러진 오늘 하루는 정말 많은 볼거리로 가득한 오래 기억에 남을 즐거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