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다 알아 >
브렌던 웬젤 지음/ 김지은 옮김/올리 출판
크고 동그란 두 눈에 호기심을 가득 담고서는 담장너머로 보고 있는지 문 틈새로 보고 있는지 고양이는 나를 보고 있었나보다.
나와 눈이 마주칠 줄 모르고 쳐다보다 내가 쳐다보니 깜짝 놀라는 책 표지 속 고양이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 보았다.
“안녕? 이번 주에는 내가 널 만나러 왔단다”
그러자 고양이는 홀딱 표지 뒤로 넘어가 따라오라는 듯이 꽃이 핀 창밖 풍경을 같이 보잔다.
도도하게 앞발을 포개고 꼬리를 슬렁슬렁 흔들며 꽃에 시선을 꽂은 고양이는 뭐가 맘에 드는지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고양이를 따라 시선이 멈춘 그 곳에서 아주 샛 노란 꽃잎을 가진 꽃과 눈이 마주쳤다.
꽃에게도 인사를 건네 보았다.
“안녕? 고양이를 따라 널 만나러 왔단다”
이윽고 고양이는 꽃을 실컷 본 모양인지 벌떡 일어나 성큼성큼 내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내 앞을 지나쳐 창문을 따라가며 슬쩍 이야기를 해주었다.
수 많은 창문마다 멋진 풍경이 있으니 자기를 따라오란다.
기어가고 궁금해 하고 들여다보며
고양이는 여기를 보고 저기를 본다.
네모난 창문, 둥근 창문, 여러 모양의 창이 있었다.
“같은 풍경이어도 창문 모양이 다르면 풍경을 다양한 방법으로 볼 수 있지”
정말로 고양이를 따라 창문의 모양에 맞춰 세상을 바라보니
세상이 창문 모양에 따라 저 마다의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다.
고양이는 또 알려준다.
“창문으로 가까이 와봐, 유리 한 장으로 분위기를 바꿀 수도 있어”
먼지 낀 유리로 보면 세상은 온통 먼지구덩이,
시커먼 유리로 보면 세상은 온통 깜깜한 밤.
알록달로 유리로 보면 세상은 온통 그림책 같이 알록달록.
정말로 유리창에 따라 세상은 달라 보였다.
고양이는 또 알려준다.
“창 너머에 있는 것을 봐봐. 같은 것이 하나도 없어”
창 밖너머 세상은 1초도 같은 풍경이 없었다.
늘 익숙한 하늘도 파리가 지나가는지 새가 지나가는지에 따라 달리 보였다,
작고 귀여운 친구들이나 크고 무서운 괴물도 만날 수 있었다.
이 층에서 저 층으로, 이 풍경 저 풍경,
창 밖 세상엔 정말로 수 많은 것들로 가득 차 있었다.
고양이는 다시 일어나 다른 창문으로 사뿐 사뿐 걸어가며 새로운 것을 알려준다.
“저기 저 사람은 땅 속 친구들의 초대를 받아서 맨홀로 들어가고 있는 거야,
저기 사다리를 타고 있는 사람은 구름 위에 사는 사람이야.
저기 걸어가고 있는 사람있지? 지금까지 본 사람 중에 세상에서 가장 복슬복슬한 털을 가진 멋쟁이 양반이야”
고양이가 가리키는 곳을 따라서 보니,
세상은 온통 꿈틀거리고
킁킁 좋은 냄새도 나고
왁자지껄 재미난 소리도 들렸다.
이 창 저 창 끊임없이 움직이고 돌아다니던 고양이가 멈칫.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고양이와 눈이 마주칠 줄 몰랐던 나는 깜짝 놀랐다.
고양이가 크고 동그란 두 눈으로 나를 보며 말을 건네었다.
“어때, 재밌지? 가만히 창을 보고 있으면 다 알 수 있다고”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고양이는 다시 모든 층, 모든 창문을 돌며
모든 풍경과 모든 일 속에서 모든 세상을 궁금해 하고 들여다 보며
새롭게 세상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았다.
크고 동그란 눈을 가진 고양이는 이번에는 모든 동네, 모든 건물의 문을 들여다볼 모양인가보다
모든 것을 알고 싶어 모든 문을 열어볼 생각인 것 같다.
창 너머 세상을 보았으면, 그 다음엔 문 너머 세상을 보는 재미가 기다리고 있음을 고양이도 알고, 나도 알게 되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게 되었다.
책을 덮고 나서 고양이가 다가가는 모든 층의 모든 창 모든 문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리고 내게 다가와 창으로 인도하는 고양이에 대해 생각해본다.
우리 아이일 수도 있고, 가족일 수도 있고, 친구일 수도 있고, 이웃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고양이가 창문 옆에서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모습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섣불리 판단하지 않고 그저 보이는 대로 창이 보여주는 방향과 모양과 풍경으로 창과 함께 세상을 바라보며 그렇게 세상을 알아가고 이해가면 된다고, 생각보다 그리 복잡하지 않게 그저 세상을 사람들을 경험해가면 된다고 이야기 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