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연봉제에 제대로 된 싸움을 못하고 있는 노동조합 IMF를 거치면서 김대중 정부를 시작으로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치밀하고 집요하게 공공부문을 시장화하기 위해 공격해 왔다. 그런 가운데 노조는 대사측‧대정부 대항력을 갖춘다는 명분하에 산별전환, 직장과 사보의 통합을 추진하였다. 우리의 권익을 지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고, 노조는 무능한 모습만을 보였다. 통합 후 첫 보충협상에서 ‘파업시에도 납부 마감일(매월10일)에 15%의 조합원을 잔류하는 잠정합의(안)’이 나왔고, 결국 조합원 총회에서 부결되었다. 이 과정에서 ‘통합의 결과가 이런 것이냐!’ 하는 불만이 분출했다. 그 이후 정부의 임금피크제 공격이 들어왔다. 노조는 제대로 손 한번 써보지도 못하고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부가 정한 시한을 며칠 남기고 무슨 군사작전 하듯이 임금피크제 합의를 통과시켰고, 규약에 규정된 총회 공고기간 1주일조차 지키지 않았다.
그 상흔이 선명하게 남은 상황에서, 임금피크제를 통해 노조의 상태를 파악한 정부는 이제 전격적으로 전직원 성과급을 밀어붙였다. 이미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에 5월 30일 이사회를 통해 불법행위를 전격 감행한 것이다. 그런데 노조는 이사회 통과 후 한 달이 넘도록 이렇다 할 투쟁은 없고, 단지 7월 6일부터 20일까지 순환파업만을 진행하고 있다. 두 달 후인 9월 20일 공공운수노조 주관의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저지 총파업이 상정되어 있다고 하나 제대로 투쟁이 이루어질 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상황은 누가 보아도 말이 되지 않는 상황이다. 현장의 분노도 노동조합이 반드시 막아 내겠다는 의지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은 정부와 사측의 체계적인 기획 하에 십 수 년에 걸쳐 추진해온 구조조정의 결과이다.
지금까지의 구조조정이 성과급의 기반이 돼
한때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에 강력한 투쟁을 했던 시기가 있었다. 노동자의 저항에 공공부문의 구조조정을 통한 시장화가 벽에 부딪치자, 자본과 정권을 하드웨어적(기구통폐합, 인원감축) 구조조정에서 소프트웨어적 구조조정으로 전환하였다. 먼저 외부 경영진단에 따른 조직 및 업무재설계, 그와 병행하여 ‘기업문화 전략’, ‘시장화논리’, ‘기술합리성 논리’를 통하여 노조를 무력화시켰다.
이러한 기반 위에, 소위 기관간 경영평가와 지사간, 부서간, 개인간 평가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성과연봉제 도입은 가장 편하고 쉬운 2급 이상 간부들을 먼저 공략해들어 왔다. 지사간 실적은 이미 시작되었고, 2005년 12월 1, 2급 연봉제를 도입하는 인사규정 및 보수규정 개악(예: 2급의 경우 최저 3,800만원-최대 6.800만원)이 이루어졌다. 그 후 지속적으로 3급에 대한 성과연봉제 도입 시도가 지속되었다. 그리고 이제 정부와 공단은 성과연봉제 완전한 도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역할을 역주행한 노조
이러한 정권과 공단의 치밀하고 집요한 공격에 노조는 너무도 무력했다. 아니 오히려 협조적이었다. 먼저 외부 경영진단에 대하여는 노조의 기본논리가 없어 교수나 시민단체들에 의존하다가, 막판에 가서는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면서 개수조정에 매달렸다. 또한 노사발전협의회를 통하여 노조와 공단 사측이 협력하여 정부와 국회, 언론 등에 대응해야 한다며 협조주의를 강화했다.
결국은 노조의 이러한 ‘언 발에 오줌누기식’ 근시안적인 대응의 결과가, 정부와 공단이 자신감을 가지고 지금의 임금피크제와 성과연봉제를 강행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성과급 투쟁이 지금까지의 투쟁처럼 구조조정의 큰 줄기는 허용하면서, 조합원의 시선을 근평, 승진으로 돌리게 한다면, 그리고 조합원들이 경제적으로 힘들 연말에 성과급 지급과 연동하여 구조조정(안)을 통과 시키는 방식을 또 다시 되풀이 한다면 노동조합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이번 성과급 투쟁은 지금까지의 모든 불명예를 모두 털어내고 조직의 모든 역량을 총집결하여 새로운 길을 열어가는 투쟁을 만들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