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오래 살건 잠시 살건
죽음 앞에서는 매한가지다
우리가 태어날 때 다른 모든 것들이 생겨나듯이, 우리가 죽을 때 다른 모든 것들도 소멸된다. 우리가 100년 후에 존재하지 못한다고 한탄하는 것은 우리가 100년 전에 존재하지 못했다고 비탄하는 것만큼이나 어불성설이다. 죽음은 또 다른 생명을 낳는다. 그렇기에 우리도 울면서 태어났고, 삶을 살기 위해 그만큼의 값을 치렀으며, 그렇게 옛 장막을 벗겨냈다. 단 한 번 겪을 뿐인 일이라면 그처럼 고통스럽지도 않다. 금방 지나갈 일로 그렇게나 오래도록 염려하는 것이 가당한가?
오래 살건 잠시 살건 죽음 앞에서는 매한가지다. 사라지고 난 후에는 길고 짧음이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히파니스 강(쿠반 강의 옛 이름역자)에는 단 하루를 사는 작은 벌레가 있다고 한다. 아침 8시에 죽으면 요절한 것이고, 저녁 5시에 죽으면 장수한 셈이다. 이렇게나 짧은 생애를 놓고 행복과 불행을 따진다면 우리 중에 비웃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우리네 길고 짧음도 영원이나 자연, 어떤 동물들의 시간에 대보면 가소롭긴 마찬가지다.
2024.6.23.
맹태영 옮겨 적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