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비안느추천 0조회 29515.03.02 08:30댓글 40
5. 하느님의 뜻에 합치는 구체적인 방법
이제 우리가 하느님의 뜻에 합치며 살아가기로 결심했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생각해보자.
1) 외적인 문제
몹시 더울 때, 매우 추울 때, 비가 많이 올 때, 기근이 들어 먹을 것이 귀할 때,
전염병이 만연할 때 등, 우리는 부정적인이거나 원망하는 말을 삼가야 한다.
가령 "제기랄, 못 견디게 더운 날씨군!", "아! 지독하게 춥군." 혹은 "정말 비극이야!"
따위의 말을 입 밖에 내지 말아야 한다.
하느님의 뜻에 반대되는 이러한 말씨는 아예 입 밖에 내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다만 일아나는 일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우리의 원의로 삼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하느님의 뜻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이야기를 해야겠다.
어느 날 프란치스코 보르지아 성인은 본의 아니게 밤늦게 예수회 수도원에 당도했다.
때마침 사나운 눈보라가 치는 밤이었는데 가까스로 수도원에 당도한 그는
안도의 숨을 몰아쉬며 수도원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수도원의 높은 담은 그의 목소리를 가로막았고 게다가 밤이 늦어
모두 깊이 잠들어 있었던 관계로 문은 굳게 닫힌 채로 열리지 않았다.
아침이 되자 수도원에 있던 사람들은 이 성인이 밖에서 밤을 새운 것을 알고 몹시 민망해했다.
그랬더니 성인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지난밤만큼 기쁘게 지낸 일이 없다오.
내가 하늘을 쳐다보니 저 높은 하늘에서 하느님이
눈송이를 하나씩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 보였고,
그 길고 긴 밤을 얼마나 포근하게 지냈는지 모른다오."
2) 내적인 문제
우리가 당하는 모든 일에서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자.
예를 들면 배가 고플 때, 목이 마를 때, 가난할 때, 외롭고 버림받았을 때,
명예를 손상받았을 때, 이러한 때에 우리는 항상 이렇게 말해야 한다.
"오 주님, 당신은 당신이 좋다고 생각하시는 대로 세우기도 하시고 허물기도 하십니다.
그러므로 저는 그저 좋을 뿐입니다.
저는 당신께서 뜻하시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제 뜻으로 삼겠습니다."
또 마귀가 우리를 유혹하는 경우도 있다.
한번 생각해 보자.
마귀는 우리를 죄에 빠뜨리기 위해 여러 가지 수단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가령 "여보게, 누가 말하는데 말이지.
그 사람이 자네를 두고 이렇고 저렇고 하지 않겠어!
자네는 자네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밝혀야 하지 않은가?" 따위의 말로 우리를 유혹한다.
이럴 경우 우리는 복수하고 싶은 유혹을 강하게 물리치고 즉시 속으로
"나는 하느님의 은총 속에 사는 사람, 하느님이 원하시면 그분 뜻에 맞게 말고 하고,
그분 뜻에 맞게 행동도 해야지." 하며 하느님의 섭리에 그 사건을 맡겨야 한다.
이렇게 하면 우리는 실수를 면하게 되고 완덕의 길로 한 발자국 앞서게 된다.
3) 선천적으로 받은 신체적 결함이나 정신적 결함을 원망하지 말자
예를 들면 기억력이 나쁜 것, 머리가 나빠 무엇을 더디게 깨우치는 것, 절름발이,
기타 선천적으로 건강이 나쁘게 태어난 사람 등인데, 잘 생각해 보자.
과연 우리가 하느님께 왜 이러한 결함을 안겨 주셨느냐고 따질 권리가 있을까?
도대체 하느님이 이런 모든 것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가령 천재적인 두뇌라든가,
세계적인 운동가라든가, 명성을 떨치는 음악가 따위의 재질을
우리에게 주셔야 할 의무를 가지셨다는 말인가?
이 세상에서 어떤 사람이 남으로부터 선물을 받을 때
자기 조건에 맞으면 받고 그렇지 않으면 거절을 한다는 말이가?
선물을 받으면 그것이 우리 마음에 들건 안 들건 그저 고맙다고 받지 않는가?
우리는 모름지기 하느님께서 주시는 모든 것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것은 어떠한 것이든 우리의 선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뛰어난 재능을 주셨더라면, 아름다운 용모를 주셨더라면,
건강한 몸을 주셨더라면, 내 영혼이 멸망했을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뛰어난 재능과 훌륭한 지식은 많은 사람들을 교만의 함정에 빠뜨리게 하고,
자만심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 대개 그러하듯이 남에게 큰 상처를 주는 예는 얼마든지 있다.
이러한 훌륭한 하느님의 선물이 사람의 영혼을 구하기는커녕
오히려 멸망으로 이끈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우리 주변에서도 미모와 건강의 소유자가 인생의 낙오자가 된 예는 많이 있다.
반면에 많은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몸이 약하고, 아니면 가난하고, 아니면 재능이 없는데,
종래에는 자기 영혼을 구하고 성인이 된 예가 얼마나 많은가.
그러니 다시 한 번 하느님께서 나에게 주신 것으로 만족하자.
"그러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루카 10,42)
한 가지란 무엇인가?
그것은 미모도 아니요, 건장한 체구도 아니요, 뛰어난 재능도 아니다.
필요한 것은 우리의 영혼이 멸망하지 않고 구원을 받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