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나의 장미여./청야 김민식
삼년 만에 가까이서 보는 너의 얼굴이여
참으로 부끄럽고 챙피하기 이를데 없구나.
새집으로 이사와서 애지중지하게 15년여를 가꾸던
싱그러운 삶의 모습들이, 넘치도록 춤을 추던 시절을 잃은
뒷뜨락 뚝방 정원의 몰골을 차마 눈뜨고 볼 수 없구나.
팬데믹이 시작되자 잔득 겁에 질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느라 보낸 세월들 때문에,
뒤뜰의 생명들은 안중에도 없었으니, 이렇게 내가 모질 수가 있었을까.
이순간 이 비통함을 자책하며 글썽인다.
5월의 마지막 날,
묵정밭 앞에서 늙은 세월의 핑게를 탓하는 자신이 원망스럽다.
거실에서 바라보는 뒤뜰 인데도
소파에 앉아서 한적하게 감상하던 지난 시절이 까마득하다.
29년동안 한 곳에서 식당영업을 붙들고 있는 나에게는
노년 삶의 바쁜 세월이 쏜 화살처럼 획획 지나간다.
팬데믹 감염의 두려움 때문에
두 번의 폐렴 예방주사, 세 번의 팬데믹 예방주사, 백내장 수술,
치아에 인공 잇몸을 이식하고 임플란트를 4개나 하느라,
살기위해 발버둥 친 세월때문이었다는 변명은 너무 초라하다.
무릎까지 훌쩍 자란 풀섶을 없애고 민들레를 정신없이 뽑고나니
초췌한 모습의 장미들이 한참을 울다가 지친 모습으로
구원의 손길을 내밀고 있었다.
언제적 갈잎들인가
마른 나뭇가지를 꼭 붙들고 오돌거리는 슬픔을 인 낙엽들이 산적하다.
아프리카 오지의 시골 아낙처럼 삐쩍 말라 검게 타들어 가는 나무
가지 치기를 하고 대롱대는 갈잎들을 빗질하듯 빗어냈다.
비료를 주고 물을 흠뻑주었다.
15 그루의 하이브리드 티 장미, 해당화, 넝쿨장미 등이
모두 죽지않고 살아있으니 눈물겹도록 반갑다.
삼여년을 물과 비료 가지치기 하지 않았는데 용케 버티어냈다.
철쭉 6그루는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죽었다. 영산홍 한 그루만 외롭게 견디어 났으니 죽은 친구들 흔적에 다시 웃음을 찾아 주어야 겠다.
가뭄과 혹한의 추위를 나처럼 죽지 않고 견디어 냈으니 대견하다.
나의 장미여
삶의 지혜마저도 주인의 성품을 따라가는가.
각목을 쌓아 만든 세계의 계단식 정원에는
부루베리와 체리나무를 10여그를 심었고 그 사이에 인근 계곡을 거닐다
손바닥 만한 소나무 어린싹 8그루 옮겨 심었다. 어느새 2m 넘게 성장한 나무들이 너무 오리조밀해서 곁자란 부루베리 체리나무들을 과감하게 쳐냈다.
장미와 영산홍은 만지기만 해도 잎에는 윤기가 철철흐른다.
늘 가까이만 있으면 예쁘고 건강하게 자란다.
어느새 장미꽃들 몽우리를 사방에서 피워낸다.
나의 장미들이여
바라 보기만해도 사랑스러운 이여
만지면 손떨림이 오는 너를 사랑한다.
너의 향기가 잦아드는 6월,
해맑고 방긋한 모습으로
나에게 수많은 말을 걸어오는데
견디어 온 전설의 이야기에 취하고
가지런한 근육들이 살아나며
많은 용기를 주는 너를 사랑하는데
내가 줄 수 있는 선물이라곤
죽은 후의 육신 뿐이니
우리 열심히 사랑하자.
(6월 9일 THIS TIME 수필 게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