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씀)
운동으로 수영이 한창 붐일때였다
발빠른 백화점은 고객 유치 차원에서
한개 층을 전부 수영장으로 만들고
전용 셔틀버스를 제공했다
아이들 등교 시킨 후
부지런한 오전반 주부들은
아침에 데리러 오는 수영장 버스를 탔다
나도 락스 냄새가 몸에 배도록
동네 여자들과 어울려 수영장에 다녔다
요즘은 수영복을 자유롭고 컬러플하게 입지만
그때만 해도 보수적였는지 주부반은
거의 검정색 일색이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ㆍ
빨간색 수영복을 사 입고
발차기로 시작하는 초급반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 튀는 수영복 때문에
고생이었다
실수라도 할라치면 빨간색은
바로 강사 눈에 띄어 자주 지적 당했다
"아니!수영복만 삐까번쩍하게 입으시고~!"
튀는 수영복은 서랍에 모셔두고
당장 시커먼색 수영복을 사 입었다
수영복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수영 강사 y 스타일은 언제나
몸에 촥 붙는 스판 소재의
삼각 팬티보다 작은 수영복
수강생은 강사의 시범을 보고 배워야하는데
안볼수도 없고 눈을 어디 두어야 할지 난감했다
그에 반해 트렁크 팬티같이 넉넉하고
편안한 수영복을 입는 강사 K 는
미덥고 점잖아 보여 좋았다
우리 초급반은 20명 가량인데
서로 벗은 몸이거나 수영복 입었을 때만
보게되니 그 모습이 눈에 익어
어쩌다 옷 입은 모습으로 만나면
못알아 볼 정도로 영 낯설다
유방암 수술 후 가슴 한쪽을 제거해
X자 흉터가 남아있는 몸을
남에게 보여주기 끔찍히도 싫었을텐데
재활을 위해 수영을 하는 애잔한 여자도 있었다
그녀의 용기에 경외감마저 들었다
대수롭지 않다는 눈길로 봐 주는것이
그녀를 위하는 길이다
다이빙해서 입수하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
물로 뛰어 내리려고 줄서서 기다리는데
자기 차례가 된 눈꼬리가 매섭게 올라간
소도 잡을 것 같은 그녀가
자신의 이미지와 맞지않게
옆에서 지켜보는 강사에게
어울리지 않는 콧소리로 교태를 부리며
"흐응~ 못하겠어요 무서워요옹~"
그녀의 뜬금없는 연약한 척에
여기저기 큭큭 웃음 참느라 애를 썼다
수영장에서 종종 일어나는 사고가 있다
남녀가 공동으로 이용하는 수영장이라서
우선 목욕탕에서 몸을 씻은 후
필히 수영복을 챙겨 입고
수영장에 입장해야 하는데
동그란 얼굴의 그녀는 그날따라
정신 줄 놓았는지 목욕탕 나체의 몸 그대로
남녀 공용 수영장에 버젓히 입장
꺅~!!
이때 누군가의 비명소리에 그제서야
정신차리고 혼비백산!
그 후로 다시 그녀를 볼수 없었다
꾸미는 것도 정도가 있지
수영장 물속까지 목걸이 귀걸이 반지 팔찌등
악세사리를 주렁 주렁달고 들어오는 여자들은
거기서까지 이쁘게 보여야하나?
나는 그러지 않으려고 탈의실 옷장에
남편이 이집트에서 사다 준
목걸이를 옷과 함께 벗어놓고는
갈때는 목걸이는 까맣게 잊고
옷만 입고 나오는 바람에 정든 애장품을
영영 잃어버렸다
하긴 2캐럿 다이아 반지를
수영장에 빠뜨려 어마어마한 물을
모두 빼내는 소동이 있었는데
거기에 비하면야
드디어 수영장 일년차가 되니 잘 하는 건 아니지만
자유형 평형 배형 접형 모두 할 수 있게 되었다
먼저 가족들에게 쥐방울만한 수영 실력이지만
자랑하고 싶어 수영장으로 유인해 왔다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양 팔을 번갈아 뻗어가며
물 속을 스르르 나아가는데
별안간 아빠가 아이들에게 한다는 말
"애들아~!
니네 엄마 항공모함이
떠가는 것 같지 않니?? 으흐흐~"
자기는 어릴 때 저수지에서 아무렇게나 배운
개구리 수영하면서 내가 수영하는 거
샘이 나가지고...
뚝섬 야외 수영장에
몸매 기막힌 미녀들
수영하는 모습을 구경하겄다고
할아버지 수영장 담 밖에서
목을 있는대로 빼고
까치발로 애쓰는 거 보면
"으이구~! 그저 남자들이란 "
오랜만에 수영복 들어가나 꺼내 입어볼까나?
카페 게시글
2006년
수영장 풍경 (2006년)
산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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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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