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18
바람부는 봄 날
집 근처에서 지하철 7호선을 탔다
디즈니랜드의 놀이 기차를 탄 것 마냥
들뜬 마음인 것은 봄날이기 때문인가
청담역에서 출발해 한 정거장을 달리면
강 위로 하얀 오리가 떠 있는
뚝섬 유원지역이 나오는데
달리는 차창밖으로 햇볕에 반짝 빛나는
한강 물결을 바라보고 있으면
무거웠던 마음은 어느덧 날아가고
시름하나 없는 아이가 되어진다
대중교통을 탔으면서도 호사한다는 기분이다
오늘따라 보너스처럼
객실 광고란에는 상품이 올려져 있는대신
'봄' 이라는 시 한편이 수줍게있다
지하철 광고란에 시가 있다는 것이 신선해
시집으로 만난 것보다 더 마음에 다가왔다
겨우내 언짢았던 모든 것들
새봄을 맞이 해 날려 보내자!
시인이 다짐한다
한편의 시가
내 마음을 신통하게 어루만져주네
나는 자리에 앉자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어
어색할때처럼 머쓱하게 작은 mp3를
내 핸드백에서 꺼냈다
나이 지긋한 중년에게
자연스럽지 않은 모습일지 모르지만
어느 맛난 군것질에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음악은 나를 매료시키기에
쑥스러움도 무릅쓴다
영혼을 두드리는 장엄한 사운드의
신세계에 취해 여유롭고 넉넉해지면
내 앞에 서 있는 아가씨 얼굴에 여드름 자국도
보푸라기 투성이 스웨터 입은 학생과
동행한 친구의 통통한 분홍색 볼도
모두 귀여워 미소짓게 된다
내 목적지가 멀어서 차라리
다행이라 여겨질 만큼
지루한 줄 모르게 시간이 금방 간다
나만의 환상의 연주회가
끝나버릴까 아쉽기만한데
우울할 때 만나지 않아야하는 사람은
우울한 사람이라고
꼼짝않고 집안에 혼자 박혀있는것
겨울처럼 냉소적이며 햇빛도 없이
어둠속에서 가라앉아 침묵하는 것
모두 우울함을 더하게 하니 피해야 한다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거든 만사가 귀찮더라도
떨치고 일어나 외출을 감행하라
그리고 봄 햇살 화창하면 7호선을 타라
봄볕은 겨울을 벗어났기에
한층 생기발랄하고 눈이 부시다
지하철은 어두운 지하에서 지상으로 뛰쳐나와
차창 밖 세상 풍경을 구경시켜주고
거기에 mp3 에서 나오는 뇌쇄적인 음색
노래에 취하면 그것이야말로 무아지경
슬픈 멜로디마저 환상적으로 녹아든다
모든 곡이 배경음악이고
누구라도 잠시나마 단막극의 주인공이 된다
지하철 옆좌석에 앉은 사람이
감정멊이 무심한 목석같을지라도
쓸쓸한 빈자리 보다는 낫다
만약에 옆자리가 비어있다면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그리운 친구를 추억하며 곁에 두고 가자
마음이 타서 까맣게 재가 되어 있을 것 같은 그녀
생각나면 을씨년스런 모습에 절로 한숨이 나왔는데
이제는 그녀의 삶도 편안하게
자리 잡았으면 하고 간절히 기도한다
언젠가 지하철에서 지인과
정신없이 이야기에 열중하다
내릴 역을 그만 지나쳐버린 적이 있었다
우리네 삶도 정신없이 이리저리 나부끼다
정작 중요한 목적지를 잊은 채로
흘려보낸건 아닌지
어디쯤일까 지금 여기는....
사는 재미가 알게 모르게 우리곁에 있다
무심코 지나쳐버리지 말고
봄날 행복의 역에서 내려
삶의 기운을 내어 보자...
카페 게시글
2008년
봄날의 7호선
산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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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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