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km. 6시간. 1만 5천보.
오전에 0.1mm 비 내리고 구름.
오후엔 선선한 날씨와
청명한 가을 하늘을 만끽할 수 있었다.
칠곡 봄햇살님. 효목동 풀꽃사랑님.
청도 양반 운강님. 경산 교회오빠 보림님.
침산동 힘장사 시골제비님. 만촌동 대덕화님.
상인동 빵장수 마일도님이 경산 백자산에 오셨다.
오늘 걷기가 행복하고 즐거운 도보가 된 것은
전적으로 우리 대구방 행님들 덕분이다.
날씨, 코스, 분위기 모두 최고였다.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보낸다.
우즈카페 오전 10시 - 백자산 정상 오전 11시반 -
기필봉 옆 450봉에서 점심 오후 1시 - 현성산 오후 2시 -
대구한의대 오후 3시반 - 우즈카페 오후 4시.
시골제비님이 과거 경산에서 벌인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달성서씨 문중선산.
15세기에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족보가 만들어졌다.
17세기만 해도 극소수 양반만이 족보를 가졌다.
우리 역사상 족보 간행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일제강점기였다.
1894년 갑오개혁 때 이미 양반제도가 공식적으로 폐지됐고
나라가 망해버렸어도 양반의식만은
그대로 남아 모두가 양반이 되려 했다.
114년 전인 1909년 민적법이 시행되면서부터
한국인 모두가 성을 갖게 됐다.
한국인 중 족보가 없는 사람은 거의 없고
족보상 양반이 아닌 경우도 거의 없다.
신분제도 하에서는 절반이 넘는 사람이 성씨조차 없었고
성씨가 있다 해도 양반일 수 없었다.
과거의 족보 중 대다수는 아버지를 바꾸고
할아버지를 갈아치우는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특정 가계를 통째로 어느 인물의 후손으로 연결하거나
양반 계보를 봐서 대가 끊어진 파에 끌어다 붙였다.
족보업자들은 돈만 주면 없던 조상도
무덤에서 끄집어내는 재주를 가졌다.
이들은 지금까지 없었던 몇 백 년 전의 조상을 만들어내고
그 행적을 창작해 내던 픽션작가였다.
왜냐하면 17세기 이전에 조상의 가계도인
족보가 있던 집안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어느덧 가지마다 열매 맺는 '열매달' 9월을 지나,
우리나라가 열린 '하늘연달' 10월이다.
이 가을에 대부분의 풀나무들이 열매를 맺고,
푸르던 잎은 단풍으로 물들다 떨어져 한 해의 삶을 정리한다.
낙엽이 절반 이상 떨어진 것 같다.
늙어간다는 것이나 몰락하고 있다는 것이
결코 슬프고 한탄할 일만은 아니다.
나이 들어가는 것 역시
젊은 시절에는 볼 수 없었던
성숙한 아름다움을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시간의 경과가 소멸을 반드시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지구적 관점에서 보면
나뭇잎이 땅으로 돌아가는 것은
순환의 연속 선상에 있는 것이고 새로운 변화의 시작이다.
내가 숲으로 들어갔더니,
아까시나무 참나무 숲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
삼 형제 바위.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옛날에 백자산이 민둥산일 때
이 바위돌이 산 아래에서 보였다고 했다
황토 흙길과 소나무 숲이 시작되는 첫 쉼터.
잔뜩 찌푸린 날씨 때문에 마음이 조금 긴장되었다.
걷기 편한 길을 걸으니
귀로는 새 소리와 바람 소리를 듣고,
시선은 발 내딛는 자리를 떠나
숲속의 나무와 풀로 향하고,
코로는 숲이 내뿜는 상쾌한 공기를
마음껏 들이 마시니,
분산되지 않은 감각으로 걷기에 집중할 수 있어,
온전한 걷기의 줄거움을 누릴 수 있다.
오늘 가야 할 능선이 멀리 보인다.
골프장 남쪽 산이다.
백자산 정상 지나고 나면
오르막이 있는 봉우리가 4개만 남는다.
소나무가 못생겼다는 건,
목재로써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지
아름답지 않다는 건 아니다.
못난 솔이 조상 산소를 지킨다고 했던가.
볼수록 눈에 들어온다.
마음에 흡족하다.
향유(香薷).
'향기가 나는 먹을 수 있는 풀’이라는 뜻이다.
기름 '유'(油)가 아니다.
유(薷)는 ‘노야기’란 우리말을 가지고 있다.
‘노야기’는 ‘노약’에 의존명사 ‘이’가 붙은 ‘노약이’에서 나왔다.
‘노약’은 ‘노’와 ‘약’의 합성어로 본다.
우리말 ‘노’는 한자 ‘나(羅)’에 대응되는 고어로
‘명주실로 짠 피륙(무명, 비단의 총칭)의 하나’라 하며,
여기에는 ‘곱고 아름답다’는 뜻을 함의하고 있다.
‘약’은 ‘어떤 식물이 성숙해지면 지니게 되는
맵거나 쓴 자극성 성분’을 일컬으며,
약성을 가진 식물이란 의미도 포함한다.
그래서 ‘노약(노약이> 노야기)’은
‘곱고 아름다운 약성을 지닌 들풀’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향유를 가장 많이 닮은 꽃향유는
잎의 가장자리 톱니가 향유보다 거칠고 예리하다.
향유는 주로 들판에 분포하지만,
꽃향유는 산비탈에 치우쳐서 분포한다.
향유의 꽃차례는 가늘면서 길고 색이 연해서
다른 풀과 섞여 있으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하지만, 꽃향유는 화려하고 색이 짙어서
누구라도 금방 찾아낼 수 있는 꽃이다.
꽃향유는 사람의 시선을 끌어당길만한
아름답고 고운 빛깔의 꽃이 핀다.
꽃에 꿀이 많아 벌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햇빛이 좋은 양달에서 자란다.
9월 10월에 자주색 예쁜 꽃을 피운다.
약용으로도 관상용으로도 많이 쓰인다.
들깻잎처럼 잎에서 짙은 향기가 나고 맛이 맵다.
서병장님 덕분에 이 꽃을 알게 되었다.
((꽃향유))
향유. 꽃향유보다 비교적 화려하지 않고 풀 속에 묻혀서
볼품없이 자라는 편이고, 꽃향유보다 크기가 작다.
참으로 걷기 좋은 길이다.
널찍하고 펀펀하다.
눈을 감고 걸어도 좋다.
질경이.
주로 길가에 줄기 없는 잎들이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 자란다.
사람들의 발길에 짓밟히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다.
생명력이 매우 강해 마차 바퀴나 사람의 발에 짓밟혀도
다시 살아난다고 해서 '질긴' 풀이라는 의미에서
질경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생장점이 땅속에 있어 잎이 뜯겨도 다시 난다.
여뀌.
가을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으로
여뀌를 빼놓을 수 없다.
산기슭이나 밭 주변에서, 물론 도심 공터에서도
여뀌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흔하디 흔해서 사람들이 눈길 조차 주지 않는 꽃이다.
여뀌는 작은 열매가 엮어져 있는 형상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마리, 부레옥잠처럼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기능이 뛰어나다.
여뀌의 잎과 줄기를 짓찧어
즙을 내어서 물고기를 잡기도 했다.
여뀌의 독성에 물고기의 신경이 마비되어 물 위로 떠오른다.
매운맛이 나기 때문에 소도 먹지 않는다.
영어이름은 물고추라는 뜻으로 ‘Water pepper’라고 한다.
((여뀌))
여뀌 종류는 30가지가 넘는다.
'개'라는 접두어는 원래 것보다 흔하다는 의미도 있다.
여뀌보다 더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개여뀌다.
밭 가장자리나 숲에서 군락을 이룬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대개 '개' 자가 붙으면 본래 것보다 쓸모가 없거나
볼품이 없다는 뜻도 있는데,
개여뀌는 정반대로 여뀌보다 더 예쁘다.
여뀌는 꽃이 듬성듬성 달리는 편인데,
연한 녹색이고 끝이 약간 분홍색이다.
개여뀌는 촘촘히 모여 달린 적자색 꽃이
무더기로 피면 매우 아름답다.
개여뀌는 여뀌와 다르게 매운맛이 나지 않는다.
((개여뀌))
백자산 정상 부근에는 계단이 많다.
기분 탓인지 몰라도 힘든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앞서 가서도 찍고.
중간에 서서도 찍고.
맨 후미에서도 찍고.
주머니에서 휴대폰 꺼내어
사진 찍는 일이 즐겁다.
얼마 전에 새로 개비(改備)한 정상석.
빨간 지붕은 골프장 클럽하우스.
커다란 키,
붉은빛이 도는 나무 기둥,
멋스럽게 구부러진 가지,
넓게 퍼져 하늘을 가린 솔잎은
따가운 햇빛을 막아주며
시원한 그늘이 되어준다.
소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은
아름다운 숲의 풍경을 만든다.
기필봉(470)
시골제비님은 보기보다 힘이 장사다.
요즘 지구 온난화로 식물의 생체 시계에
고장이 난 듯하다.
봄의 전령사 진달래가 봄인 줄 착각했는지
가을에 분홍색 꽃을 활짝 피웠다.
한낮 기온이 25도를 오르내리니 그럴 만도 하다.
나도 아직 반팔 차람이다.
계절을 따지지 않고 양지바른 곳이면
잔달래는 11월에도 꽃잎을 펼친다.
시들어 가는 나뭇잎과 활짝 피어나는 꽃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다.
백자산이 구절초 천지인 걸 오늘에야 알았다.
코스 끝까지 구절초 구경만 해도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다.
그것도 상체 숙이는 걸 죽는 것보다 싫어하는 60대 남자가.
이전에는 눈에 안 들어왔다.
분명 눈으로 보았겠지만 본 게 아니었던 것이다.
구절초, 쑥부쟁이, 벌개미취, 개망초, 이고들빼기를
며칠 전에 구분하는 걸 배웠더니
오늘은 야외에서 실제로 연습할 기회를 얻었다.
시험 문제를 하루 전에 풀어 본 느낌이었다.
가을 우리 산야에서 흔히 마주하는 들국화.
그들을 좀 더 알고 나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음이 가면 더 자주 눈에 띄게 된다.
이제 길을 걷다 이 녀석들을 보게 되면 이름을 불러주자.
산국, 산에 피는 국화란 뜻이다.
꽃이 작고 다닥다닥 피어있는 느낌이다.
꽃 크기가 10원짜리 동전만 하다.
잎을 씹어보면 쓴맛이다.
감국(甘菊).
잎을 씹어보면 단맛(甘)이 살짝 돈다.
국화차는 이 감국으로 담근다.
꽃 크기는 500원짜리 동전만 하여 산국보다 약간 크다.
((산국))
누리장나무 열매. 오늘 처음 보았다.
봄햇살님이 가르쳐주셨다.
여름에 피는 누리장 꽃의 향기는
잊을 수 없을 정도로 황홀하다.
주름조개풀.
잎에 파도 모양을 이루는 주름이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름조개풀'은 길가 응달에서 잡초에 섞여 자라는 벼과 식물이다.
벼처럼 이삭 형태의 꽃이 피는데,
열매에는 끈적한 점액이 묻어있어서,
주름조개풀 밭에 잘못 들어가면,
바지에 온통 열매가 붙어서 땔 때 고생을 한다.
용담(龍膽)은 상상의 동물인 용(龍)의 쓸개(膽)라는 뜻이다.
뿌리의 쓴맛이 용의 쓸개와 같다는 것으로,
옛말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한 것처럼
효과가 좋다는 곰의 쓸개보다 효과가 좋다고 지은 이름이라 한다.
용담의 뿌리는 침과 위액의 분비를 촉진하고 장을 활성화시켜
식욕을 증진시키는 효능이 있다.
보랏빛 또는 자주색을 띠는 용담꽃은
외양의 아름다움으로 인해 관상용으로 많이 기른다.
꽃 이름은 대개 그 생김새와 닮아 있지만 용담은 예외다.
예쁜 생김새와 달리 이름은 전혀 그렇지 않다.
산부추 꽃.
산부추는 야생에서 자라는 부추로
일반 부추에 비해 향과 색이 진하면서
맛과 건강면에서 더 좋다고 한다
잎과 줄기에는 연한 마늘냄새가 나는데
이것은 알리신(Allicin)이라는 향기성분으로,
마늘과 부추에도 들어있는 성분이다.
루드베키아.
'꼬마 해바라기' '작은 해바라기'로 기억하면 좋겠다.
인디언 처녀와 백인 장교 사이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품고 있는 꽃이다.
인디언 처녀가 쓰러져 죽은 자리에서
인디언 처녀의 노란 얼굴과
검은색 눈동자를 떠올리게 하는
루드베키아 한 송이가 피어났다고 한다.
식물 분류학의 시조로 불리는 칼 폰 린네의
대학 스승 '루드벡'을 기념하기 위해
'루드베키아'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린네의 친지 이름을 가진 식물이 제법 된다.
현성산 오르는 길
대구한의대 뒷산 현성산 정상
미국자리공
멧돼지 목욕탕. 물구덩이에 들어가 온몸에 진흙을 바른다.
멧돼지가 진흙을 바르고 소나무에 몸을 비볐다.
현성산 지나 대구한의대로 내려오는 길.
한의대 구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