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생활비 지원… 지역의사 3000명 키운다

[정승남세기영어교육연구회장]

장학금·생활비 지원… 지역의사 3000명 키운다

조선일보 세종=양지호 기자  입력 2020.07.24 03:00

[오늘의 세상] 의대 정원 10년간 4000명 늘려

현재 고2 학생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2학년도부터 국내 의과대학 정원이 400명 늘어난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23일 당정 협의 후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한시적으로 의대 정원을 연간 400명 늘려 의사 4000명을 추가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2006년 이후 동결된 의대 정원이 16년 만에 늘어나게 된 것이다.

23일 국내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공공 의대 설립 추진을 확정한 당정 협의에서 김태년(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덕훈 기자

당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5명)보다 낮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2.4명)를 끌어올리고, 지역 간 의사 수 불균형과 역학조사관, 중증외상, 소아외과 등 특수 분야 의사 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이날 "졸속적이고 일방적인 의사 인력 증원 정책을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총파업 등 직접 투쟁을 하겠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10년간 의대 정원 연간 400명 늘려

현재 국내 의대와 의학전문대학원의 신입생 수는 3058명이다. 당정은 10년간 정원을 3458명으로 연간 400명 늘린다는 방침이다. 전국 38개 의대 평균 모집인원이 78명이어서 400명 추가 선발은 의대 5개를 신설하는 효과란 분석도 있다. 늘어나는 400명 중 300명은 17개 광역 시도 기준으로 입학한 의대가 속한 지역에서 10년간 의무적으로 일해야 하는 '지역의사' 전형으로 선발한다. 여기에 역학조사관·중증외상 등 특수전문 분야 지망 의사 50명, 기초과학·제약·바이오 등 의과학 분야 의사 50명을 매년 추가 선발한다. 복지부는 다음 달 초까지 2022학년도 의대 정원을 최종 확정해 교육부에 통보하고, 교육부가 주관해 추가 정원을 배정받을 의대를 선정하게 된다. 지역의사 전형 배정은 내년 5월, 특수전문 분야와 의과학 분야 전공의 정원 배정은 2022년 하반기까지 이뤄지게 된다. 김헌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지역의사 정원은 의사 수 부족 지역 및 정원 50명 미만 소규모 의대를 우선 고려해 배정할 것"이라고 했다. 17개 시도 중 1000명당 의사 수(한의사 제외)가 전국 평균(2.0명)에 못 미치는 세종(0.9명), 경북(1.4명), 울산(1.5명), 충남(1.5명), 경남(1.6명) 지역 의대 정원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역의사 10년 못 채우면 면허 취소

정부는 지역의사 전형으로 뽑힌 연간 300명에게 장학금과 생활비 전액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들은 성형외과·피부과 등 소위 '인기 과'가 아닌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전공을 택해야 한다. 의사 면허 취득 후 10년 동안 해당 시도에 있는 병원에서 일해야 한다. 정부는 지역의사 전형 선발자들이 10년 동안 의무 복무하지 않으면 장학금 환수와 함께 의사 면허를 취소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의무 복무기간 10년이 지날 때까지 의사 면허를 재발급받지 못하게 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관련 제재 근거가 담긴 지역의사제 관련 법을 올해 말까지 제정할 방침"이라고 했다.

◇의협 '총파업' 거론하며 반발

국내 최대 의사 단체인 의협은 이날 "다음 달 14일이나 18일 중 하루를 택해 전국 의사 총파업에 돌입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반발했다. 의협은 "우리나라 1000명당 활동 의사 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OECD 평균 증가율보다 3배 이상 높은 반면, (저출산으로) 인구 증가율은 낮아 2038년이 되면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는 OECD 평균을 넘어선다"고 주장했다.

이번 대책이 지방 의료 공백의 근본 해결책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작년 '공중보건장학제도'를 도입해, 의대 재학생 중 장학생을 뽑아 연간 2040만원을 지급하고 장학금 받은 기간만큼 지방의료원 등에서 의무 복무하도록 했다. 그 러나 매년 미달 사태다. 작년엔 선발 인원 20명 중 9명이 지원해 8명이 최종 선발됐다. 올해는 14명 선발이었는데 4명만 지원했다. 이번에 나온 지역의사제 역시 정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공공의료대책위원장은 "지방 공공 의료기관의 인력 부족은 지방이 경제적으로 뒤떨어지고 생활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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