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경 순
2006년 『미네르바』 등단
시집『거대한 탁본』외
하늘의 빛나는 별, 영원한 우주의 시계가 되신
- 박제천 스승님을 추모하며
금방 또 뵈올 줄 알고, 그저 카톡으로 인사드렸지요.
“선생님, 찾아뵙지 못하고 인사만 드려 죄송합니다. 얼른 나으세요!”
“Thank you~”, “Have a nice day~” 이런 답장 주셨지요.
그래도 처음으로 용기 내어 “사랑합니다.” 이런 이모티콘 보냈는데
그것이 마지막 인사가 될 줄 어찌 알았겠어요?
마지막 발간 17시집 ‘노자의 블랙홀’에서 불러오신 가족별들, 먼저 가신별들,
그리고 무수한 추억의 시계들도 잘 만나셨나요?
어느 별이 되셨을까요?
물고기좌가 되셨나요?
사람은 죽으면 누구나 시계가 된다 하셨는데, 무슨 시계가 되셨나요?
시력 60주년 기념 풀어 쓰신 장자시 18시집,
19시집 발간을 코앞에 두고 떠나시니 그저 안타깝기 그지 없네요.
늘 앞서가신 선생님!
몇 시대를 앞서 ‘장자시’로 문단에 선풍을 일으키신 후
동양의 노장 사상을 아우르며 수없이 써오신 시들,
최근에는 누가 봐도 도인의 경지에 이르신 시인으로서는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문인 선후배들, 문학아카데미 시인들의 시와 마음을 사로잡아
매월 혹은 사계절 ‘문학과창작’과 함께 일 년을 버티는 지표가 되셨지요.
항상 문학 지망생들과 시인들의 시의 완성도를 위한 가르침을 아끼지 않으시어
방산사숙을 거친 300여명의 시인들의 시와 마음의 눈을 틔게 해주셨지요.
1988년부터 잡지가 나올 때 마다 개최해온 시축제와
여름 숲속의 시인학교를 통한 시인들의 시낭송과
시인들의 교류와 화합의 장을 이끌어오셨고,
인터넷을 이용하여 방대한 자료 및 시인들 관리를 일목요연하게 해오셨지요.
시인들의 시집 발간뿐만 아니라,
영어, 스페인어 등 각종 번역시집 발간에 앞장서시고
늘 시대를 앞서 시의 대중화, 시인들을 돋보이기 위해 새로운 구상을 하셨고
누구보다 먼저 e-book 시집 발간과
‘시인 만세’ 유튜브를 기획 진행하신 선구안을 지니셨지요.
소천 하시던 전날 밤까지 제자들을 가르치시고,
배출한 제자들이 자기 자리에서 시로 날아오르기를 소망하시며 조언을 아끼시지 않으셨지요.
시류에 얽매이지 않고 문학잡지와 시집을 편집하시며,
개인적으로는 새로운 시세계를 고민하고 구축하며,
오직 시와 함께 사신 선생님!
이제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서
언제나 째깍째깍 중심을 잡는 시계,
우주의 시계가 되셨겠지요?
멋진 시계가 되도록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이제는 편찮으지 마시고
편히 쉬세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