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인터뷰] 2018 중랑구 1차 주민제안사업 선정팀 <신작로사람들>
사람들 가까이에, 도서관이 있다!
마을기자 솔바람도치
2018년 5월 24일 한여름 같은 날씨, 절기로는 작은 풀들이 가득 찬다는 꽃그늘 소만의 넷째날에, <나무그늘 작은도서관>을 찾았다. 책울터 한지윤 관장님과 나무그늘 김소희 부관장님(이하 존칭 생략), <신작로 사람들>을 이끌어 가시는 두 분을 만났다.
<신작로 사람들>, 신내동에서 아파트 작은도서관이 뭉쳤다.
<신작로 사람들>은 나무그늘(우디안2단지), 도담도담(우디안1단지), 책울터(데시앙), 꿈꾸는 도서관(신내6단지)의 작은도서관 연합 단체다. 작은 도서관이라는데 내가 찾은 <나무그늘 작은도서관>은 세미나 공간도 몇 개 갖추어 공간도 넉넉하고 시설도 여타의 어린이 도서관 못지 않았다. 그런 첫인상을 이야기하니, “작은도서관은 마을 곳곳에 있어 사람들 가까이에 있는 도서관이라는 뜻입니다.”라고 답한다. 작은도서관의 종류도 다양했다. 공립형(직영, 위탁), 사립형은 운영 주체에 따라 개인, 공동주택(아파트), 교회, 복지시설, 시민단체 등 여러 유형의 작은도서관이 존재한다. 이 중에서 <신작로 사람들>은 사립 아파트 작은도서관의 연합이다.
사립 아파트 작은도서관의 특성이 있다. 아파트는 누가 이웃인지 모른 채 살기 쉽지만, 달리 생각하면 작은 마을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한지윤 관장은 <책울터>가 마을이 아이를 키우는 그런 공간이라고 환하게 말한다. 한편 김소희 부관장은 <나무그늘>은 같은 신내동이라도 워낙 외떨어져 있어 문화 교육적 혜택에 물리적으로 거리가 생긴다며, 당연히 사랑방의 역할도 하지만, 책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도서관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길 원한다고 말한다. 각각의 아파트가 마치 유기체처럼 개성이 있는 것같다. 그에 맞게 요구되는 역할도 작은도서관의 수많큼 각기 다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다양성이 참 매력적이다.
도서관 나라의 앨리스들, 마을에 도서관 바람이 분다.
아파트 작은도서관의 특성상 입주자 대표회에서 지원을 받는데, 예를 들면 잡수입의 20퍼센트로 부녀회, 노인회, 도서관 등 각각의 커뮤니티에 분배하는 등의 규약이 있다. 최소한의 운영금액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도서관 행사 등으로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아파트 관리비에서 소액 지원금을 걷는 등 방안은 마련하면 되는데, 공동체 규약의 세부사항이 미비해 실제로 지원을 받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나무그늘>에서는 봉사자는 상시 모집 중이다. 주로 도서관을 많이 이용하시는 분들이 와서 일을 도와준다. 본격적으로 봉사자 모집을 해보기도 하고, 행사할 때 일회성 봉사자를 지원 받기도 하지만, 자진해서 봉사가 필요한가 물어오신 분들이 가장 오래 남아 주신다. 도서관을 이용해주시는 것도 봉사와 다름없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힘이 들어도 끊임없이 프로그램을 하고 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노력한다며 김소희 부관장이 담백하게 말한다. <책울터>에서는 ‘아파트에 살어리랏다’ 프로그램을 통해 소통강의를 진행했는데, 이례적으로 관리 사무소에서 방송을 해준 덕분에 노인 3분이 참석을 하게되었다고 한다. 10년 만에 도서관에 처음왔다는 분도 있었는데, 세 분 중 60대 후반이신 분이 막내가 되어 형님들 연락처를 받고 헤어지셨다. 이후 형님들을 모시고 도서관으로 마실 오신 이 분들을 보고 한지윤 관장은 전율이 일었다며 상기된 표정을 보인다. 심지어 3월에 있었던 주민 어울림 축제에는 친구분들까지 7분이나 내려오셔서 봉사자 역할을 해주시기까지 했다며 작은 바람이 불기 시작한 거라 기뻐한다.
다시 <신작로 사람들>
아파트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는 일은 여러모로 쉽지 않다. 봉사자라는 이름으로 그 험한 길을 굳이 가는 사람들이 모였다. 이심전심으로 서로의 어려움을 알아주는 사람들이 모였다. 나름 잘 운영중인 도서관이 먼저 모여 다른 작은도서관도 모임으로 불러들이고 싶다. 같이 끌어주고 밀어주며 손잡고 같이 갈 수 있는 협력자이자 동지가 되고 싶다. 이번 주민제안사업은 1차적으로 봉사자들을 위한 것이다. 관장들끼리는 서로 알고 지내도, 일선에서 애쓰는 봉사자는 서로 얼굴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봉사만 하느라 바빠서 정작 작은도서관이 무얼 하는 곳인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야 힘이 나지 않겠나. 함께 고충을 나누고, 동료가 되어 도약할 힘을 얻고 싶다. 신내동에 아파트 작은 도서관이 생기기 시작한 지 5년 정도 되었다. 이제 도서관이 모여 한 목소리로 같은 이야기를 할 때가 되었다. 그 시작점이 <신작로 사람들>이 될 것이다. 봉사자의 직분으로 이 모든 일들을 해내는 그녀들, 도서관을 운영하느라 바쁜 와중에, 개인적으로 서초구며 은평구를 쫓아다니며 작은도서관을 운영하기 위한 소양을 쌓는다. 남편이 정상회담을 하냐고, 억대연봉인줄 알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해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자기 일의 가치를 일깨워줘서 고맙다는 한지윤 관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며, 어차피 내 아이랑 동네에서 놀 거, 즐겁게 같이 모여 노는게 더 재미있어 도서관에 나온다는 김소희 부관장. 초여름에 피어난 작은 풀꽃 같은 그녀들의 어디에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지 놀랍다. 이들이 손잡고 가려는 <신작로 사람들> 구성원 모두에게 두 손모아 응원을 보내고 싶다. 그들의 바람대로 작은도서관과 작은도서관 사이에 새 길이 나기를. 부디 그 길은 이 꽃같은 봉사자들이 오래 오래 걷고 싶은 길이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