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전, 아들 회사가 6일간 동시 전체 휴가를 하기로 결정됐다고 한다. 그래서 여름 휴가 때 어디로 피서를 갈 것인지 얘기가 나왔다. 동해 바닷가는 피서객들로 북적대고 코로나 또한 우려돼 이번엔 서해 바다 쪽을 택하기로 했다. 동해 바닷가의 백미는 해뜨는 것을 보는 것.
서해에도 해 뜨는 곳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왜목마을. 그래서 이번엔 왕복이 가까운 서해 왜목마을을 선택했다. 일기 예보에선 장마 전선이 중부권에 머물러 엄청난 비가 내린다고 예보를 내 보낸다.
8월 2일, 아들이 운전하는 차 뒷편에 자리해 느긋하게 여행을 시작했다. 서해 고속도로는 비교적 피서객들의 차량으로 붐빈다. 서해 대교 건너에 있는 행담도 휴게소에 들렀다. 주차장이 빽빽하다. 이곳에서 커피 한잔씩 하고 다시 출발, 송악 톨게이트를 통해 왜목마을의 예약 펜션에 도착했다. 3시에 방에 들어갈 수 있어, 우선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바닷가 횟집을 둘러봤다.
왜목마을 방파제에서 동쪽을 향해 ... 방파제 아래 바닷가에 웬 새 한마리가 물속을 들락거린다. 가마우지. 한번 잠수하면 수분 후에 멀리서 머리를 내밀고는 이내 다시 잠수.
왜목마을 방파제에서 서쪽을 향해 ... 바다에는 수 많은 배들이 떠 있다. 대부분 낚싯배다. 사진 가운데 윗쪽 끝의 흰 펜션을 예약했다. 해변엔 사람들이 장마비로 인해 많이 없다
횟집이 늘어선 바닷가. 왼쪽 첫번째 집은 한산하다. 사람의 심리가 왠지 다음에 더 좋은 게 있을 거란 기대감으로 늘 첫번 째 집은 두세번 째 집보다 한산하다. 우리는 3번 째 집을 선택했다
주인 아저씨를 모델로 세우고 한컷, 주인 아저씨가 자세를 제대로 잡아준다. 생김새는 좀 거시기하게 험한 스탈인데 손님들에게는 잘 대해준다.
회 1인분이 7만원, 아들은 회를 드시라고 권했지만, 집 근처에 와서 먹기로 하고 해물 칼국수를 시켰다. 주변을 둘러보니 거의 해물 칼국수를 시켜 먹고 있다. 맛은 그저 먹을 만 했다. (어느 모자를 상대로 한 컷. 사진기만 갖대대면 포즈를 취해준다^^)
식후, 왜목마을 기념비. 이곳은 대부분 사람들의 기념 촬영지다. 어느 아줌씨가 같이 찍자고 해서 한컷 응해줬다^^
왜목마을 방파제. 사람들이 뭔가를 구경하고 있다. 바다낚시를 하는 몇 사람과 이를 구경하는 사람들이다. 앞의 오른쪽에 보이는 섬이 국화도
와 이 배에선 회를 25,000원에 해준다. 아유 이곳에서 먹을 걸. 그런데 물이 부족해서 깔끔할 것 같지를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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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 방에 들어갈 시간이 남아, 아들이 근처에 가볼만한 좋은 곳이 있으니 방에 들어가기 전에 함 들러보자고 해서 갔는데,
세상에, 무려 45분이나 걸렸다. 45km. 산속에 자리했는데도 이미 주차장엔 차량이 가득했다. 뭐 요샌 워낙 인터넷 검색이 발달돼 있어, 멀리서도 일부러 찾아온다
입구의 풀밭에 꽈리가 피었다. 오랫만에 보는 반가움에 한 컷, 예전에는 흔한 꽃이었지만 지금은 관심을 가져야만 볼 수 있는 귀한 꽃이다
커피숍 뒤 마당가에 심은 옥수수 군락, 가을엔 옥수수를 쪄서 팔라나? 도시에서 자란 요즘 아이들에겐 하나의 경이로움일 수도 있겠다 싶다
커피와 빵을 사서 옆의 2층 건물로 왔다. 많은 사람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역시 대한민국은 모든 게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지고 멋지게 디자인을 하는 나라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로 연인과 부부들이 많다.
커피 후에 앞 마당으로 내려와 주변 구경을 하다가 장독대에서 한 컷, 그런데 이번에도 그 아줌씨가 같이 찍자고 해서 할수없이 찍어줬다^^ 장독대는 새로운 추억을 끄집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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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된 방으로 들어갈 시간이 돼서 돌아오는 길, 중간에 비가 문자 그대로 내리 퍼 부었다.
드뎌 방에 입장, 5층이라 전망이 좋았다. 펜션 바로 앞까지 물이 차 올랐다. 비가 내려 바다가 희뿌옇게 보인다. 바다에 떠 있는 배들 왼쪽이 방파제가 있던 곳이다
펜션 왼쪽 집에서 6시 30분부터 바비큐 파티, 이미 많은 가족들이 자리를 차지해 바비큐를 즐기고 있다. 사전 예약제로 2만원을 내면 참숯을 피워준다. 모처럼 고기와 소맥을 곁들여 포식을 했더니 좀 취했다. 밤중에 바닷가를 내려가다가 넘어져 계단에 나뒹굴었다. 양 팔둑이 모두 까졌다
아침에 일어나 바라본 바닷가 풍경, 물이 빠져 멀리까지 갯펄이 드러나 보인다. 11시 퇴방, 사진 아래 가운데 계단이 보인다. 생각보다 높고 돌들이 매우 크다. 팔둑 까진데가 무쟈게 아프다
돌아 오는길,
석문 방조제. 엄청 길다. 이 방파제 오른쪽이 석문 국가 산업단지, 텅비었다. 이곳을 활용하면 평택항과 연계돼 수출에도 매우 좋은 입지다. 그럼에도 왜 이렇게 텅 비었을까? 석문 방조제 끝자락에 엄청난 규모의 회사가 나타난다. '현대 제철' ... 실로 상당하다. 예전 한보 정태수 회장이 만들었다가 구속되고 지금은 현대가 인수했다. 이렇게 큰 철강회사를 만드는데 작은 법인체를 만들듯이 뇌물없이 가능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대규모 회사는 사법부 판단보다는 정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서해대교 행담도 휴게소에 있는 모다 아울렛에 들렀다. 3층에 있는 식당에서 순댓국을 시켰다. 아오 맛이 너무나 밋밋하다. 이곳이 왜 썰렁한지 이유를 알 것같다. 아마 이곳은 타 회사가 인수하지 않는 이상 곧 적자로 문을 닫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엊 저녁 계단에서 넘어져 까진 팔둑. 후시딘을 발랐는데도 시큰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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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늘 사람을 설레게 한다. 서해는 동해 쪽에 비해 관광 인프라가 아직은 부족한 곳이다. 바닷가 관광지는 횟집과 삼류 스탈의 풍경이 거의 자리를 차지한다.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사람은 이방인이 된다. 서해 바닷가가 특색있는 자기만의 색깔을 갖도록 개발돼야 할 것인데, 이것은 지자체장이 어떤 마인드를 갖느냐에 달렸다.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SUV로 서해 바닷가 왜목마을부터 차례로 남진을 해 목포까지 다다르고, 이어서 남해를 거쳐 동해로 북상해 고성까지 가고 싶다. 그래서 여행기를 하나 만들고 싶다. 감성이 풍부한 내가 여행기를 쓰면, 허영만의 "식객, 팔도를 간다"에 맞 먹을 거라 본다^^